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식품·콘텐츠 등 서비스 대상 확대되고
개인 맞춤형으로 성장

구독자 이탈 최소화 위해
품질은 물론 다양성에 중점 둔 서비스 필요

구독경제 시장규모 4년 새 55% 성장
2020년 기준 소비자 57.2% 구독서비스 이용

소비자, 정기구매로 비용 절감·다양한 제품 경험
공급자, 구독 지속 시 안정적 수익 확보

초창기 단순 구독서비스에서 나아가
가격·배송 횟수·메뉴 등 소비자 선택 폭 넓혀
전문가·AI 활용한 맞춤 추천 서비스도 증가

식품 대기업들도 마케팅 전략으로 '구독' 활용
'e-경남몰'·'월간 농협과일맛선' 등 통해
농업계도 농업인들 판로 개척 도와

다양한 옵션 제공·위생·안전성 등
소비자 요구 부응해 만족도 높여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이문예 기자]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하나의 공식과도 같은 이 말은 유튜브에서 많은 크리에이터가 본인 채널을 홍보하고 시청자의 재방문을 유도할 때 주로 쓴다. 심지어 책이나 영화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구독(購讀)’의 의미도 처음에는 책이나 잡지 등을 사서 읽는다는 뜻이었지만 이제는 정기적으로 무언가를 소비하는 행위나 행태를 지칭하는 말로 확대돼 쓰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구독의 대상이 신문, 우유 등에서 먹거리, 서비스, 콘텐츠 등으로 크게 확대되면서 관련 시장 또한 구독경제, 구독서비스 등으로 지칭되는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구독경제 시장과 농식품 구독 서비스의 발전 방안을 살펴봤다.

 

# 구독, ‘소유가 아닌 사용

구독경제의 창시자라 불리는 클라우드 기반 구독 관리 플랫폼 주오라(Zuora)’의 창업자 티엔 추오(Tine Tzuo)2015년 경제전문지 포춘을 통해 구독경제를 소비자를 구독자로 전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제시했다. 회원제 렌터카 공유회사의 성장을 보면서 상품을 구매해 소유하는 소비행태가 줄어드는 대신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이용)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이는 소비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던 것이다.

주오라가 2019년 전세계 13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이 5년 전 53%에서 71%로 크게 늘었다.

실제 구독경제 시장은 최근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글로벌통계업체 스테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6500억 달러에서 202515000억 달러까지 매년 약 18%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구독경제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규모는 2016259000억 원에서 2020401000억 원으로 4년 동안 무려 55%나 성장했다. 2025년에는 최대 100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구독서비스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존 구독 대상의 한계가 무너지고 있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1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사용(구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는 일시불로 지불해야 하는 상품 구입비용을 사용기간에 따라 나눔으로써 절약할 수 있는 동시에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그 구성을 필요에 따라 변경해 변화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서비스 공급자 역시 구독이 지속될 경우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 식품 구독서비스, 다양한 형태로 분화·성장

식품 부문에서도 구독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용도는 높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국민 13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식품 구독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는 57.2%로 절반이 넘었고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대에서 두루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식품 구독서비스는 더욱 더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일정 제품을 받아보는 초창기의 단순한 구독서비스에서 나아가 이제는 개인의 취향에 꼭 맞춘 고도화된 맞춤형 서비스가 늘고 있다.

전문가나 인공지능(AI)이 간단한 질의응답 또는 과거 주문 이력 등을 바탕으로 제품을 추천하거나 궁합이 좋은 식음료를 함께 구성해 배송하기도 한다. 경험에 초점을 맞춰 계절별, 테마별로 색다른 제품들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그리팅은 맞춤형 건강식단을 제공하며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환자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일반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저당·칼로리·장수마을·고단백 식단을 비롯해 당뇨··신장질환 환자들을 위한 질환 맞춤 식단도 제공한다. 주당 식사 횟수와 배송 요일 등의 설정은 기본이고 일자별 메뉴 선택도 가능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와인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퍼플독은 구독 시 응답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와인을 추천한다. 매월 39000~30만 원까지 원하는 가격대를 선택하면 등급에 맞는 와인을 제공한다. 와인을 수령한 후에 설문 응답을 통해 취향에 맞는 와인을 찾을 수도 있다.

이처럼 식품 부문의 구독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식품 대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크리스피크림 도넛은 20212월 한 달간 월간 구독서비스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어 현재까지 이벤트성으로 구독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초에는 단 5일간 만원구독행사를 열어 도넛과 커피 등을 4~5회에 걸쳐 나눠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롯데웰푸드는 스낵·비스킷·초코 등을 담아 배송하는 월간과자와 가정간편식 큐레이션 서비스 월간밥상구독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달에는 교육 서비스와 여행 상품 제공업체와 협업해 각각 신규 구독자와 5월호 구독자에게 온라인 클래스 수강권과 여행 보드게임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과거 신문, 잡지, 우유 등에 국한돼 쓰이던 구독(溝瀆)이 이제는 먹거리, 서비스, 콘텐츠 등으로 크게 확대돼 농식품 시장에서도 ‘구독경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열린 ‘월간 농협과일맛선’ 브랜드 출시 기념식.
과거 신문, 잡지, 우유 등에 국한돼 쓰이던 구독(溝瀆)이 이제는 먹거리, 서비스, 콘텐츠 등으로 크게 확대돼 농식품 시장에서도 ‘구독경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열린 ‘월간 농협과일맛선’ 브랜드 출시 기념식.

농업 부문에서도 구독서비스를 적극 활용해 농업인들의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경남도는 대표 쇼핑몰 ‘e-경남몰을 통해 도내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의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협도 지난달 월간 농협과일맛선브랜드를 출시했다. 5만 원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높은 당도를 보장하는 프리미엄 제철과일 6종 내외를 한 달에 한 번 정기 배송한다. 브랜드 출시를 기념해 할인 쿠폰 제공과 홍보 부스 운영 등 대대적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 개별 참여자 연합해 규모의 경제이뤄야

농식품 업계에선 구독경제 시장이 더 큰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을 제대로 활용하고 투자 효용을 높이기 위해선 기존의 접근법에서 벗어나 구독경제의 이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독경제 소유의 종말을 쓴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센터장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구독을 통해 안정적인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는 게 이득이라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구독경제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강제적인 소유의 종말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산 농산물이나 이를 활용한 가공식품 등의 경우 수입산 농산물이나 수입 원물을 사용한 제품들과의 차별화가 가능해 더욱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며 규모가 작은 개별 참여자들이 구독경제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별 농업인이나 규모가 작은 업체들의 경우 구독경제 시장으로의 진입부터가 쉽지 않다. 온라인 플랫폼과 정기 결제 시스템 구축·운용, 인건비, 물류비용 증가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시장에 진입한 이후에도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안정적으로 구독자수를 유지하는 데는 꽤 많은 비용이 다시 투입돼야 한다.

한때 식자재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다 중단한 한 업체의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동일 상품을 배송하는 경우엔 문제가 없겠지만 업체가 임의 추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 소비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매달 새로운 상품의 선정과 배송, 소비자 불만 응대 등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아 구독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정부가 몇몇 민간과 지자체의 온라인 몰에서 구독경제관을 시범 운영하며 소상공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취지와 달리 구독경제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단순한 온라인 몰의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 센터장은 일본 도쿄의 경우 미용실 1000개 이상이 연합해 구독멤버십을 만들어 같은 업종끼리 경쟁하기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정기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에 그치기보다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거나 지역 연합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등 소비자 중심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재 다수의 구독경제관에서는 참여 농업인이나 업체 각각의 상품을 따로 구독하게 돼 있다. 전 센터장은 이를 묶어 종합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멤버십을 만들거나 대도시의 경우 지역 단위 연합의 이점을 살린 하이퍼-로컬(Hyper-local, 동네 생활권) 구독서비스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독경제 확대를 위해선 제품과 서비스를 단순히 모아두는 온라인 플랫폼 형식에서 벗어나 구성과 혜택의 다양성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독경제 확대를 위해선 제품과 서비스를 단순히 모아두는 온라인 플랫폼 형식에서 벗어나 구성과 혜택의 다양성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소비자 눈높이에서 만족도 제고해야

구독서비스의 성공적 안착 여부는 구독 이탈자 관리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구독자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가격과 품질 제고는 물론 다양한 경험과 서비스 제공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맥킨지앤드컴퍼니가 2018년 미국의 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설문 조사 결과에선 구독서비스 가입자의 3분의 1 이상은 3개월 이내에, 절반 이상은 6개월 이내에 서비스를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키트는 가입 초기 6개월 안에 60~70% 이상이 구독을 취소했다.

제공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빠르게 구독을 취소했으며 특히 밀키트와 같이 유사 상품이 다수인 경우에는 더 쉽게 구독을 취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온라인을 통한 구독서비스는 기존 농식품 구매와 달리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냄새를 맡아볼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단순히 사진이나 그림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제품의 크기, 당도, 모양, 개당 가격 등 다양한 기준으로 자세한 설명이 있어야 소비자가 제품을 받아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최근에는 소비자도 온라인을 통해 가격 정보를 쉽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농산물도 제품의 신선도와 균일성 등은 물론 구성에 따른 가격 정보를 보다 소상히 해야 한다자세한 정보 제공과 구성에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철저한 품질관리, 나아가 신속한 사후처리까지 이뤄져야 구독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와 만족도가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엔 추오 CEO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고객 이탈이라며 고객과의 일대일 관계 맺음 등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위한 핵심 요소로 개별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지목하며 관계를 파는 구독 서비스에 있어서 가격적 측면에서의 가성비와 가치·만족 측면에서의 가심비, 상품이나 서비스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 화제성·안심·위생 등 다양한 요구 부응해야

구독서비스에 있어 품목과 서비스 제공 방식의 다양화도 강조된다.

식품 구독서비스의 구독 취소 사유는 역으로 구독서비스 이용 사유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aT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식품 구독서비스 이용자들은 편리한 배송’, ‘비용 절약에 이어 다양한 제품 경험을 이용 사유로 꼽았다. 편리성과 비용만큼이나 다양한 제품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소구력을 갖는 셈이다.

이 같은 '다양화'의 중요성은 구독서비스와 유사한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는 온라인 가정간편식(HMR) 제품의 변화 양상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농식품분야 구독서비스라 할 수 있는 꾸러미사업은 동일 제품이 계속 배송된다는 불만이 있었다반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배송되는 냉동도시락은 초기에는 단순히 동일 제품의 6개들이 묶음이었지만 지금은 같은 일주일 구성이라도 매일 다른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동일한 제품이 반복적으로 배송되는 구독서비스는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기 어려워 다음 배송시기가 다가옴에도 가정 내에서 충분한 소비가 이뤄지지 않아 재고가 쌓이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효용을 감소시키고 서비스 만족도 저하를 초래해 구독 취소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구독서비스의 제품 구성에서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소비자의 다양한 경험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농식품 구독서비스가 단순히 식재료를 배송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제성이 있는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그는 농식품 구독서비스가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만을 보내기 보다는 가정간편식 형태로 재료로 보내는 밀키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화제성이 있는 요리법(레시피)과 함께 누구나 조리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된 농식품 재료를 보내줌으로써 소비자의 다양한 관심과 흥미까지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공장에서 밀키트를 제작하는 과정을 실시간 송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 소비자의 위생과 안전성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신뢰도도 굳건히 할 수 있다고 부언했다.

양 교수는 매일 같은 음식을 해주면 아이들은 유튜브 등에서 본 인기 음식, 화제성 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기 마련인데 가정에서 이러한 음식이 무엇이며 어떻게 만드는지 등에 대해 아는 경우가 많지 않다화제성이 있는 음식의 요리법을 영상 등을 통해 함께 안내하고 각광받는 지역 음식을 소개한다면 소비자는 물론 농업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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