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 식량산업 한계 극복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
농가·식품업계 관심 UP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가루쌀이 우리나라 쌀산업, 나아가 식량산업이 처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가루쌀이 산업화에 성공할 경우 그동안 선언으로만 그쳐 왔던 식량자급률을 제고하고 만성적 쌀 공급과잉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정부가 가루쌀 산업화를 위해 본격적인 정책역량을 펼치는 첫해다. 이에 올 한해 산업 인프라 확충을 통해 가루쌀이 새로운 식량안보의 모델로 자리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가루쌀이 갖는 의미와 장점, 그리고 정책 추진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 ‘쌀 수급 균형·식량자급률 제고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가루쌀

가루쌀은 쌀 수급 균형식량자급률 제고라는 우리나라 식량정책의 기본방향과 맞닿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21년 기준 44.4%로 곡물별로는 쌀 84.6%, 1.1%, 23.7% 등으로 쌀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자급구조가 취약하다. 반면 곡물 수요량은 1970883만 톤에서 20212266만 톤으로 크게 늘면서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같은 기간 80.5%에서 20.9%로 크게 낮아졌다. 결국 매년 1800만여 톤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물류제한, 환율 상승, 국제정치 리스크, 기후변화 등 대외적인 충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주곡이었던 쌀 마저도 식생활 변화 등으로 밥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수요대비 초과공급되는 상황이 반복돼 쌀값의 불안정성도 높아졌다.

이 같은 우리나라 식량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가루쌀이다. 논에 밥쌀 대신 식품원료로서 부가가치가 높은 가루쌀 등을 재배, 궁극적으로 쌀 수급의 균형을 이루고 타 작목으로의 전환을 통해 식량자급률도 제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다양한 장점으로 농가·식품업계 관심 UP

가루쌀은 기존 밥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쌀이다. 가루쌀의 대표 품종은 바로미2’로 변화하는 식품 소비문화에 맞춰 면, 빵 등 국민이 즐기는 먹거리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국산 식품 원료이기도 하다.

과거 쌀가루를 만들기 위해 개발했던 한가루’, ‘미시루’, ‘신길등의 품종과는 다른 벼 품종으로 수원542’조평품종을 분자육종기술로 교배해 탄생한 조생종(이모작용) 품종의 쌀이다.

가루쌀의 장점은 다양하다. 우선 벼 재배 경험과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밥쌀 대신 재배가 수월하다. 또한 6월 말에서 7월 초 늦은 모내기에 특화돼 겨울철 밀 생산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가루를 내어 가공하기에 유리해 식품원료로서 확대 가능성도 크며 최근에는 시범 생산 결과 대규모 제분에 유리해 대량산업화는 물론 식품업체로서는 가공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루쌀의 다양한 특성에 농가와 식품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올해 처음 시행되는 전략작물직불제 참여신청을 받은 결과 논에 전략작물인 가루쌀 재배를 신청한 농가의 면적은 당초 목표했던 2000ha를 달성하기도 했다. 식품업체 역시 올해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을 수행할 식품업체를 공모한 결과 총 77개 업체가 108개 제품 개발을 신청하며 7.2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가 지난 427일 서울 양재동 소재 aT센터에서 개최한 가루쌀 미래비전 선포식에는 농업인과 식품업체 등 각계각층의 관계자들이 참석, 가루쌀의 가치와 가능성을 공유하며 가루쌀 산업 활성화에 뜻을 모으기도 했다.

 

# 가루쌀 산업 생태계 조성에 정책 역량 집중

농식품부는 2026년까지 20만 톤의 가루쌀 생산을 목표로 연도별 식품업계의 수요 확대에 맞춰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하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생산부문은 전문재배단지 조성 전략작물직불금 지급 지속확대 정부 지속매입으로 원료 안정공급 등에, 소비부문은 식품업체의 새로운 제품개발 지원 지역빵집의 신메뉴 개발 지원 가루쌀 연구개발(R&D) 과제 투자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가루쌀 산업 활성화의 원년인 올해는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전문 생산단지 2000ha를 조성해 1만 톤을 생산하고 현장기술지원단 운영을 통해 고품질 원료 생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여기에 전략작물직불금도 신규 운영·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유통과 관련해서는 생산된 가루쌀은 정부가 전량 매입·판매해 초기 산업화를 지원하고 소비 기반 확충을 위해서 올해 48억 원 수준의 재정을 투입해 가루쌀 제품화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더불어 대중식품제조산업, 중간소재산업, 지역베이커리 등 가루쌀 산업 네트워크를 구축,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동 마케팅도 기획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가루쌀은 건강과 환경에 기여하는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새로운 식품소재로, 가루쌀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김정희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

가루쌀, 밥쌀 재배면적 줄이고 국산 쌀 활용도 높여 식량정책 목표 달성 기대

정부는 식량안보를 농정의 핵심과제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가루쌀 산업화를 통해 우리나라 식량산업의 구조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미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식량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정희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으로부터 가루쌀 관련 정책의 필요성과 추진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호 농정이기도 하다. 그 배경과 필요성은.

우리나라 식량정책의 가장 큰 과제는 쌀의 수급 균형을 달성하고 식량자급률을 제고해 식량주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식품 원료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물류, 주요국의 수출 제한, 기후 위기 등 대외 이슈에 민감도가 높다. 더불어 식습관이 크게 변하면서 밥쌀 소비가 점차 감소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지난해 56.7kg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벼농사의 높은 기계화율 때문에 대체 작물로의 전환은 더딘 편이다.

따라서 가루쌀은 밥쌀 재배면적을 줄이는 동시에, 국산 쌀의 활용도를 높여 식량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 쌀가루는 과거에도 관심이 컸지만 제대로 시장에 안착되지는 못했다. 이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와 지금의 상황은 무엇이 다른가.

국내 쌀 가공식품산업과 전세계 글루텐프리 시장은 성장 중이며, 국내에서도 아토피, 소화 기능 저하 등으로 맛있고 건강한 식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쌀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기존의 쌀 가루는 밥쌀을 물에 불려 빻는 습식 제분으로 생산돼 제분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비용 소요가 크다.

반면 가루쌀은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특징을 지닌 새로운 쌀의 종류다. 밥쌀과 달리 밀처럼 전분 입자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있다. 이에 대규모 건식 제분이 가능하고 제분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실제 지난 3월 대형 밀 제분 설비로 제분한 결과 전분 손상이 적고 입자가 매우 고운 가루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제분의 규모화를 통해 제분 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딱딱한 밥쌀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습식 제분 시 원료의 4~5배의 물이 사용되지만 가루쌀은 제분 시 물에 불릴 필요가 없어 환경 부담을 완화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 가루쌀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 왔던 주요 성과를 꼽자면.

가루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가루쌀 안정생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전략작물직불제도를 법제화했다.

올해 가루쌀 전문생산단지 2000ha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95ha에 비해 20배 이상 증가한 규모로 38개 생산단지의 1200여 농가가 참여하게 된다. 지난해 12월부터 파종, 육묘, 이앙 등을 교육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가루쌀 재배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내년에는 1ha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략작물직불제를 농업농촌공익직불법에 법제화해 올해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성과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업들이 이뤄졌으나 쌀 수급이 안정되면 지원이 중단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전략작물직불제를 법적 근거하에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시행 첫해임에도 지난 424일 기준 농업인 9만여 명이 13ha 이상 신청, 이미 목표했던 127000ha를 초과 달성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는 식품업계가 가루쌀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 가루쌀의 소비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중화를 위해 15개 식품업체와 협력해 소비자 수요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평가도 받겠다.

또한 지역 베이커리 20개소에서 가루쌀을 활용한 신메뉴 40종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등 소비자와의 접점도 확대해 나가겠다.

이와 관련 가루쌀의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한 2개의 연구개발(R&D) 과제도 추진중이다. 식품업체 5곳도 과제에 공동으로 참여해 제품화 연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소비 기반 확충을 위해 가루쌀 활용 제품에 대한 온·오프라인 홍보를 적극 지원하겠다.

가루쌀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춰가면서 가루쌀 산업을 활성화해 현재 44.4% 수준인 식량자급률을 202755.5%까지 높이겠다. 더불어 2026년까지 가루쌀 20만 톤 생산을 통해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

 

# 농업인과 식품업계에 전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가루쌀은 식품업계와 농업계의 상생이 가능하므로 농업인들은 새로운 식품을 만들 수 있는 우수한 품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생산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식품업계 역시 가루쌀과 국산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진정한 케이-푸드(K-Food)’를 만들어 세계에 선보여 줄 것이라 기대한다. 정부도 가루쌀 산업을 활성화해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논 기반을 유지하면서 밥쌀 과잉 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수축산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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