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급망 불안 식량안보·미래성장산업화 ‘속도’
양곡관리법 논란 쌀값 안정은 ‘숙제’

대내외 환경 악화 대응해
농정 신뢰회복·경쟁력 강화에 주력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농축산물 가격안정대책 마련 과제로 남아

[농수축산신문=박유신·홍정민 기자]

  윤석열 정부는 취임 당시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살고 싶은 농산어촌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5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윤 대통령은 1년 전 취임 당시 시대적 소명과 국민의 요구를 받들어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살고 싶은 농산어촌을 만들겠다고 국민과 250만 농어업인들 앞에 약속했다.

이후 1년이라는 시간동안 정부는 쌀을 비롯한 농축산물의 가격·수급불안,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 빈발, 악성 가축질병 창궐, 불안한 농가경영 등 농축산업이 직면한 고질적인 악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본지는 창간 42주년 맞아 윤석열 정부 1, 농정 성과와 과제는이라는 테마로 특집기획을 마련, 윤석열 정부 1년 동안의 대표적인 농정 성과와 과제에 대해 살펴보고 농업계와 농업관련 전문가들이 희망하는 정책방향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대내외 악재속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농정에 있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충격으로 국제 공급망이 불안해 졌으며, 원자재·곡물 가격에 금리 인상까지 이른바 3() 현상은 농가 경영을 압박했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 농촌의 고령화, 농업의 낮은 생산성 등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농촌 활력도 지속적으로 저하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 같은 농업·농촌의 방치된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농정에 대한 농업계와 국민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새정부에 거는 기대 또한 클 수밖에 없었다.

이는 본지가 지난해 창간 41주년을 맞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농업인 17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정부의 미래 농정 방향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진행된 설문조사의 결과 국내 농축산업의 위기감이 과거보다 커졌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커졌다고 답한 농업인은 77.9%에 달했다. 반면 줄어들었다고 응답한 농업인은 1.7%에 불과해 현장의 농업인 대다수가 국내 농축산업이 위기 국면에 봉착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윤석열 정부도 농정에 대한 신뢰 회복과 농업을 경쟁력 있는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시장기능 정상화 미래비전 제시·혁신 추진 비합리적 문제 정상화 등을 목표로 정책 방향의 전면 전환을 꾀했다.

 

# 국민과 농업을 지키기 위한 식량안보 강화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물가점검을 위해 유통매장을 찾아 농산물 수급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물가점검을 위해 유통매장을 찾아 농산물 수급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농정은 힘차게 도약하는 농업, 국민과 함께하는 농촌을 비전으로 식량주권 확보와 안전 먹거리 공급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농축산업 만들기 농업직불금 5조 원 확대와 농업경영 안정화 활기차고 살고 싶은 농촌 만들기 등 5대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선 출범 당시 국제 공급망 불안을 겪으면서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고 2021년산 쌀 과잉 생산 상황에서 과다 공매, 시장격리 지연 등 수급관리 정책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농업계에서는 정부에 특단의 대책마련을 강도 높게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 시기부터 쌀값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며 사전 수확기 대책을 통한 90만 톤의 시장 격리 시행과 밥쌀 재배면적 감축, 식량자급률 반등을 위해 가루쌀산업화, 전략작물직불제 신규 도입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산지쌀값은 지난해 10월 반짝 반등한 후 지금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며 쌀값 안정을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개정법률안을 두고 여·, 정부, 농업계 모두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대통령이 거부권까지 행사,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농식품부가 양곡관리법 후속 대책으로 전략작물직불 등을 통한 올해 벼 재배면적 16000ha 감축과 선제적 시장격리 등을 담은 쌀 산업 발전 및 수급안정 방안을 발표하며 올해 수확기 산지쌀값 20만 원(80kg)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쌀값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가루쌀 활성화와 올해 새로 도입된 전략작물직불제, 직불금 5조 원 확보 역시 이제 시작 단계에 있어 아직은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향후 윤석열 정부 기간동안 쌀 이외에 타작물로의 전환을 통한 식량자급률 제고의 핵심 농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첫발은 순조롭게 뗐다. 가루쌀 활성화를 위해 올해 추진한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 사업자 공모에 총 77개 식품업체가 108개 제품의 개발을 신청해 7.2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38개 전문 생산단지와 1200여 생산농가 선정도 완료하고 가루쌀 제품화 연구 지원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과거 2016년 쌀가루 산업 활성화 대책이 사실상 지지부진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식품업체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향후 안정적인 생산·공급기반 마련과 판로 확보, 적정가격 공급, 1·2차 가공적성 확보 등 과거 경험을 불식시킬 수 있는 세심한 정책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략작물직불제 역시 도입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농가의 높은 관심으로 당초 목표였던 127000ha를 초과한 9만여 명의 농업인이 13ha의 논에 전략작물 재배를 신청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직불금 5조 원 확보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만 하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않은 상황인데다 기존 24000억 원 규모인 직불금을 5조 원까지 확대하기 위해선 매년 5000억 원 이상의 예산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향후 직불제 확대개편을 위한 집행계획과 예산편성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가축방역체계 개선·낙농제도 개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축산부문의 대표적인 성과를 꼽자면 악성 가축질병에 대한 방역체계 개선과 낙농제도 개편을 꼽을 수 있다.

우선 강한 병원성을 가진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함에 따라 정부는 위험도 평가에 기반한 방역 추진으로 살처분 범위를 최소화한 결과 2020~20212993만 마리에 달했던 살처분 마릿수를 2022~2023661만 마리로 크게 줄이면서도 타지역·농장으로의 수평전파를 차단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이로 인해 미국·일본 등에서 계란 가격이 전년 대비 크게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감소, AI 발생 전후 비교시 이전 정부와 달리 계란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20199월 첫 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여전히 야생멧돼지와 돼지사육농장에서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나서 야생멧돼지를 잡고 8대 방역시설을 설치하면서 차단방역에 나서고는 있지만 올 들어 경기 포천에서 연이어 ASF가 발생하면서 ASF 바이러스의 남하 또는 전국화 우려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는 모양새다.

농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대한한돈협회와 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 백신을 개발 중인 동물약품 업체들을 통해 보면 ASF는 이제 조기 신고를 통한 조기 검출과 박멸은 사실상 힘들어 접촉을 최대한 막고 바이러스와 같이 공생해야 한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ASF에 대한 보다 철저한 차단방역을 해야 하겠지만 생존이 걸린 경기지역 농가들의 바람대로 이젠 백신 개발을 보다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ASF 전용 연구시설을 내년 4월 준공하겠다는 검역본부의 계획이 있지만 현장 연구의 경우 그보다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정이나 규제 등 걸림돌이 있다면 과감하게 풀 필요가 있다.

특히 구제역 백신접종청정국 지위 회복을 코앞에 두고 20191월 이후 4년 여 만인 지난 11일 충북 청주에서 사육중인 한우에서 구제역이 다시 발생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청주, 증평 등에서 총 7건이 발생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위기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올렸으며, 1종 가축전염병인 구제역의 전파 차단을 위해 전국 소, 돼지, 염소 등 우제류 전체에 대해 지난 1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구제역 긴급 백신접종 명령을 내렸다.

현장에선 구제역 예방과 관련해 기존 항체형성률에만 의존하지 말고 도축장에서 출하차량에 대해 무작위로 비구조단백질 항체(NSP)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낙농제도를 개편해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한 점도 주요 성과중 하나다.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낙농제도 개편이었던 만큼 생산주체의 반대도 있었지만 새 정부 출범 후 혁신적인 대안 제시와 생산자단체와 적극적 소통을 통해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로 인해 국산-수입 유제품간 가격차이를 최소화해 우유 자급률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부 낙농가들이 유대정산 방식을 놓고 여전히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참여 집유주체 간 유대정산 방식이 달라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집유주체 소속 낙농가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에서는 소속 농가 전체를 하나의 농가로 보고 분기마다 낙농진흥회 총보유 쿼터 기준으로 총량에 따라 정산을 하는 집유주체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제도 참여 유업체에서는 개별 총량제를 적용하고 있어 같은 양의 우유를 생산해도 소속 집유주체의 유대정산 방식에 따라 유대 값을 달리 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농가에서는 지원예산 확대와 유대정산 방법을 낙농진흥회 방식인 집유주체 총량제로 통일해 제도참여의 실질적 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고물가시대, 농축산물 가격안정에 전력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간 무역수지, 경상수지, 경제성장률 등과 같은 주요 거시·민생 경제지표는 두드러지게 개선된 부분은 없는 가운데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 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곡물 생산국 수출제한 등에 따른 공급 차질로 글로벌 에너지·식량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수입 원자재가격 상승의 영향이 생활 물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지난해 5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제1차 경제장관회의에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에 집중해 왔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농식품 부문과 관련해 식품원료 할당관세 적용 커피코코아원두 부가세 한시 면제 단순가공식료품 부가세 한시 면제 농축산물 할인쿠폰 확대 밀가루 가격 안정 사료구매자금 지원 무기질비료 가격 안정 식품 가공업체 원료 매입자금 지원 외식업체 식재료 구매자금 지원 면세농산물 공제한도 한시 상향 등을 물가안정을 위한 10대 과제로 선정·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농축산업계의 원성은 높아만 지고 있다. 농축수산물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물가상승의 주범처럼 여기며 가격 상승을 낮추기 위한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는 불만에서다.

특히 정부가 물가안정을 빌미로 수시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확대 등 수입 확대를 통해 가격안정을 꾀하면서 농축산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따라서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생할 수 있는 농축산물 가격안정대책의 마련이 앞으로 남은 4년의 농정과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한 혁신생태계 조성

정부가 스마트 농업 등을 통한 미래성장산업화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왼쪽)이 스마트 팜에서 재배되고 있는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

농업 경영주 중 40대 이하 비중은 1.2%로 지난 30여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혁신적 정책 없이는 농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대대적 혁신을 통해 농업이 미래성장산업임을 인식시키고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미래산업으로써 위상을 제고시키는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1차 청년농 육성 기본계획 및 스마트농업 활성화, 푸드테크·그린바이오 등 미래 신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청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지원대상을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4000명으로 2배로 늘리고 지원단가도 110만 원으로 확대했으며, 농업에 정보기술(IT)·생명기술(BT)·인공지능(AI)·로봇 등 첨단기술을 융복합한 푸드테크·그린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에 한정하지 않고 스마트팜·농기자재 등 전후방산업을 포함한 ‘K-Food+’ 수출산업화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 지난해 케이-푸드(K-Food)+ 수출액이 역대 최대 실적인 118억 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핵심 농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농식품부는 지난해 1210년 만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 청년농·푸드테크·그린바이오·반려동물 등 새로운 업무를 추진할 전담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앞으로 정부는 청년농·스마트농업 확산 가속화, 신산업 민간투자 활성화, 상반기 중 K-Food+ 수출 증가세 전환 등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전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농지·자금·기술 등 창업·경영 지원과 초기소득·정주 여건의 생활 지원을 종합적으로 확대하고 데이터기반 스마트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청년농·기업 중심의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민간투자 확대를 위해 올해 2000억 원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농식품 신산업,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는 농식품 펀드 1조 원을 추가 결성할 계획이다.

K-Food+ 수출 역시 올해 135억 달러, 2027230억 달러를 목표로 강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아프리카 K-라이스벨트 구축 등 농업 공적개발원조(ODA) 확대로 국격을 제고시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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