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투명성 제고는 협상 의제에서만 유효한 것 아냐…

일정 수준 비밀 준수도 필요하겠지만 이해관계자에 적절히 알려 균형찾는 것도 중요

지난주 내내 싱가포르에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제3차 공식협상이 계속됐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2차 협상도 1주일 꼬박 협상이 계속됐다. 이번에는 하루가 더해져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8일간 협상이 계속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는 27일에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IPEF 각료회의가 예정돼 있다. 숨 가쁜 협상 일정이 아닐 수 없다. 
 

IPEF 협상의 이와 같은 빠른 전개는 조만간 타결이 가까웠음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협상 참여국 간 큰 이견이 없는 공급망(supply chain) 부문은 이달 각료회의에서 조기 타결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하긴 미국은 IPEF 출범 당시부터 오는 11월 아시아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추어 IPEF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니 현재와 같은 빠른 협상 속도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빠른 만큼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무슨 내용이 논의되는지에 대한 검토도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데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일정과 간략한 발췌 말고는 어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이 도통 없다. 협상 내용에 대해서 비밀을 엄수하기로 참가국 간 합의했다는 설명으로 이 모든 상황이 정리된다. 그동안 관계부처를 드나들며 인간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맺었던 기자들조차 협상 내용에 대해 일언반구 없는 공문원이 야속하다. 어떤 공무원은 이 어색함을 모면해 아예 자리를 피한다고 한다. 우리 협상단들은 정말 모범생들이다. 
 

IPEF에서 논의되고 있는 4개 의제(pillar) 가운데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공급망과 무역(trade)이다. 공급망이야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중요한 물품의 공급단절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을 겪었고 이를 안정화하자는 것이니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특히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료곡물의 안정적 공급은 우리 농업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이를 안정화하는 것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농업이 논의되는 무역 의제는 신경이 쓰인다. 물론 관세 감축 등 시장접근이 논의되고 있지 않아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통관에 적용되는 규범이나 제도를 다룬다니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동식물검역이나 농생명공학제품의 국내 판매 허용과 관련하여 투명성 제고가 논의된다고 한다. 검역 과정이나 인증 절차에서 모호한 또는 알기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공개하고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운영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이의제기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논의 핵심이다. 투명성을 높이면 자연 인위적인 개입이 줄어들고 그만큼 예측 가능성을 높여 제도가 그만큼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수긍이 간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을 위해 협상까지 하고 있는데 정작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불투명하다. 협상 결과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자가 IPEF에서 무엇이 논의되고 어떤 영향이 예상되는지를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다. 통상을 담당하는 부서는 협상 준비에 바쁘다는 말로 이 모든 상황을 피해 나간다.

투명성 제고는 협상 의제만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협상 전략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비밀 준수도 필요하겠지만 이해관계자들에게 적절히 알려 균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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