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시간으로 14일 오후 6시(한국시간 15일 오전 8시) 폐막된 제5차 WTO각료회의에서의 DDA협상 모델리티(세부원칙) 기본 골격 합의실패가 DDA(도하개발아젠다)농업협상의 무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각료회의의 합의실패에도 불구하고 2005년 1월 1일이라는 DDA협상의 시한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회의 참석각료들은 각료선언문을 통해 “WTO일반이사회 의장이 사무총장과 협의해 오는 11월 15일 이전까지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WTO일반이사회를 열어 향후협상에 관한 지침을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를 위한 실무자급 회의가 스위스 제네바 소재 WTO에서 계속되게 된다.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은 “DDA협상의 중간평가인 이번 칸쿤각료회의에서 모델리티 기본골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DDA협상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하고 “DDA협상의 시한이 2005년 1월 1일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허상만 농림부장관은 “이번 협상의 합의 실패는 `싱가포르 이슈''에 있지만 농업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히고 “그렇다고 농업협상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제네바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DDA농업협상의 모델리티 마련을 위한 WTO농업협상위원회 특별회의가 WTO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WTO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모델리티 기본골격이 타결되더라도 모델리티 마련을 위한 작업이 계속 돼야 하기 때문에 농업협상위원회 특별회의 일정을 잡아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제네바에서 계속될 DDA농업협상의 모델리티 마련을 위한 농업협상이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치적인 의미가 강한 각료회의에서 조차 모델리티의 기본골격에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관세 및 보조금 감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를 마련하는 모델리티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제시된 구체적 수치를 담은 하빈슨 농업협상위원회 의장의 초안을 놓고 농산물 수출국은 더 많은 감축을 주장한 반면 수입국들은 반대로 감축수준을 낮추자고 반박하는 등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이견을 보였다. 이는 바로 앞으로의 협상이 어떤 상황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추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물론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카스티요 WTO일반이사회의장이 지난달 제시한 칸쿤각료회의 텍스트 초안에 대한 협의를 통해 각 부문별로 새로운 초안이 제시되는 진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브라질·인도·중국 등 농산물 수출국 그룹 23개 국가의 모임인 G-23이 선진국에 대한 수출보조금 완전철폐와 보조금 감축 강화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미국·EU와의 강력한 대립구도를 형성했다.

여기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농산물수입국 그룹 10개 나라 모임인 G-10도 관세상한 설정 및 관세상한 품목에 대한 의무적인 TRQ(저율관세물량) 증량에 반대하며 나름대로 또 다른 하나의 축을 형성하며 맞서는 등 3각 대립 대립구조를 보였다.

이번 칸쿤각료회의의 합의 실패는 78개 국가나 되는 ACP(아프리카 카리브해 및 태평양국가)그룹이 아프리카 카리브 싱가포르 이슈의 출범을 강력하게 반대한 게 직접적인 이유이다.

싱가포르 이슈는 투자, 경쟁정책, 정부조달 투명성, 무역원활화 등 4개 이슈에 대해 협상을 출범시킬지 여부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 각료회의에서 농업분야가 순조롭게 진행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농업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제네바에서 계속될 실무자급 회의가 어떤 내용을 기본으로 해 이뤄질지도 아직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제네바에서는 이곳 시간으로 지난 13일 오후 제시된 `칸쿤각료회의 의장초안''과 지난 2월 제시돼 회원국간 의견대립을 보인 하빈슨 초안이 모델리티 마련을 위한 협상의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칸쿤각료회의 의장초안이 합의에 실패됐기 때문에 제네바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될 여지가 그리 높은 것도 아니다.

이명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이번 각료회의 의장초안은 앞으로 제네바협상에서 협의의 기초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DDA농업협상에 대한 향배는 칸쿤각료회의 선언문에서 밝힌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WTO일반이사회가 개최돼 향후협상에 관한 지침이 마련된 이후에나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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