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월령 단축, 생산성 높이고 개정된 등급기준 '근내지방도' 새로운 기회로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한우산업도 올해 한우 사육 마릿수가 평년보다 13% 이상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쏟아지면서 역대 최대 사육마릿수 기록이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한우 사육 마릿수는 363만 마리로 가임암소가 168만2000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도축 마릿수가 증가하면서 한우 도매가격은 연초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한우 할인 행사로 가격은 보합세에 접어들었지만 한우 평균 도매가격 kg당 1만5000원대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곡물가격인상으로 인한 사료가격 인상은 농가들의 최대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생산비는 오르고 한우 도매가격은 떨어지는 절체절명의 위기속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최고 등급으로 돈을 버는 한우농가들의 사례는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우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부의 대책과 사양관리 방법을 알아보고 나만의 비법으로 위기를 타개하고 있는 농가 사례를 통해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의 미래방향을 모색해봤다.

# 출하월령 단축으로 생산성 향상 극대화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6월 ‘소 사육방식 개선 시범사업’ 착수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소 사육기간 단축 등 사육방식 개선 사업의 첫 삽을 떴다.

농식품부는 소 사육방식이 등급향상과 맛, 풍미 등을 이유로 사육기간이 장기화되고 곡물사료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고투입·장기사육 구조가 고착화 돼 생산비가 증가, 농가는 물론 소고기 가격 부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육우의 사육기간은 2000년 평균 23개월에서 2010년 28개월로 늘어났고 2020년에는 평균 30개월로 조사됐다. 이는 환경측면에서도 장기사육 방식으로 분뇨와 온실가스 발생량이 증가하면서 환경부하 가중이 심화되는 등 장기적으로 사회적 후생과 국내 소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결론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소 출하월령을 30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할 경우 마리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5% 감소하고 사료비는 약 100만 원 절감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최종 시험성적 등을 바탕으로 소 단기사육 모델을 마련하고 2025년까지는 농가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정부에서는 한우 사료비를 줄이는 ‘자가 사료 제조기술’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식품 부산물, 부적합 수입식품 등의 재활용 확대를 위해 홈페이지 등을 활용해 식품업계와 한우농가, 완전배합사료(TMR) 공장 등이 연계되는 ‘사료자원 재활용 플랫폼(가칭)’을 올해 상반기 내 구축하고 농촌진흥청 프로그램과 중개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 최고급 한우로 ‘승부’

2019년 12월 1일부터 소고기 등급기준이 개정되면서 1++ 등급에 한해 근내지방도 9,8,7이 병행표시되기 시작했다. 새롭게 표시된 근내지방도는 한우농가들의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거세우 연도별 육질등급별 경락단가에 따르면 2018년 1+등급은 평균 1만9271원이고 1++ 등급은 평균 2만739원으로 등급간 차이가 1500원이었지만 지난해 1+등급은 2만674원이고 1++등급은 2만3571원으로 등급간 가격차이가 3000원 정도로 등급기준 개선 후 1+등급과 1++등급의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1++ 등급이어도 근내지방도에 따라 경락단가가 크게 차이가 나면서 No.9에 주목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료업체들은 근내지방도를 높이는 비결로 육성기 조농비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질의 조사료를 6개월령 이후부터 급이해 골격을 발달시키고 배통만들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기이유와 조기거세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상의 근내지방도를 위해서는 비육밑소의 체형과 체중을 고려하고 비육개시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좋다”며 “화우의 경우 비육중기인 15~22개월부터 비타민 A를 조절하는데 이런 것들을 고려해 비육개시 시점을 앞당기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호년 화산골 농장 대표는 큰 아들에 이어 막내아들까지 함께 삼부자가 농장을 운영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황호년 화산골 농장 대표는 큰 아들에 이어 막내아들까지 함께 삼부자가 농장을 운영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사례 1] 화산골농장

-올인원 사료로 관리 간소화…규모화·전문화로 경영효율 높여 

전북 완주 화산면에 위치한 화산골 농장은 5개 농장 800마리 규모의 한우를 생산하고 있는 대규모 농장이다. 황호년 화산골 농장 대표는 20여 년 간의 축산 인생을 고스란히 녹여 농장을 규모화하고 새로운 사양관리 기술을 농장에 접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5개의 화산골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갈수록 농장 운영에 힘이 부쳐 새로운 변화를 위해 전구간 올인원 사료인 선진 ‘원피딩500’을 도입했습니다. 시범농장을 1년 여간 지켜보고 5개 농장의 사료를 모두 올인원 사료로 교체해 사료 관리를 간소화시켰습니다.”

황 대표는 과감한 사료교체와 함께 든든한 지원자인 첫째 아들 황대성 씨를 농장 경영에 합류시켰다. 큰 아들 대성 씨는 대학원에서 축산경영을 연구하며 본격적인 농장운영을 하고 있다. 

“농장이 규모화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장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큰 아들이 농장경영에 합류하고 본인이 공부한 축산 전문지식을 농장에 적용해보며 농장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우가격이 하락하고 생산비가 오르면서 한우산업의 위기를 운운하지만 황 대표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올 연말 농장 규모를 조금 더 확장할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해서는 농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농장관리를 용이하게 하고 농장경영은 보다 전문화해야 합니다. 전구간 올인원 사료로 변경하면서 월령에 따른 사료주문 계획이나 배송 후 정리 작업은 사라졌습니다. 대신 사양관리에 보다 힘쓰고 아들의 전문성을 경영에 접목시켜 농장의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막내 아들이 올해 축산학과에 입학했는데 막내아들까지 합류해 삼부자가 함께 농장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한우산업이 위기라고 하지만 삼부자의 미래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병식 대식농장 대표(왼쪽)가 지인과 함께 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 대표는 독보적인 성적으로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강병식 대식농장 대표(왼쪽)가 지인과 함께 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 대표는 독보적인 성적으로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 [사례 2] 대식농장

- 개량·사양관리 통한 '슈퍼맘한우' 만들기 중요

16산차를 자랑하는 슈퍼한우로 한우인들의 이목을 한번에 집중시킨 경남 합천의 대식농장은 특히 2010년 이후 거세우 9마리가 모두 1++등급 No.9으로 평균 도체중 500kg을 넘는 독보적인 성적을 자랑한다. 

강병식 대식농장 대표는 16산 슈퍼한우에 대해 어떤 정액을 쓰더라도 동일한 공산품처럼 똑같이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해당 개체로부터 비롯되는 후대 성적은 여전히 우수할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천하제일사료의 하모니 시리즈를 급이하고 있는데 질병관련 문제를 겪을 때 하림중앙연구소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을 공유해 줬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축사와 축사 사이 간격을 벌리고 옆 부분을 막아 만든 공간에서 송아지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함은 물론 발효사료를 이용해 생산비를 낮추는 등 개량뿐 아니라 사양관리에도최선을 다하는 강 대표는 고급육 생산과 사료비 절감, 성실한 사육관리를 한우농장의 필수요소로 꼽았다.

“돈 버는 농장은 따로 없습니다. 노력한 만큼 주는 것이 한우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축개량은 정부와 기관 모두가 나서야 하지만 농장의 성적관리는 오롯이 축주의 몫입니다.”

강 대표는 지난해 출하한 최고경락단가 kg당 3만8320원, 출하대금 1800만 원을 자랑하는 슈퍼한우 역시 16산 슈퍼암소의 14번째 개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랜시간 동안 개량과 사양관리를 통해 슈퍼맘한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6산 슈퍼한우를 통해 2억 원이 넘는 돈을 벌었습니다. 지난해 15, 16산이 암송아지인데 잘 키워서 또 한 번 놀라운 성적에 도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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