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최근 사료 가격 인상 등 생산비 급등으로 인해 올해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9일 소위원회를 열고 원유가격 인상 폭을 정하기 위한 회의에 본격 돌입했다. 협상 소위원회는 낙농진흥회장 1명, 생산자 이사 3명, 유업계 이사 3명으로 총 7명으로 구성돼 한 달간 운영될 예정이다. 

소위원회가 가격을 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8월부터 원유가격 인상분이 적용된다. 다만 생산자인 낙농가와 유업계 간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협상 기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 올해 원유 기본가격 인상 폭 리터당 69~104원 예상 

올해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됨에 따라 음용유용과 가공유용으로 각각 나눠서 가격 협상이 이뤄진다. 원유 기본가격 협상 범위는 음용유는 리터당 69~104원, 가공유는 87~130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생산비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제도개편 이전의 최저 인상 폭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협상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과거 생산비 연동제에선 올해 인상 폭이 리터당 104~127원 범위지만 올해 인상 범위는 리터당 69~104원으로 최대한으로 인상한다고 해도 과거 제도 기준에서는 최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제도가 바뀌어 농가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에서 생산비 급등으로 농가들은 부채마저 갚기 힘들게 됐다”며 “생산비가 크게 오른만큼 가격도 인상돼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생산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업계에는 원유 기본가격이 인상되면 경영 압박과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가격이 인상되면 우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유업계에서는 상당히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지난해 인상분도 정부 압박으로 인해 일부 유업체에서는 제품가격에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번 인상 폭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 최근 2년 사이 폐업 낙농가 300여 호 

양측 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료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우유 생산비가 급등 여파로 원유 가격 인상이 예견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2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리터당 전년 대비 115.76원(13.7%) 상승한 958.71원으로 나타났다. 우유 생산비 증가액의 84% 중 사료비는 70.1%, 부산물 수입은 13.9%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생산비가 급등하자 소규모 농가 중심으로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낙농진흥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 수는 4600호로 전년 대비 133호(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2년 사이 폐업한 낙농가 수는 300여 호에 달한다. 낙농업계에서는 사료비 등 생산비가 급등하면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낙농가 폐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우유생산비는 1~2년 단위로 뒤늦게 원유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일정기간 생산비 상승 폭을 감내하고 있다”면서 “사료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생산비 급등과 수익성 악화에 따라 낙농가의 우유 생산 기반 확보를 위해서는 올해 원유 가격 조정은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농식품부, 원유가격 인상 시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올해 원유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이번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가격 결정 방식 개선으로 과거 대비 인상 폭이 하향됐으며 가공식품 원료 중에 우유나 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가공식품 가격 상승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분석했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주요 식품류 중 우유·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가공품 95%, 아이스크림류 59%, 빵류 5%, 과자류 1% 수준으로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 이외에는 원료 중 우유·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또한 국산 원유 대부분은 마시는 우유를 만드는 용도로 사용되며 우유와 연유를 제외하고는 치즈, 분유 등은 수입 제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우유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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