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농협은 지난 1일 경기 수원시 농협 식품R&D연구소에서 농협 식품R&D통합오피스 개소식을 가졌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20202월 취임부터 강조해오던 연구개발(R&D)분야 통합의 첫 단추가 끼워진 것이다. 농협의 식품과 제조부문 R&D와 마케팅 역량의 통합은 많은 시너지를 낳으며 농식품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여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창출과 제고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를 위한 농협 R&D의 과제도 적지 않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킨텍스전시장에서 열렸던 ‘2023 쌀가공식품산업대전(RICE SHOW)’에서는 많은 국내 쌀가공식품들이 전시돼 참관객은 물론 국내외 바이어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쌀로 만든 가공식품은 떡이나 쌀면(국수), 누룽지 정도만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이렇게 다양한 쌀가공식품들이 있었느냐는 신선한 충격을 줄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들 쌀가공업체들은 소비자의 입맛과 눈높이에서 고민해 제품을 개발, 상품화를 이루기에 더욱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농협의 R&D도 소비자 중심의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농협이 통합R&D오피스 개소식에서 농업·농촌·농업인에 뿌리를 두고 소비자의 눈높이로 연구·개발을 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무작정 잘 팔아주겠다거나 많이 팔겠다는 목표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소비자가 먼저 찾는 제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경주되길 기대해본다.

다음으로 농협의 이번 통합R&D오피스에는 제조부문도 함께 했다. 하지만 그동안 농협의 제조부문은 R&D투자에 인색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새로운 제품이나 원자재, 소재 등의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다른 나라의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을 많이 택했다. 농업인 판매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최우선이 돼 제품의 공급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다 나온 방편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쟁사보다 적은 R&D 인력, 낮은 R&D 투자 등은 농협의 제조부문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인 사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제기돼 왔다. 또한 품질보다는 가격을 우선시하다 보니 농협 제품이 정작 소비자인 농업인의 선호에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농협의 R&D가 진정으로 통합시너지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조직의 연계나 통합 외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이를 선도하는 농협이 되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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