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 갈수록 심각…ESG 경영·청년농 육성 농업·농촌 기회요인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김동호 기자]

농어촌의 고령화와 과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제고하고 청년들의 농어촌 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농어촌의 고령화와 과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제고하고 청년들의 농어촌 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기후위기, 인구감소와 고령화, 농촌소멸 위기. 농업·농촌이 직면한 현실이다. 이런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소멸의 우려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전국 시·군·구 2곳 중 1곳은 소멸위험지역인 상황이다. 특히 2020년 22곳이었던 소멸고위험지역은 45개소로 2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농촌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는 셈이다.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대책들이 마련돼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자본시장의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나서면서 농업·농촌에도 직·간접적 영향이 예상된다.

# 양날의 검, ESG 경영

기업의 ESG경영은 농축수산업계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EU, 북미 등 선진국 그룹을 중심으로 ESG경영은 국제사회의 규범으로 자리잡은 데다 주요 국가들이 법제화를 통해 의무화하고 있어 앞으로도 ESG경영이라는 흐름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ESG경영으로 기업에 부여되는 의무가 너무 강력하기에 선진국 그룹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치러진 네덜란드 지방선거에서는 농민시민운동당(BBB)이 12개 선거구 중 8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BBB는 정부의 친환경정책에 반대하면서 농촌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확보해온 신생정당이다. EU에서는 당초 2035년부터 탄소를 배출하는 신차를 판매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나 독일과 이탈리아가 반대해 연기됐으며 미국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미국 내 18개주와 반ESG운동 연합체를 결성하기도 했다. ESG경영의 확산에 이처럼 강력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ESG경영이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는 반면 투자사에 의해 기업이 경영비가 증가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ESG경영 역시 국내 농축수산업계에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단적으로 지목되는 사례는 수산부문이다. 수산업계는 해양관리협의회(MSC), 양식관리협의회(ASC) 등 지속가능성 인증이 국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다. 국내 대형유통업체들이 자사의 ESG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같은 지속가능성 인증을 요구할 때 국내 어업인의 상당수는 판로를 잃게 될 공산이 크다. 또한 주요 선진국의 대형유통업체 등은 이미 MSC와 ASC인증을 하나의 표준처럼 요구하고 있기에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 장벽이 되고 있다. 

우려와 함께 기회요인도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스마트폰에 폐어구를 이용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아디다스와 나이키 역시 자사의 운동화 제품에 폐어구를 재활용한 소재를 사용한다. 기업의 이같은 움직임은 폐어구에 의한 유령어업을 감축시켜 수산자원이 회복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주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농업·농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 역시 기회요인으로 꼽힌다.

# 소멸위기의 농촌, 청년농 육성으로 대응

이런 가운데 농업·농촌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위기는 바로 지방의 소멸위기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국내농가는 102만3000가구, 어가는 4만3000가구(내수면 제외), 임가는 10만1000가구로 전년 대비 각각 0.8%, 1.8%, 3.0% 감소했다. 인구 역시 농가인구가 전년 대비 2.3% 줄어든 216만6000명, 어가인구는 3.2% 감소한 9만1000명(내수면 제외), 임가인구는 4.1% 줄어든 21만 명이었다. 

인구의 고령화 역시 심각하다. 농가의 고령화율은 49.8%로 농가인구의 2명 중 1명 꼴로 만 65세 이상의 고령인구인 실정이며 임가는 48.8%, 어가는 44.2%로 농림어가의 고령인구 비율은 국내 고령인구 비율 18.0%에 비해 두배를 훌쩍 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방의 소멸위기 역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3년에 국내 기초자치단체 중 소멸 고위험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으나 2014년에는 3곳, 2018년 12곳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45곳까지 늘었다. 소멸위험진입단계인 시·군·구는 2002년 7곳에서 2020년 80곳까지 늘었으나 소멸위험진입단계의 지자체가 소멸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지난해에는 다소 줄어든 68곳이었다. 

이처럼 농어촌의 고령화와 과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부에서는 지역의 활력을 제고하고 청년들의 농어촌 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 지방소멸의 우려가 있는 지자체들에 연간 1조 원씩 지원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는 지난해 6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지난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이뤄진 직제개편에서 청년농육성팀을 신설해 청년농 육성에 매진하고 있으며 2021년 시행된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청년 농어업인 지원을 위한 기본계획도 마련했다. 특히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에서 청년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연간 4000명으로 확대하고 영농창업자금의 지원 강화, 성장단계별 맞춤형 현장교육 방안도 제시했다. 

해수부는 지난 정부의 어촌뉴딜300사업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마련, 어촌의 유형에 맞는 지원대책을 통해 청년들이 수산업·어촌에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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