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성 조절제' 상용화…암수 골라 키운다
X·Y 정자 운동성 조절해 성별 조절
일반 정액과 수태율 동일
국제적 인정…'EUREKA 사업' 선정
3년간 21억 원 연구자금 지원 받기로

[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제품 병당 3만 원인 ‘홀맘’ 제품은 일반정액과 수태율이 동일해 무엇보다 안전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사진은 홀맘 제품을 시연하는 모습.
제품 병당 3만 원인 ‘홀맘’ 제품은 일반정액과 수태율이 동일해 무엇보다 안전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사진은 홀맘 제품을 시연하는 모습.

세계 최고 수준의 가축 바이오 성 조절 기술로 축산의 패러다임을 바꿔 미래 변화를 꿈꾸는 기업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누리사이언스.

누리사이언스는 단백질 정액 첨가제를 의미하는 ‘가축 성 조절제’를 개발해 수태율과 산자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가축의 성별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누리사이언스가 위치한 경기 하남시 하남테크노벨리U1센터를 찾았다. 

# 세계 최초 바이오 신물질로 ‘가축 성 조절제’를 만들다

누리사이언스에 따르면 가축의 성을 조절할 수 있는 정액 첨가제 개발로 한우와 젖소 개량과 번식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품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리사이언스는 세계 최초로 바이오 신물질을 찾아내 가축 성 조절제인 단백질 정액 첨가제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는데 이는 미국의 화학형광 물질과 고압전기 레이저로 X, Y정자를 강제 분리해 수태율이 25%나 떨어지는 유일한 경쟁업체 기술을 압도한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2015년 소의 성별을 조절하는 가축 성 조절 면역항체 단백질인 ‘홀맘(Whole Mom)’과 홀맨(Whole Man)을 선보인 데 이어 2020년에 세계적으로 유일한 돼지 정액에 대한 성 조절 제품의 실용화에도 성공했다. 

김현범 누리사이언스 이사는 “제품의 강점은 바이오 제품으로서 안전성과 효능, 범용성이며 단백질 제품으로 수태율과 정자 운동성, 생존율이 매우 뛰어나다”면서 “원하는 성별 생산율은 소는 90%, 돼지는 70%에 달해 경쟁사 제품이 유일하게 젖소에만 적용되는 것과 달리 다양한 가축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단백질 정액 첨가제를 현장에서 정액과 섞어 온수에서 20~30분 반응 후 인공수정을 실시하는 간단한 사용법을 활용하게 되는데 개발된 항체 단백질이 X정자에는 결합되지 않고 Y정자의 외피세포막에만 결합하는 특이성을 가졌기 때문에 Y정자의 운동성을 조절해 가축의 성별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암소 생산용 ‘홀맘’의 경우 Y정자를 응집시켜 직진운동을 억제하고 X정자의 자유운동을 촉진시켜 암소 생산을 증진시키는 반면 수컷 생산용 ‘홀맨’은 X정자보다 Y정자의 운동성을 증가시켜 수소 생산을 높인다. 

단태동물인 소가 2000만 마리의 정자를 활용하는 것과는 달리 돼지는 60~80억 마리의 정자를 통제해야 해 더 까다롭기 때문에 돼지용 성 조절 바이오 단백질은 돼지 정자와 결합 시 수퇘지를 생산하는 Y정자만을 묶어주게 해 난자와 수정할 수 없도록 한다. 

김 이사는 “경쟁사인 미국의 S사 제품의 경우 형광화학물질과 UV레이저 조사, 2000V 고압 등으로 정자를 분리해 정자 활력도에 손상을 끼쳐 수태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홀맘’과 ‘홀맨’은 제품 구성성분이 100% 단백질로 돼 있어 정자의 생존성과 총 마릿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일반정액과 수태율이 동일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 소, 돼지 타깃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

축산 바이오기업인 누리사이언스를 설립한 김동구 대표이사는 축산분야의 바이오 최고 전문가가 되겠다는 도전 의식으로 건국대학교 낙농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츠쿠바 의과대학에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록펠러 의과대학 박사 연구원을 거쳐 국내 차 의과대학 의학대학원 교수,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 등을 역임했다.

46편의 국내외 논문 발표와 22건의 국내외 특허출원·등록한 김 대표는 학자로서의 책임감을 넘어 축산농가 등 직접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 기술을 개발하는 일에 사명감을 가졌다고 한다.

결국 2012년 초 누리사이언스를 설립, 전공분야였던 면역항체 단백질 개발기술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성(性) 조절 제제’ 만들기에 착수했고 2016년에 ‘농림축산식품과학기술대상’에서 장관표창을 받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김 대표의 누리사이언스는 국내 소 사육 마릿수가 전 세계의 0.2%에 불과해 99.8%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돼지 성 조절 제품 구매를 위해 3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협약을 체결했다. 동물복지 관점에서 동물 거세를 금지하기 시작한 영국, 뉴질랜드 등은 물론 일본, 중국 등에서도 제품 공급 요청이 이어질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한편 홀맘을 통한 바이오 성 조절 기술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유럽국제공동연구 ‘EUREKA 사업’에 최종 선정돼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21억 원을 연구자금으로 지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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