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오픈에이아이(OpenAI)사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ChatGPT)가 AI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에이아이 사에 10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구글은 서둘러 지난 3월 ‘바드’라는 대화형 AI를 발표했다. 중국 바이두는 ‘문심일언’을, 우리나라 네이버도 자사 AI ‘하이퍼클로바’ 기반의 대화형 AI를 공개예정이다.
 

농업에서도 이미 AI는 여러모로 활용되고 있다. 벨기에의 옥티니온사는 2017년 루비온 딸기 수확로봇을 개발했다. 루비온은 광학센서를 통해 딸기 숙과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을 AI가 판별·수확하는 로봇이다. 2017년 미국의 존디어사는 AI 잡초선별 방제 시스템인 ‘씨&스프레이(See&Spray)’ 시스템을 개발한 블루리버테크놀러지를 인수했다. 씨&스프레이는 제초제 사용량의 90%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AI가 ‘똑똑’해지기 위해선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학습해야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농업 AI가 필요한 데이터는 무엇일까? 당장 생산 관련 데이터만 해도 생육 단계별로 빛, 이산화탄소, 온·습도 등 환경데이터, 엽폭, 줄기굵기, 개화·열매수, 열매크기·길이·무게·색깔, 마디길이, 엽록소 등 생육데이터 그리고 각종 작업 관련한 데이터 등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이는 비용 문제로 직결돼 농업 데이터 생산과 수집은 많은 부분 농업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업인 입장에서 농사 비법의 집약체인 데이터를 공유해야 할 동기가 부족하다. 실제로 민선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책전문연구원은 최근 ‘디지털농업을 위한 데이터 활용도 제고 방안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농업인들은 데이터 수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데이터 공유는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도 이러한 문제에 직면해 ‘농업 데이터 권리헌장’을 마련해 농가가 가진 데이터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고 나아가 ‘농업 데이터 협동조합’ 등의 조직을 통해 농업인들의 데이터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실천하며 농업인과 농기업 모두가 만족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등의 정부기관과 농업인 단체 그리고 농기업들이 모여 농업 데이터의 권리문제를 합의하고 농업 데이터의 수집·공유·기술발전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산업생태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의 프리바는 자사의 제품을 이용하는 전 세계 농업인들의 데이터를 자사 서버에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리바의 제품을 쓰는 농업인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도 서둘러 농업 데이터 선순환이 구축되지 않으면 언젠간 우리나라 농업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보다 네덜란드 사람이 더 잘 알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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