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가축 사육마릿수 증가와 대중미 무역분쟁 등으로 국내 조사료 수급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수입개방 절차에 따라 조사료 수입할당이 캐나다는 내년, 미국은 2026년, 호주는 2028년 순으로 차례대로 폐지돼 국내 시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수입 조사료는 국내산 조사료 보다 품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돼 조사료 시장이 수입산으로 대체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생산되는 조사료 작물의 종자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또 다른 측면의 식량안보 위기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따라서 국내 조사료 생산기반과 더불어 국산 종자 생산을 위한 정선설비 강화 등 관련 인프라 구축을 통해 수입조사료는 물론 수입 종자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한우 사육마릿수는 2019년 305만 마리에서 지난해 기준 355만7000마리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으며 올해 한우 사육마릿수는 지난해보다 더 증가한 355만9000마리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우리나라 조사료 전체 수급량은 지난해 521만8000톤이고 국내에서 생산된 조사료 비중은 82.7%, 431만5000여 톤이다. 하지만 이중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 청보리 등 양질의 조사료는 약 30%, 129만9000톤에 불과하고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볏짚이 70%, 301만6000톤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조사료 자급률 확대와 수입대체에 대한 기회도 옅보여 진다.

최근 연구기관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중만생 종 벼의 경우에 관행보다 5~15일 늦게 모내기를 해야 적정하다는 연구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동계 조사료 작물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늘고 이모작하기에는 더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농촌고령화로 인해 은퇴농이 증가하면서 규모화도 지속적으로 진전되고 있어 생산장비와 유통시설 지원이 이뤄진다면 조사료 생산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조사료 생산기반확충사업을 통해 새만금 간척지를 활용해 대규모 조사료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을 위한 전제조건은 충분한 우량종자 확보 기반마련이라는 점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올해 청보리, 트리티케일, 연맥 등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우수 동계 조사료 종자 약 800톤을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8년 142톤과 비교하면 5.6배 증가한 수준으로 매년 조사료 종자생산과 보급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하지만 크게 늘어나는 국산 종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농진원이 보유하고 있는 종자 정선시설로는 한계에 다다라 종자생산 확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운태 한국조사료협회장은 “안정적인 조사료 생산을 위해 새만금 간척지에 사료작물 종자 채종단지와 정선․포장․저장, 공급을 일괄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는 ‘조사료 종자 생산·보급단지’를 설치하고 유기농업·조사료단지 등 인근지역에서 생산된 조사료를 전국의 축산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조사료 유통센터’의 건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영호 농진원 종자사업본부장은 “조사료 수급안정은 축산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줄이고 식량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한성이 강화된 조사료 품종 육성과 작부체계의 개발, 정부가 추진하는 조사료생산기반확충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홍 본부장은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우수한 품질의 조사료 종자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단지 조성과 조사료 종자를 전문적으로 대량 처리할 수 있는 정선시설의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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