양창범 제주대 석좌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국민과 환경 충돌문제는 오늘날 한국의 축산 현실과 유사

환경·국민 생각하는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민이 공감하는 축산정책 발굴·지원 강화해 나가야

 

지난 3월 9일부터 4일간 제주도 새별오름 일원에서 들불축제가 열렸다. 들불축제는 제주도의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를 재현하는 축제이며, 그간 대한민국 축제콘텐츠 대상 수상 등 대표적인 축제이면서 전국적인 명성도 얻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산불 발생 등으로 지난 3년간은 개최하지 못하다가 올해 대면행사로 치러졌으나 불이 없는 축제로 막을 내렸다. 왜 ‘불의 축제’에 ‘불이 없는 축제’로 막을 내려야만 했을까?  
 

먼저 들불축제에 대한 기원과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들불축제는 소와 말 등의 가축을 위해 방목지(주로 중산간 마을공동 목장)에 불을 지펴 해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고 무사 안녕도 기원하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1997년부터 축제로 발전시켜 왔으며 축제 기간 평균 30만 명에 이르는 주민과 관광객이 축제장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 이유는 들불놓기 행사에 기름과 화약 등의 사용으로 대기와 지하수 오염 우려, 목축문화와는 상관이 없는 일부 행사 개최 등을 환경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불꽃축제의 장관을 보러온 국민과 환경의 충돌 문제는 오늘날 한국의 축산 현실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축산물은 좋은데, 축산업은 싫다’라는 정서처럼. 우리나라의 축산은 그간 정책지원과 기술개발, 축산인들의 노력으로 농업총생산액 중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이르렀고 축산물은 국민의 주식과 같은 존재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축산냄새 발생과 기후변화(탄소중립) 등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환경 관련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고 축산업이 부정적인 산업으로 인식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들불축제나 우리나라의 축산업을 친환경적이고 국민이 호응하는 축제와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들불축제의 경우 개최 지역의 동식물 생태 변화에 대한 조사연구, 들불축제가 제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층 조사해 환경과 경제적 가치를 함께 균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료를 평가·제공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제주 사회와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축산업 역시 경제적 가치를 유지·발전시키면서도 쾌적한 국민 생활을 위해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축산현장에서는 친환경 축산을 실현하기 위한 대안을 치열하게 찾아보고 실행에 옮겨야 하지만 국민의 사랑과 협조도 절실한 것이다.

축산선진국인 유럽연합(EU)의 경우도 ‘축산물의 가치(경제적 비중)는 매우 크나 인류복지와 어떻게 조화롭게 지속하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해결을 위해서는 명쾌한 답은 없으나 ‘축산농가’와 ‘환경 관련 정책 주체’가 상대를 붙잡고 방해(tackling)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해자가 아닌 동반자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한 사례를 들어보자. 기후변화 관련 학술대회 등에서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대부분이 농축산업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게끔 발표하는 장면을 종종 본다. 온실가스의 배출 저감에 대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문제이나, 관련 내용을 표현하는 경우 ‘우리나라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국가 전체의 3% 내외이며 주로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이 되지만 농축산업도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붙여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은 경종(주로 벼 재배)과 축산(장내 발효와 가축분뇨 처리)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으며 작물과 가축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의 특성상 크게 줄이는 데는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농업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책 개선과 연구개발, 농가의 실천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오고 있다. 아울러 축산의 경우 국내 실정을 헤아리는 다양한 정밀축산의 도입, 초지의 생태계 서비스지불제·동물교감 치유 교육 확대 등 미래지향적이고 국민이 공감하는 축산정책을 발굴하고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제주도 들불축제와 한국의 축산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처지에 있다. 그러나 목축문화에서 출발한 들불축제가 전통문화의 계승과 현대인의 정서를 아우르는 축제로, 우리 축산업이 환경과 국민을 생각하는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축산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응원, 축산인도 ‘나보다 똑똑한 것은 우리’라는 생각으로 관련 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새로운 각오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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