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조선 후기 실학자인 박지원은 열하일기에 실린 허생전에서 허생이 1만 냥으로 조선의 농산물 시장을 독점해 좌지우지하는 내용을 통해 당시 유통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렇다면 박지원이 살던 때로부터 200년 이상 흐른 오늘날의 대한민국 농산물 시장은 어떠한가.

‘2021년도 농수산물도매시장 통계연보를 보면 농산물을 취급하는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의 54.8%, 거래금액의 52.9%를 상위 4개 도매시장이 소화하고 있다. 특히 전국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은 전체 거래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수도권으로 올라가 거래된 후 다시 지방으로 분산된다. 이 과정에서 운송비용이 발생하고 농산물의 품위 하락, 손실은 필연적이다.

더불어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 역시 팽배하다.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 많은 국민들이 과도한 유통단계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상승하고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농산물 유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제고 하기 위해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를 위한 3대 전략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농산물 거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농식품부는 11월 출범을 목표로 온라인 도매시장 개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정부와 농산물 유통 주체들은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농협 온라인농산물거래소, 공영도매시장 온라인 경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이버거래소 등을 운영했지만 큰 역할을 하지도,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했다. 기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보다 더 큰 노력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책상을 떠나 산지의 생산자부터 시장의 상인, 소비자에 이르는 여러 주체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그들의 상황과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당장의 성과에 목매달기보다는 마지막 기회라는 자세로 세심하고 철저하게 추진해 농업인은 정당한 땀의 대가를 받고 유통인은 합리적인 수익을 올리며 소비자는 수긍할 수 있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 개설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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