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생산비 55% 이상 차지…양질의 국내산 조사료 생산 힘써야

[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생산비 절감을 위해 정부에서는 제도적 지원을 통해 조사료포 확보에 힘쓰고 있으며 축산과학원에서는 기술개발을 통해 양질의 조사료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열풍이용 건초생산 시스템’으로 시간당 400~800kg 건초 생산이 가능하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 정부에서는 제도적 지원을 통해 조사료포 확보에 힘쓰고 있으며 축산과학원에서는 기술개발을 통해 양질의 조사료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열풍이용 건초생산 시스템’으로 시간당 400~800kg 건초 생산이 가능하다.

최근 사료 가격, 면세유 가격, 각종 기자재 비용 상승 등으로 낙농가들의 경영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비 절감 방안이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가 발표한 ‘2022 낙농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목장경영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부채 문제’를 꼽았다. 경영비 부담을 덜기 위해선 생산비의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료가 저렴하게 공급돼야 하지만 건초 생산국의 잦은 기상 이변과 물류 공급망 차질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축산농가의 생산비 상승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는 국내산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을 위해 ‘전략작물직불제’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양질의 국내산 조사료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생산비 절감을 위한 정부의 정책, 기술 개발 현황을 알아보고 본인만의 경영 노하우로 생산비 절감을 실현하고 있는 농가 사례를 통해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 방안을 짚어봤다  

# 전략작물직불제 활용으로 하계조사료 생산기반 확충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국내산 조사료 생산 기반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전략작물직불제를 활용해 ‘논 하계조사료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조사료 자급률은 82.7%에 달하지만 총수요량 대비 볏짚 공급량 비율은 약 60~80%로 양질의 조사료가 부족해 국내산 조사료 공급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활용해 지난해 벼를 재배하고 올해 하계에 신규로 조사료를 재배하는 논에 ha당 43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8만5000~10만톤(건물 기준)의 국내산 조사료 확보가 가능해 조사료 수급과 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논 하계조사료 사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종자 확보, 생산 관리, 판로 확보 등을 단계별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조사료생산기반확충사업, 식량작물공동경영체육성사업, 배수개선사업 등을 통해 적정 기계장비 등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판로 확보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하계 조사료는 주로 축산농가에서 자가소비할 목적으로 생산되고 있어 쌀 재배 농가에서는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에 참여한 한 쌀 재배 농가는 “논 하계조사료를 생산할 당시 판로를 확보할 수가 없어서 막막했다”면서 “생산된 하계조사료가 축산농가와 섬유질배합사료(TMR) 공장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판로 확보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TMR 공장을 대상으로 권역별 설명회를 진행 등 논 하계사료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 ‘열풍이용 건초생산 시스템’ 개발로 고품질 조사료 안정적 생산  

축산과학원에서는 안정적으로 양질의 국내산 조사료 생산을 위해 지난해 ‘열풍이용 건초생산 시스템’을 개발해 현재 보급 확대에 힘쓰고 있다.

국내산 조사료는 불균일한 수분함량으로 축산농가의 주요 불편사항으로 작용해 수입 건초 수요를 증가시켜왔다. 

이에 축산과학원은 축산농가의 의견을 반영해 뜨거운 바람으로 건초를 만드는 열풍이용 건초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개발 시스템은 해체절단, 열풍건조, 압축포장 등 3단계 공정을 거쳐 시간당 400~800kg 정도의 건초를 생산할 수 있다. 건초의 수분 함량은 농가의 필요에 따라 조절 가능하며 10~15kg 단위로 압축 포장도 가능해 유통과 가축 급여의 편의성도 높였다.

국내 사료작물 중 생산량이 가장 많은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를 열풍 건조해 생산하면 kg당 약 357원 정도가 들것으로 예상돼 kg당 773원(2021년 6월 기준)하는 티모시보다 54% 정도 저렴하다. 

축산과학원은 열풍건조 시스템 보급 확대를 위해 농촌진흥청 신기술 보급 사업과 연계해 올해 전북 익산, 충남 논산, 전남 영암, 경북 경주 등 총 4곳에 건초 생산 시스템을 설치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정종성 축산과학원 연구사는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은 생산가격과 건초 품질면에서 우수성이 입증됐다”면서 “앞으로 농촌진흥청 신기술 보급 사업과 농식품부 정책사업과 연계해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박창규 황골목장 대표는 10ha 규모의 조사료포 운영을 통해 조사료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려 생산비 절감을 실천하고 있다.
박창규 황골목장 대표는 10ha 규모의 조사료포 운영을 통해 조사료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려 생산비 절감을 실천하고 있다.

# [사례1] 황골목장 

-10ha 조사료포 운영…조사료 자급률 70%까지 올려 

경기 화성에서 착유우 95마리를 포함해 전체 19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황골목장의 박창규 대표는 지난해 사료 가격 폭등으로 다른 농가들이 힘들 때 오히려 생산비를 절감했다. 

황골목장이 생산비를 아낄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10ha에 달하는 조사료포를 직접 운영해 조사료 자급률을 70%까지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자체 생산하는 사일리지는 생산비가 kg당 100원 할 정도로 다른 농가보다 생산비를 많이 절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입 건초인 티모시가 kg당 650원 정도 할 때 자체 생산한 건초의 생산비는 365원 정도로 거의 절반가량 조사료 구입비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박 대표는 조사료포 운영을 남한테 맡기지 않고 직접 다하고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는 파종과 수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품앗이 형태로 이웃 농가끼리 도와가면서 했지만, 올해부터는 혼자서 조사료포를 운영하고 있다.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조사료 자급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배와 수확도 본인이 직접 해야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조사료포 운영이 힘들다 보니 젊은 2세들은 직접 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 맡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문 업체들은 평당 작업비를 받기 때문에 급하게 일 처리를 해 조사료 품질이 좋지 않아 저는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하고 있습니다.”

조사료포를 직접 운영하면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지만, 농기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목장 운영 초기부터 농기계를 하나하나씩 장만해 현재는 트랙터를 포함해 파종기부터 수확기까지 조사료포 운영에 필요한 모든 농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10ha에 달하는 조사료포 중 박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2ha 정도로 나머지는 임대 초지를 활용하고 있으며 하계 조사료와 동계 조사료의 재배 기간이 다른 걸 이용해 조사료 수확 후에는 재임대 형식으로 토지를 활용하고 있다.

“밭농사를 하려는 사람이 없어 토지를 확보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한꺼번에 10ha에 달하는 토지를 운영하는 것은 힘들어서 반 정도는 하계작물을 심고 나머지 반은 동계작물을 심어 수확 후 빈 땅은 재임대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4월에 옥수수를 심은 후 8월에 수확하면 그 이후에는 알타리 농가에 재임대 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목장의 경영비 절감을 위해 조사료포 운영뿐만 아니라 목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장비들을 직접 수리하고 있다. 특히 재사용이 어려운 발정감지기는 직접 분해해 배터리를 바꿔가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목장을 규모화·현대화하기보다는 지금 규모에서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대한 생산비가 절감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의 생산비 절감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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