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바 있다. 당시 6.25 전쟁 이후 먹고 살기도 힘든 아시아의 작은 국가가 DAC에 가입한 것에 전 세계가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반세기가 넘는 국제원조 역사를 보더라도 원조 수혜국이 원조 공여국으로 바뀐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농업·농촌개발의 경험을 개도국에 전수해 개도국의 농가소득 향상과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에 기여해 오고 있다.

특히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코로나19 유행 등 다양한 국제적 현안으로 전 세계가 유례없는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농업 분야 개발 협력을 통해 2030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하는 동시에 식량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국가로서 농업발전 성과를 전 세계에 확산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도 지난 1월 제5차 무상개발협력전략회의를 통해 농업 분야 공적개발원조(ODA) 추진전략안을 확정하고 전 부처 농업 ODA 규모를 오는 2027년까지 2배 확대한다는 목표하에 개발도상국 수요와 우리의 외교정책을 고려해 국가별·지역별로 지능형농장(스마트팜디지털농업 확산, 쌀 생산 역량강화 등 차별화된 협력 분야를 설정해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돼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바로 G7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초청국들이 회복력 있는 세계 식량안보를 위한 히로시마 행동 성명을 채택하고 긴급한 식량 위기 대응, 미래 식량안보 위기 대비, 회복력 있는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지를 모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20G7 정상회의 식량·보건·개발·양성평등 확대 세션에 초청국으로 참석해 글로벌 식량안보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향후 책임감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글로벌 식량안보 강화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임을 전 세계에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우선 내년부터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인도적 쌀 지원 규모를 올해 5만 톤 대비 두 배 수준 많은 10만 톤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18년 식량원조협약(FAC) 가입 이래 매년 쌀 5만 톤을 식량위기국의 난민과 이주민 등 300~400만 명에게 지원해 왔던 것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아세안+3 비상 쌀 비축제(APTERR)’ 기여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APTERR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일 간 재해 등 식량 위기에 대비해 사전에 쌀을 비축하고 비상시 지원하는 협약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APTERR을 통해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라오스, 캄보디아 등의 5개국에 총 19000톤의 쌀을 지원해 왔다.

더불어 한국형 라이스벨트(K-Ricebelt)를 통해 세네갈·감비아·기니·가나·카메룬·우간다·케냐 등 아프리카 7개국에 통일벼 기반 다수확 벼 종자를 생산·보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주고 연관 산업과 인프라도 포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아프리카형 벼 종자 2000여 톤 시범생산을 시작으로 2027년부터는 7개국에서 매년 벼 종자 1만 톤, 223000ha를 재배할 수 있는 종자를 생산·보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3000만 명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며 지난 20195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국제농업협력(ODA) 포럼을 취재하면서 당시 길버트 호웅보 IFAD(국제농업개발기금) 총재가 전 세계에 호소했던 말이 생각난다. “남녀노소 그 누구도 굶주리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개발 목표 그 이상이며, 우리의 도적적인 의무임에도 2010년 기준 82000만명이 만성적인 영양부족에 고통받고 있을 정도로 우리는 기아·영양실조 퇴치를 달성치 못할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코로나19와 러·우 전쟁, 이상 기후 등으로 2021년 전 세계 식량 가격은 22% 급등한데 이어 지난해도 14.3% 더 증가했다. 이로 인해 유엔은 전 세계 기아 인구가 8억 명에 달하는 등 많은 국가들이 식량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하고 있다.

농업은 세계 경제의 근간이며, 인간의 건강한 삶과 영양,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 산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책임감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이같은 ODA 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돼 과거 가난하고 헐벗었던 시절의 빚을 국제사회에 갚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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