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만 한경국립대학교 농업과학교육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온실가스 문제, 특정분야 문제로 귀결하기 보다

이제 농축산업이 에너지·환경·소재 등 타 산업부문과 연계 노력 절실한 때

“소가 자동차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라는 주장이 있다. 뉴질랜드는 2025년부터 세계 최초로 농장에서 기르는 가축의 트림과 배설물에 온실가스 배출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결국 소와 같은 가축이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이고 청정국이라 알려진 뉴질랜드도 가축에서 유래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하니 우리나라 축산도 가축 사육마릿수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하루빨리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가 등장한다. 
 

이러한 논리가 축산인들의 위기감 조성과 탄소중립에 대한 실천의지를 고취시킨다면 좋은 일이지만 축산 현장에서는 “왜 우리만 가지고 그래?”라는 반발과 “이제 축산은 접어야 하나?”라는 축산의지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소 사육마릿수는 한·육우·젖소를 다 합쳐서 약 350만 마리 정도인 반면 자동차의 수는 약 2320만대로 실질적인 국가 온실가스 발생량에는 자동차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뉴질랜드는 인구가 약 500만 명이지만 소는 1000만 마리, 양이 260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정도가 뉴질랜드 근간 산업인 농축산업에서 배출되고 있다. 
 

우리나라 농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국가 발생량의 약 2.9%라는 점을 상기하면 뉴질랜드는 우리나라보다 축산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이 그만큼 시급하다. 필자는 지금에 와서 축산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문제를 특정 분야의 문제로 귀결하기보다 이제는 우리나라 농축산업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축산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경축순환농업, 저메탄사료, 저단백사료, 가축분뇨 에너지화 등 다양한 길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축산업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을 근래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부문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산자부는 2021년 발전분야 탄소중립 추진의 일환으로 수입 목재펠릿 사용 저감과 국내 미활용 바이오매스 고체연료의 활용 촉진을 위해 2025년부터 수입산 목재펠릿에 발급되던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의 일몰을 계획했다. 2021년 바이오혼소발전 민간 3사인 SGC에너지, 한화에너지, OCI SE와 수입 목재펠릿의 REC 일몰에 합의하는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들 민간 3사의 발전시설에서는 연간 약 160만 톤의 수입 목재펠릿이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국내 공공 운영 중인 영동, 태안, 하동, 삼척 발전소에서도 연간 약 120만 톤의 목재펠릿이 혼소용 발전연료로 활용된다. 
 

이에 반해 기존 수입 목재펠릿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목재펠릿 생산량은 2021년 연간 65만8000톤에 그쳤다. 이러한 산자부의 발전부문 탄소중립 정책이 우리나라 축산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로 활용하는 경우 기술적으로 혼소발전에 이용할 수 있는 가축분뇨 고체연료 생산 잠재량은 연간 약 256만 톤으로 조사됐다. 국내 사육 중인 젓소 만으로도 연간 약 62만 톤의 가축분뇨의 고체연료 생산이 가능하다. 가축분뇨가 목재펠릿보다 낮은 발열량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발열량을 고려하더라도 미래에 국내 혼소발전에서 요구하는 상당량의 발전연료 수요를 가축분뇨 고체연료가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산자부는 2021년 수입 목재펠릿 대체 시장규모를 기존 민간발전 3사의 발전설비 수명(11년)을 고려해 총 2조6000억 원 규모로 추산한 바 있다. 이는 국내 혼소발전 산업과 연계해 가축분뇨 고체연료 산업을 활성화할 경우 고스란히 우리나라 축산의 몫이 될 수 있다. 기존에 축산분야 탄소중립의 핵심 방안으로 꼽히는 가축분뇨 바이오가스화 산업도 알고 보면 축산과 분산형 발전산업을 연계하는 것이다. 
 

우리 농축산업의 탄소중립 위기 극복을 위해 에너지, 환경, 소재 등 타 산업부문과의 연계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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