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성제훈 농촌진흥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

-초거대 인공지능 시대…농업 응용분야 큰 도움 될 것

초거대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식서비스를 보조하고 산업 난제해결을 지원하는 등 모든 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혁신하는 필수요소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초거대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난 4월 14일 발표했다. 전 세계적인 챗GPT 돌풍을 계기로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효용성으로 증명하고 누구나 쉽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인공지능 일상화’를 촉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서너 달 전, 우리는 인공지능 언어모델 챗GPT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은 적이 있다. 챗GPT는 딥러닝을 이용해 인간처럼 글을 만들어내는 언어 모델이다. 

인간과의 대화를 기본으로 하기에 Chat를 앞에 사용했고 인간과 대화가 가능하도록 학습된 인공지능이라는 뜻으로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를 붙였다.

2018년에 버전 1.0을 선보였고, 2020년에 버전 3.0에 이어 지난해 말에 버전 3.5가 나와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예고했다. 

급기야 지난 3월에 4.0을 선보이면서 ‘chat’를 뗐다. 문자로 정보를 입력하는 채팅에 머무르지 않고, 그림 등을 입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초거대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다.

사회는 발빠르게 초거대 인공지능이 바꿀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농업계도 늦으면 안된다. 필자는 농업 응용분야를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정도로 예상한다. 그 전에 농촌진흥청이 보유한 농업관련 기술과 연구 정보를 학습시키는 것이 전제된다.

첫째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을 활용해 농업기술 관련 정보를 생성하고 요약할 수 있다.(생성형 AI 단독) 필요하면 그림으로 그려서 시인성을 높일 수도 있다. 농업기술 정보와 내가 어떤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지 등 나의 정보를 연계해 분석함으로써 농업인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둘째, 생성형 인공지능을 기존 서비스와 결합해 활용할 수 있다.(생성형 AI + 기존 서비스) 나의 유전자정보를 분석해 내 체질에 맞는 농작물을 추천할 수도 있고, 내 의료정보를 분석해 건강한 삶을 위한 농작물 재배방식을 추천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소비자와 농업인을 일대일로 연결해 나만을 위한 농작물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생성형 인공지능과 다른 생성형 인공지능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생성형 AI + 생성형 AI) 예를 들어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작물이 성장할 모습을 시뮬레이션해 작물이 어떻게 자랄지 예측하고 이를 통해 작물의 성장을 돕는 최적관리와 수확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농진청의 ‘농사로’에 있는 음식정보와 개인의 건강정보를 결합해 개인 맞춤형 식단을 짜줄 수도 있을 것이다.

넷째,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든 결과물을 미세 조정하는 것이다.(생성형 AI + 미세 조정) 여기서 말하는 미세조정은 특정인의 자료를 학습함으로써 특정인과 유사한 결과물을 내놓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고향에 혼자 있는 어르신 자녀의 목소리와 대화 패턴을 학습시켜 전화나 채팅봇 등에 활용하면 어르신이 마치 자녀들과 통화하는 것처럼 만들 수도 있다.

다섯째, 생성형 인공지능과 지식 도메인을 연결할 수 있다.(생성형 AI + 지식 도메인) 농진청 농업과학도서관에 있는 모든 정보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킨 뒤 귀농인들 여건에 알맞은 농업기술을 추천할 수도 있고, 도시민이 쉴 수 있는 민박집도 추천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빈집 재배치를 통한 농촌공간계획 등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GPT는 Generative하다. 스스로 학습한 알고리즘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다른 서비스와 연결하여 또다른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활용될 수 있을지는 오직 ‘상상력’에 달려 있다.

# 김용환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산학협력교수

-챗GPT,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농업에 큰 기여할 것

농업은 디지털화가 가장 늦으면서도 타 산업에서 개발한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접목할 수 있는 산업이다. MIT 미디어랩은 컴퓨터화가 미래 농업의 핵심이라고 밝혔고 세계 최대 농기계 전문회사 존디어는 농업 기술의 핵심으로 초연결성(connected)과 지능화(smart)를 꼽았다.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워렌 버핏의 아들이자 농업분야 비영리법인 재단의 이사장인 하워드 버핏은 한 농업인에게 작물을 선택할 기회가 총 40번 온다고 그의 저서 ‘40번의 기회(40 chances)’에서 밝혔다. 전통적 농업인은 1년에 한 번 작물 선택의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다. 농업인은 오랜 기간 경험을 바탕으로 작물을 선택하고 생산성을 향상했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위치기반정보, 드론과 인공위성을 이용해 다파장 열화상 영상분석, 병해충 예측과 진단, 수확량 예측 등을 한다.

이와 같이 센서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증가하는 시점에, 챗 GPT와 같이 이용자의 특정 요구에 따라 결과를 생성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농업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농업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첫째로 정밀농업이다. 챗GPT는 날씨 패턴, 토양 조건, 작물 수확량, 해충 등 농장의 센서에서 수집된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업인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작물 종류, 재배 시기 결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작물 수확량 최적화에도 도움을 준다.

둘째로 병해충 관리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작물의 해충, 질병을 식별하고 이를 방제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제법을 제안한다. 챗 GPT는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된 이미지와 데이터를 분석해 해충이나 질병이 사람의 눈에 보이기 전에 이상징후를 식별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세 번째는 기후스마트(climate smart agriculture) 농업분야다. 챗 GPT는 날씨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후 패턴을 예측해 농업인의 적응을 돕고 탄소발자국을 줄인다.

마지막으로 지식 공유와 역량 구축이다. 농업인은 챗 GPT로 최신 연구 결과, 성공 사례, 기타 농업 정보에 접근해 정보의 비대칭에서 오는 불이익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농업인 간 정보공유도 활발해진다.

실사례로 농산업분야의 아마존을 꿈꾸는 미국의 FBN(Farmers Business Network)을 살펴보자. FBN이 농산업 플랫폼을 구축하자 농자재 공급자와 농업인 그리고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졌고 참여 농업인간 정보공유가 실시간으로 가능해졌다.

최근 FBN은 챗 GPT를 기반으로 농업분야 정보를 축적한 생성형 인공지능 상담도구인 놈(Norm)을 개발해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인공지능 기계학습과 같이 Norm 또한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확성을 개선할 수 있다. 이런 인공지능 도구가 현장의 농업전문가를 완벽히 대체하긴 어렵지만 미래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농업을 쉽고 수익성이 좋은 산업으로 이끌 것이다.

농업인에게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농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 문제는 이에 필요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미래에는 정보통신기술을 이해하는 농업인 육성과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 자본과 기술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혁신적 기술에 대한 법적 규제 완화, 농지를 농업용으로만 사용하는 농지농용(農地農用) 정책으로의 전환 등 경제 등에 영향을 주는 제도가 동기화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는 비동시화 효과(de-synchronization effect)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정책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 김유용 서울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

-ESG 관심 갖고 축산업이 지닌 사회적 가치에 주목할 때

최근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2030년까지 2017년 배출량의 24.4%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방침을 떠나 최근 환경문제는 모든 분야에서 화두다. 그 중에서도 탄소배출의 주범처럼 낙인찍힌 축산업계에서는 메탄발생을 저감시키려는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국내 전체 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농업분야에서 발생되는 비중은 경종농업 1.6%, 축산업 1.3%로 총 배출량의 2.9%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농업분야에서의 탄소저감은 분명 중요한 문제고, 미래 축산업에서는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의미에서 축산의 미래는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 축산업은 가축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목표를 두고 발전해 왔지만 한우의 사례를 보면 한국 고유축종으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생산성과 생산비보다는 고품질의 한우 사양관리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소의 성장 과정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를 줄이려는 저메탄 사료 개발 등의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양돈산업도 생산성 향상, 생산비 절감이라는 목표를 위해 달려온 지금까지의 성장방식에서 양돈장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분뇨에 대한 환경부담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금산업은 매년 발생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생산성 향상이나 생산비 절감보다는 질병의 발생 유무에 따라 농장의 수익성이 좌우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소비자들도 이제는 축산물의 안전성에 관심이 높다.

대한민국 축산업은 축산농가들의 수익성 개선에만 치중하지 말고 축산업 전체가 국내에서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는 동물복지분야까지 고려하면서 미래의 축산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전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축산업계를 비롯한 농업계가 관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ESG의 구성요소와 실천전략을 살펴보면 농산업, 농생명과학이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ESG의 구성요소들을 차례로 살펴보면 환경에 속하는 E에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물관리, 에너지관리, 저탄소전략, 환경관리 등이 포함된다. 사회에 해당하는 S에는 동등한 기회, 연대의 자유, 건강과 안전, 인권, 소비자와 생산품의 의무, 어린이 노동반대 등이 해당한다. 또한 지배구조 G에는 기업윤리, 윤리경영, 이사회의 독립, 임원의 급여, 주주행동주의 등이 포함된다. 

축산업은 이 중 환경과 가장 관련이 높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메탄사료, 즉 환경부담 저감사료의 개발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악취의 원인물질이 되는 암모니아, 아산화질소 등의 문제는 사료 중에 질소(N)를 함유하고 있는 조단백질의 수준을 떨어뜨리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연구결과에 의하면 국내 단위동물용 배합사료내 조단백질의 함량은 EU에 비해 4~5%는 높은데 사료내 조단백질 함량을 1% 줄이면 암모니아 발생은 약 10%가 감소된다. 미국이나 EU에서는 사료내 조단백질의 함량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이 사료내 아미노산의 함량과 상대적 비율을 적절히 조절해 사료생산비와 환경부담은 절감하고 가축의 생산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축산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가축의 성장이나 생산성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사료내 조단백질의 허용수준을 낮추는 사료관리법으로 조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가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다. 우리 축산업계가 미래를 위한 강력한 힘을 가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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