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복원을 천명하고 같은 달 16일 도쿄를 찾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지난 7일 기시다 총리가 12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해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12년 만에 양 정상이 양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일정상회담 후 만찬에는 전국의 특산품으로 요리한 한식이 준비됐고 강원도 횡성한우로 갈비찜, 우족편, 한우불고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혹자는 한식의 정점에는 결국 한우가 빠질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데 만찬에 나온 한우고기의 맛과 관련한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최근 한우산업은 공급 과잉과 사료가격 폭등,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영 불안 등 위태로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우 사육마릿수는 올해 358만 마리로 역대 최고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축물량도 지난해 약 869000마리에 이어 올해 95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한우 도매가격 하락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지난 2월 한우 수급 안정대책을 마련해 추진중이다.

하지만 정부가 농협 등과 함께 한우 할인 행사를 연중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한우 판매가격 인하를 통한 소비촉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한우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해외로 눈을 돌려 반드시 잉여 생산물을 수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일본농림수산성 무역통계 자료 등을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의 소고기 수출실적은 비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5년에만 1611톤을 수출했고 20172706, 20183560, 20194339, 20217879톤으로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51, 201757, 201865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하락세를 보이면서 201952, 202139톤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총리실 산하에서 와규 수출 확대를 위한 정책 수립과 함께 공공기관과 생산자 조직이 한 팀이 돼 수출대상국 확대를 위한 검역협상 강화, 민간의 와규 수출에 따른 리스크 보전정책 등을 펼친 결과 2021년 기준으로 홍콩, 태국, 베트남, 미국, 유럽연합(EU),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멕시코 등 23개국에 와규 약 8000톤을 수출했다.

그래도 최근 할랄 도축장과 가공장 승인으로 말레이시아에 한우고기를 수출할 길이 열렸다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정책당국이 한우 수출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한우 수출 확대와 활성화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한우 수출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민간에 대한 지원책이 없다면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침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한우고기의 수출확대와 활성화를 위한 일환으로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12~13일 열리는 할랄 한우 수출 기념 행사에 전격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랄이라는 거대수출시장이 이제 열린 만큼 이를 겨냥한 정부와 관련 업계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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