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영 농촌진흥청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국내 재래 흑염소 유전자원 활용

-생산성 개선 흑염소 실용계통 개발착수

-건강식품 선호 국민 요구에 따라

-소·돼지 잇는 주요 축종으로 성장 충분 

염소는 ‘턱에 수염이 있는 소’라는 의미에서 ‘구레나룻 염(髥)’자를 붙여 염소라 불리게 됐다. 가축화된 시기는 기원전 1만 년 즈음으로 이란 서부 고원에서 시작됐다는 기록이 있다. 염소는 전 세계에 널리 분포돼 있으며 60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고려 시대 안우(安祐)라는 사람이 경상도에서 사육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와 ‘본초강목(本草綱目)’, 우리나라 고전 의학서인 ‘동의보감(東醫寶鑑)’ 등에 따르면 염소 고기는 허약한 사람을 낫게 하고 보양 강장, 회춘하는 약이며 피로를 물리치며 위장 활동을 원활하게 하며 마음을 편하게 한다고 소개돼 있다. 
 

옛 문헌에도 약리적인 내용이 언급됐듯이 우리나라 토종 흑염소 고기는 지방함량이 낮고 혈액과 뼈를 합성하는 데 꼭 필요한 단백질, 철, 칼슘이 풍부하다. 또한 노화 방지와 면역세포 기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E, B2 등 미량 영양성분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이러한 영양성분들은 건강기능식품이 각광받는 최근 소비 경향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반 고기류와는 다르게 주로 건강원에서 진액으로 가공해 건강보조식품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염소 요리가 건강, 보양식품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2014년 25만 마리 정도였던 염소 사육규모는 2021년 기준 44만3094마리로 증가했다. 그러나 고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한 마리 가격이 5년 전 10만 원에서 올해 초 150만 원까지 상승했다. 국내 생산되는 양으로는 당분간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염소는 친환경 축산을 하는데 가장 쉽고 유리한 가축이기도 하다. 타 축종에 비해 비교적 적은 자본과 노동력으로 사육이 가능하고 산지에 방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수입 곡물 사료의 의존도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염소산업이 성장하기까지는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도 많다. 토종 흑염소는 생산성이 낮고 외래 품종과의 무계획적인 교잡으로 인한 근친으로 번식률 저하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냉장육 유통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고 수입육 시장 확대가 발전의 장애로 지적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대학과 공동으로 표준화된 사양관리 기술을 개발·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그동안 수집해 관리해 온 ‘당진계통’, ‘장수계통’, ‘통영계통’ 등 국내 재래 흑염소 유전자원을 활용해 생산성이 개선된 흑염소 실용계통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근친도를 개선하기 위한 인공수정 기술도 개발 보급하고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기피하는 문화권은 있지만 염소고기는 세계적으로 널리 애용되는 육류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 염소산업의 비중은 아직 축산업의 1%가 채 되지 않지만 건강식품을 선호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소, 돼지, 닭을 잇는 주요 축종으로 성장해 갈 것으로 보인다. 염소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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