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관계인구 창출·확대하기 위해 혁신적 정책·프로그램 유기적 연계해

농촌과의 관계맺기 다양화하고 강화 방안 마련 절실 

인구 감소, 저출생·고령화 심화,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대도시 집중이 지속된 결과 국민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국가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반면 농촌에서 살고 일하고 활동하기를 원하는 도시민들의 저변도 넓어지고 있어 농촌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키워드로 ‘관계인구’가 부상하고 있다.
 

관계인구는 정주인구와 교류인구 중간 개념으로서 특정 지역에 완전히 이주·정착하진 않았으나 정기·비정기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면서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최근 조사 결과에서는 좁은 의미의 관계인구는 도시민의 19.3%, 넓은 의미의 관계인구는 35.3%로 추정됐다. 지금은 농촌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응답자 중 다수가 앞으로 농촌을 지속해서 방문하거나 활동을 유지 또는 확대할 의향을 나타내고 있어 관계인구 저변은 확대될 전망이다.
 

그런데 현재 인구 관련 대응은 출산장려금 지원, 취창업·취창농, 이주·정착 지원 등에 집중돼 있고 관계인구를 창출·확대하려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지역의 공간을 소비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며 다양한 소비활동 등을 통해 인구 과소화로 인한 농촌 활력 저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관계인구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하기 어렵다. 또한 고향사랑기부금을 내거나 마침내는 두 지역 거주자로서 지역을 왕래하는데 이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관계인구를 창출하고 확대하기 위해선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관계인구의 수요로부터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농업·농촌 정보 제공, 빈집·임대주택·휴가지원격근무(워케이션) 등과 같은 체류 공간 조성, 생활서비스 확충, 일자리 연계, 농촌 활동을 돕는 지역 조직 구성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여러 중앙정부와 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업, 대학, 민간단체 등이 촘촘하게 연대해 활동해야 할 것이며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우선 지역에 대한 맞춤형 정보 제공부터 일자리 연계, 관련 조직 육성 등과 같이 통합적 시책을 시행 중인 지자체는 소수다. 대부분 지자체가 귀농 지원과 농촌 살아보기 체험공간 조성 위주의 사업 추진에 그친다. 일본의 경우 관계인구 확대를 위해 국민적 수요를 조사하고 수요맞춤형으로 지역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을 중앙정부 차원의 주요 시책으로 추진 중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관계인구의 지역 내 활동 기반을 제공하는 빈집은행, 재능은행 운영 등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도시민과 현장을 매개하는 지역 단위의 재능은행을 도입해 다양한 인재들이 농촌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빈집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매매·임대 알선 등의 기능을 하는 빈집은행을 운영해 빈집, 유휴시설을 비롯한 지역 자산을 발굴하고 혁신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농촌체험마을 등의 재활성화와 연계해 농촌형 워케이션 사업 추진도 고려할 만하다.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등으로 조성된 기존 농촌 인프라를 활용, 일과 여가를 병행하려는 도시민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체 근로자 조사 결과, 응답자의 59.3%가 스마트워크 마을 조성 시에 이용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의 플랫폼 시설과 연계한 5G 정보 인프라 구축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간 통신기업체 등과 협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관계인구 교류 기반 형성과 지속적 관계 유지를 위한 활동조직 육성에 힘써야 한다. 결국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고 그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걸출한 성공 사례들의 배후에 늘 특정 주체들이 거론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지역 활동조직이 수행하는 다양한 실험적 프로그램을 통해 관계인구의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애향심을 느끼도록 세심한 배려와 관리가 필요하다.
 

관계인구가 마치 농촌소멸을 극복할 전가의 보도인양 이야기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다만 도시민의 농촌으로의 이주와 정착이 그만큼 어려운 과제이므로 한 걸음씩 나아가기 위한 점진적 접근법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도시민들이 농업·농촌에 대한 단순한 흥미에서 출발해 지속적인 관심으로, 관심에서 구체적인 활동으로, 그리고 활동에서 지역에 기여하고 정착하기까지 단계적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서 보다 흥미롭고 혁신적인 정책과 프로그램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농촌과의 관계맺기를 다양화하고 강화할 방안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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