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관리 시간 절약·컴퓨터로 가축건강 체크 등 '디지털 농업기술 시대'

[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박세준 기자]

생산, 유통, 소비 등 농축산물 관련 데이터를 디지털 형식으로 수집, 저장, 관리, 결합, 분석·공유해 의사결정 기능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농업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생산, 유통, 소비 등 농축산물 관련 데이터를 디지털 형식으로 수집, 저장, 관리, 결합, 분석·공유해 의사결정 기능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농업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챗GPT의 미래 농업에 대한 개괄적인 전망을 뒤로하고 보다 자세히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우리나라는 농업인구 감소, 고령화, 자유무역 협정에 따른 수입 농·축산물 증가 등으로 농축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디지털 농업’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농업이란 생산, 유통, 소비 등 농축산물 관련 데이터를 디지털 형식으로 수집, 저장, 관리, 결합, 분석·공유해 의사결정 지능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에서는 최근 ‘스마트팜 다부처 패키지 혁신기술개발’ 연구사업을 통해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디지털 농업 기술을 추진하는 등 전통적인 농업에서 디지털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농·축산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사례를 통해 디지털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 디지털 기술로 ‘고객 맞춤형 축산물’ 생산 

이미 축산업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우선 양돈 분야에서는 ‘오토폼’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오토폼은 대형 초음파 기기로 돼지가 부분육으로 절단되기 전에 16개의 초음파 센서로 몸체를 5㎜ 간격으로 측정하면 전신의 근육과 지방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오토폼 기기를 이용하면 자르지 않고도 돼지고기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 맞춤형 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 돼지 등급 판정에 가장 중요한 등 지방 두께는 물론 살코기와 지방의 비율, 삼겹살의 근간지방 비율, 상품화할 수 있는 주요 부위별 무게 등을 자동으로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토폼 기기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근간지방 비율을 낮춘 ‘슬림 삼겹살’을 들 수 있다. 근간지방은 살코기 사이사이에 끼여 있는 지방을 가리키는 것으로 기존에는 육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근간 지방도를 측정했다면 이제는 기술 발달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지방 함량에 맞춰서 상품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슬림 삼겹살은 건강관리를 위해 지방보다는 단백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일반 삼겹살 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농장주들도 과거에는 등지방 두께와 육색으로 판정하는 등급에 따라 장려금을 받았다면 요즘은 고객 선호도가 높은 근간지방 비율의 삼겹살을 많이 출하할수록 더 높은 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양돈농가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가축 건강, 이제는 컴퓨터 눈으로 본다 

이와 함께 데이터, 인공지능, 수의학의 기술을 집약한 스마트팜 플랫폼 ‘팜스플랜’이 있다. 

팜스플랜은 한국축산데이터가 개발한 기술로 농가들이 갖고 있는 기존 장비를 활용해 가축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해서 건강상태를 개선하는 솔루션이다. 지금까지는 농장주의 눈으로 가축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면 이제는 카메라를 달아 컴퓨터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는 “팜스플랜은 질병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으로 예방학적 관점에서 접근해 가축의 건강을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라며 “이제는 약을 많이 쓰고 노동력을 많이 투입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가성비 높은 건강관리 솔루션이 핵심인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지털 축산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디지털 축산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초 자료가 되는 데이터가 수집돼야 하지만 가축의 상태 정보를 수집하는 기반기술이 아직 미비하기 때문이다.  

김종복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농업연구관은 “디지털 축산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보통신기술(ICT) 장치 표준화와 영상·발성음 기반의 가축 생체수집 기술 등의 기반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ICT 장치 데이터의 종류·형태·전송방식 등의 표준화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면 서로 다른 농가에서 서로 다른 업체의 장치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고 비교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 디지털 기술로 농장관리 시간 절약 

농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생산, 소비, 유통 등 농업 활동의 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수집해 빅데이터로 만들고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를 분석하며 최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스마트농업 실현의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컬티랩스는 농장 재배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컬티데이터’, 농장 내 작업정보와 경영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컬티매니저’, 작물생육정보 수집·진단·분석하는 ‘컬티그로스’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컬티랩스의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통해 농업인들은 전통적인 경험·직관에 의존하는 농업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정밀하고 예측가능한 농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곽철순 컬티랩스 이사는 “컬티랩스의 서비스를 통해 농업인은 농장관리에 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절약한 시간으로 작물생육, 유통·마케팅 등에 더 신경 쓸 수 있어 생산량이나 매출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컬티랩스는 내년 ‘컬티네비’라는 이름의 솔루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컬티네비는 컬티랩스의 컬티데이터, 컬티매니저 등의 정보를 종합해 환경→생육→작업이 이어지는 하나의 시나리오 정보를 생성하고 이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영농보고서를 제공, 더 나아가 전문컨설턴트의 영농컨설팅 서비스까지 지원한다.

# 클라우드 기술로 농업 데이터 확보 

데이터가 디지털 농업의 기반이라면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등의 네트워크 기술은 기반을 구축하는 수단이다. IoT란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정보를 상호소통하는 기술이며 클라우드란 사용자의 데이터나 프로그램을 인터넷상의 서버에 저장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안은기 유비엔 대표는 “디지털 농업에선 데이터가 기반이 되지만 데이터 농업을 하는 수단으로서 클라우드 인프라가 중요하다”며 “농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분야에선 IoT가 밑바닥 데이터를 수집하고 클라우드 인프라에 데이터가 모이면서 디지털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네덜란드의 프리바 등 세계적인 스마트팜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 솔루션을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다.

유비엔은 국내 최초로 분산처리 클라우드형 스마트팜 시스템인 ‘팜링크’를 개발했다. 300여 농가에 설치되며 안정성을 입증한 팜링크는 유비엔이 개발한 무선주파수(RF) 기반의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해 통신비 부담과 온실구조·지형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

또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해 사용자가 네트워크에 접속하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든 안전한 데이터 이용과 제어가 가능하며 효율적인 빅데이터 수집·분석·관리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발전과 스마트팜 정책수립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팜링크의 클라우드에는 매일 700만 건 이상의 RAW데이터(미가공 데이터)가 쌓이며 누적 RAW데이터는 53억 건에 이른다.

# 디지털 농업 전환, 전문인력 확보가 관건 

현장 기업인들은 원활한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전문인력 확보를 강조했다.

곽 이사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사람으로 AI나 빅데이터 분석 전문 엔지니어가 더 필요하다”며 “능력 있는 사람을 영입하거나 신규직원을 교육하는 데도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고 털어놨다.

특히 능력 있는 개발자 영입경쟁이 치열해지고 영입에 성공하더라도 농업 용어 등을 교육하는 데도 시간이 걸려 인재 영입·교육 비용이 부담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는 스마트팜 부문 인력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10월 석사급 스마트농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계약학과 신설, 재직자 맞춤형 전문교육 확대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신기술에 대한 정부 연구·개발(R&D) 지원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안 대표는 “정부의 R&D 지원정책이 우리 농업이 나가야 할 방향, 발전된 기술을 지향할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며 “지원사업, 과제 등을 통해 농업계가 신기술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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