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급등 ‘휘청’ 농가소득안정 ‘말뿐’…진정성 있는 농정 혁신 이뤄져야

[농수축산신문=박현렬·이문예·김소연·이두현 기자]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 등 대내외적 여건 악화로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농축산업계는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주요 농축산관련 관계자들로부터 지난 1년간의 농정에 대한 평가와 향후 바라는 점을 들어봤다.

 

이숙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

지난 1년 정부가 농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농업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이 힘쓰고 있다고 본다. 불가능할 것 같이 보였던 농업직불금 5조 원 확보를 약속한 것도 큰 성과로 본다. 농업과 농촌의 여러 분야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여성 근로자의 수급 문제도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흔히들 농업 활동이 강도 높은 노동력이 투입돼야 해 남성에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성에 더 적합한 활동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 농업 관련 통계를 보면 된다. 지난해 우리 농업인들의 농가소득, 농업소득, 농외소득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결국 생산비 폭등, 쌀값 하락 등에 다양한 위협 요인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역부족이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가 농가 소득 안정화를 내세웠지만 말뿐인 대책에 그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생산비 대책으로 내건 무기질비료 가격안정 지원사업은 하반기 예산 확보 없는 반쪽예산에 그쳤고, 쌀값은 정부의 대책들이 무색하게 무너졌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강 용 한국친환경농업협회장

올해 농업예산을 들여다보면 지난해보다 4807억 원가량 늘어나긴 했으나 국가 전체 예산의 2.7%에 불과한 173574억 원으로 확정됐다. ‘농가인구 비중과 농림축산식품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에 걸맞게 농업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공약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농업예산을 살펴보면 농업인들의 소득증진에 직접 쓰이는 비중이 낮고 상대적으로 농업 생산량 증대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생산량 증가에 따른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 소득 감소를 막기 위해 시장 확대를 통한 가격지지가 필요해 보인다.

안정적인 농업인소득 보장을 위해 직불금 규모를 5조 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환영한다. 탄소중립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감안한 다양한 선택적 직불제 마련도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과일 간식 지원사업 등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식생활사업 지원은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악화되는 대내외 여건 속에서 농업·농촌·농업인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중장기적 정책 수립과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농식품부는 물론 농업계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서인호 청년농업인연합회장

윤석열 정부의 농업 정책이 이전 정부들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체감하지 못한다. 2027년까지 청년농업인 3만 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신규 농업인의 발굴·육성보다 더 중요한 건 이들이 계속 농촌에 자리잡고 제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지다. 지속적으로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왔지만 정부의 청년농업인 지원 정책들은 여전히 신규 농업인 발굴·육성 등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들이 수반되지 않는 현재와 같은 청년농업인 정책들은 결국은 단기적 성과올리기식 정책에 불과하다.”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농업 현안에 대한 의견수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농업인들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상승한 생산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의 희생양이 돼 정당한 농산물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까지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산지 여론이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풍요로운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닌 식량주권을 수호하는 필수 공공재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농정철학이 필요하다. 출하된 농산물에 대한 정당한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농업소득이 안정되고 근본적인 농업·농촌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노지채소 수급 안정 정책의 개선, 가격 안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영도매시장 개혁, 농산물 디지털 유통 전환에 따른 산지 인프라 구축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우리 농업의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진정성 있는 농정 혁신을 이루길 진심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오세복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전무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개설, 공영도매시장의 온라인 거래 활성화, 전자송품장 도입 등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과 거래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일부에선 온라인 도매시장과 오프라인 도매시장이 양립할 수 없어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것은 지나친 이분법적 사고이다. 다만 온라인 도매시장을 추진함에 있어 단순히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거래 물량을 떼어내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만 집중하면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기존 공영도매시장의 역할과 필요성을 인정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도매시장이 상생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삼주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전국한우협회장)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흘렀지만 농업 부분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아직까지 부족한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직불금 예산이 일부 늘었지만 이는 과거에 사라졌던 부분이 부활한 것에 불과하다. 2050년 정도가 되면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국의 농업을 어떻게 보호해서 국민의 안정적인 먹거리를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법과 제도하에서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

농축산업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많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정책을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현장 중심의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현장 중심의 정부 정책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후계농업인 육성과 관련해서도 이들이 가족을 구성해 계속 농촌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등을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농축산업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장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조직개편을 통한 축산유통팀 신설로 농가와 정부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생긴 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전 세계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힘들어할 때 중앙정부, 지자체, 농장 간 긴밀한 협조로 방역을 강화해 계란 가격이 안정화된 것 역시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농장주 개인 소유 차량 등록을 의무화해 위치를 추적하는 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개인의 위치를 추적하는 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굉장히 반발이 심하다. 개인 차량 위치를 추적하는 게 과연 방역에도 효과가 있을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

양봉산업이 어려워지자 중앙정부 차원에서 각 지자체 축산과장을 만나 대책 회의를 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지만 양봉농가들이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대책은 마련된 것이 없다. 2년 넘게 직불금, 의무자조금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진행 중이라는 말뿐 실제로 실행된 건 없는 상황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물가 인상률과 비교해 보면 농정 예산은 사실상 삭감될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양봉산업을 비롯해 축산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 차원에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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