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
품질 보증방안, 유통 주체 간 역할 혼선 우려…개선 필요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은 전체 공영도매시장 취급물량의 3분의 1가량을 소화하는 대표적인 농산물도매시장이다.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유통 혁신을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으며 올해 전자송품장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은 전체 공영도매시장 취급물량의 3분의 1가량을 소화하는 대표적인 농산물도매시장이다.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유통 혁신을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으며 올해 전자송품장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초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도입과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 구축 등을 골자로 디지털 전환을 통한 농산물 유통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형유통업체의 진출, 온라인 플랫폼의 발전 등으로 농산물 도매시장의 취급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번 조치가 농산물 도매시장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농식품부는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오는 11월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을 확정하고 대대적인 운영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유통인들은 큰 틀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거래 물품의 품질 보증 방안, ·오프라인 동시 거래에 의한 유통 주체 간 역할의 혼선 등을 우려하고 있다.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공영도매시장의 현 상황과 정부의 농산물 유통 개선방안, 관계자들의 입장 등을 살펴봤다.

 

# 도매시장 대내외 변화에 따른 입지 약화

전국 33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은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생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창구의 역할을 하며 성장했지만 최근 거래물량 감소와 유통구조 다각화의 영향으로 생존을 위한 변화에 직면했다.

농수산물도매시장통계연보를 살펴보면 공영도매시장의 거래금액은 2014112000억 원에서 2021145000억 원으로 29.4% 증가했다. 이에 비해 취급물량은 2014751만 톤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해 2021년에는 681만 톤으로 9.3% 감소했다.

이에 대해 곽병배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사무관은 매년 벌어들이는 수입이 감소하지 않아 도매시장 내부에서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거래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도매시장이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매시장의 거래물량 감소는 경유율 감소와도 연결된다.

매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발행하는 유통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의 농산물 유통 비율은 200310.4%에서 202035.2%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비해 산지유통인과 농협의 도매시장 출하 비중은 같은기간 각각 82.7%, 77.3%에서 56.5%, 49.5%로 크게 감소했다. 또한 대형유통업체의 도매시장 구매 비중도 200368.4%에서 202025.3%로 감소해 도매시장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들의 접목과 플랫폼 기반의 물류, 비대면 온라인 유통의 발전 등은 도매시장에도 영향을 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선임연구위원은 유통 4.0시대는 농산물 산지와 도매시장에 위협이자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온라인 플랫폼과 대형유통업체 중심으로 시장의 판도가 변하는 상황에서 먼저 치고나가 변화에 적응하는 유통 주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

농식품부는 농산물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변화가 필요함을 인지하고 오는 11월 온라인 도매시장을 도입할 계획이다.

온라인 도매시장과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조이다. 기존 도매시장은 산지에서 시작해 산지 조직과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 또는 시장도매인을 거쳐 소비시장과 이어져 과정이 복잡하고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번에 도입되는 온라인 도매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 단 2개로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홍인기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이번에 출범하는 온라인 도매시장은 기존의 도매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판매자와 구매자로만 이뤄진 새로운 도매시장이라며 기존의 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시장도매인의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제대로 적응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공간의 제약이 없는 거래와 상물 분리로 인해 물류 효율화와 비용 절감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농식품부는 기대하고 있다.

시작 단계에서는 입찰·정가 거래를 중심으로 거래를 진행하며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한 이후 경매·예약·발주 거래 등 다양한 거래제도를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초기에는 규격·표준화가 용이하고 저장성이 좋은 마늘·양파·감자·배추··사과·배 등 18개 품목을 취급하며 순차적으로 확대해 최종적으로는 청과물 외 양곡·축산·가공식품까지 거래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도입 초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이용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정산 수수료 한시 면제, 유통비 지원 등 다양한 유인책도 계획 중이다.

남현중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사무관은 온라인 도매시장 도입으로 유통·물류의 효율화와 상품성 개선,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실익이 있을 것이라며 또한 다양한 유통 주체와 산지의 연결로 새로운 유통경로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자거래 기반 마련을 위해 전자송품장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출하 물량·일정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물류의 효율성을 높이고 판매자와 구매자들도 매매에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스마트 APC 확대를 통한 산지 강화

정부는 농산물 유통 개선과 함께 산지의 교섭력을 높이고 소비지가 원하는 다양한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2027년까지 스마트 APC10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 APC와 온라인 도매시장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두 곳의 연계를 통해 2027년 농산물 유통비용이 2020년 대비 연간 26000억 원가량 절감돼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의 편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산지의 특성상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디지털화·정보화를 단숨에 정착시키기 어려운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기범 만인산농협 APC 센터장은 스마트 APC 구축의 핵심은 자동화와 디지털화라며 산지의 경우 그간 자동화에 대한 요구가 많아 이를 적용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문제는 생소한 디지털화를 정착시킬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농식품부에서 주요 10개 품목의 표준모델을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산지에서 APC를 제대로 운영하고 데이터를 수집·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을 산지에 투입해 산지 인력을 교육·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다양한 의견수렴으로 문제점 줄여야

정부가 오는 11월 온라인 도매시장 개설을 확정하고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농산물 유통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온라인 거래의 대상인 농산물의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도매시장에서도 상품의 품질이 일정치 않은데 실물을 보지 않고 거래하는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이재희 중앙청과 이사는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품질이 일정하지 않기에 온라인 거래를 위해서는 명확한 품질·선별 기준을 수립해 적용해야 한다상품성으로 인한 분쟁 발생 시 이에 대한 책임소재와 중재 방안도 명확히 해야 유통인들의 유입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향후 온라인 거래가 확대됨에 따라 오프라인 도매시장과의 혼선 또는 유통 주체 간 역할의 불분명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도 지적된다.

우승현 호남청과 본부장은 유통구조가 급변하고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도매시장 역시 온라인 거래를 도입하고 거래제도를 고도화하는 큰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다만 온라인에서 거래된 물량의 현물이 도매시장에 반입돼 오프라인 거래 물량과 뒤섞이면 개설자 등 관리 주체에 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역시 홍문표 국회의원(국민의힘, 홍성·예산)이 대표발의한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에 검토의견을 제출하고 우려하는 바를 밝혔다.

기존 도매시장에서 수집 기능을 하는 도매시장법인·공판장과 분산 기능을 맡은 중도매인이 온라인 거래에서 서로의 영역을 침해할 경우 공급과 수요의 왜곡 현상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또한 영세 출하자들은 오프라인 도매시장에 출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도매인·매참인들이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해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거래에 참가하지 않으면 도매가격은 하락하고 이는 출하자의 피해로 돌아가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온라인 거래가 이뤄지면 전국단위의 거래와 배송이 진행되는 만큼 물류 정비와 출하자의 부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회장은 효율적인 온라인 거래를 위해 산지와 소비지를 아우르는 통합물류 구축이 중요하다농산물 거래제도가 고도화됨에 따라 소포장, 하역기계화 등으로 농가의 부담이 높아지는 만큼 물류비용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한 없는 완전 경쟁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한 중도매인 관계자는 온라인 거래 도입은 시대적 변화에 상응하는 과제이며 오프라인 도매시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유통 효율성 제고와 거래·경쟁 제한 폐지라는 기본 방향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농산물 유통의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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