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우리 수산업의 아킬레스 건과 같은 면세유와 원양보조금 다루는

WTO 수산 보조금 협상에도

수산업계는 물론 국민 관심 필요

지난해 이맘때쯤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12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MC12)가 개최됐다. 제네바에 모인 WTO 회원국 통상 장관들은 어려운 가운데 막바지 절충에 성공해 제네바 패키지라는 각료 선언을 채택했다. 각료 선언 내용 가운데 농수산업과 관련해서는 식량안보에 관한 WTO 회원국의 협력과 수산 보조금 감축이 중요하다. 식량안보에 관한 협력은 수입국의 식량안보를 위하여 불필요한 식량 수출제한을 최대한 자제하자는 것으로 수입국 입장인 우리나라로서는 특별히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수산 보조금은 상황이 다르다. 먼저 수산 보조금은 다자간 합의가 도출된 것으로 WTO 수산보조급협정으로써 향후 WTO 모든 회원국이 준수해야 하는 규범이다. 따라서 다른 각료 결정이나 선언과는 성격이 다른 수산 보조금에 관한 WTO 조문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해도 남다르다. 이번에는 다행히 금지해야 하는 보조금 대상이 불법 어업이나 남획된 어종의 어획에 관한 보조금으로 한정되어 면세유나 원양보조금 등이 제외됐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될 후속 협상 결과에 따라 금지 대상 보조금에 면세유나 원양보조금이 포함될 수 있다. 우리 수산업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러한 보조금은 이번 WTO 수산 보조금 협정 발효 이후 4년 이내 금지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허용할 것인지 결론을 내게 되어 있다. 정부는 물론 우리 수산업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고비는 내년 2월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아부다비에서 열릴 제13차 WTO 각료회의(MC13)가 될 전망이다. 핵심은 수산 보조금 협정의 발효 시기이다. 발효를 기점으로 4년 이란 협상 시한이 설정돼 있어 일단 수산 보조금 협정이 발표되면 그에 대한 후속 논의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WTO 협정은 회원국 3분의 2 이상이 국내 절차를 마치고 WTO 사무국에 기탁서를 제출해야 발효된다. 현재 수산 보조금 협정의 기탁서를 WTO 사무국에 제출한 국가는 전체 회원국의 약 4분의 1 정도다. 이와 같은 속도라면 내년 2월 MC13에서 WTO 수산 보조금 협정의 발효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C13을 계기로 WTO 회원국의 기탁서 제출에 속도가 붙을 경우 내년 하반기 WTO 수산 보조금 협정의 발효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해양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하자는데 반대할 명분이 없다. 우리나라는 아직 기탁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올해 말까지 국내 절차를 마치고 MC13 전후로 기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명분이 확실한 것은 다른 회원국의 눈치를 보기보다 이제 선진국답게 다른 국가를 이끄는 선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때문에 점차 영향력을 잃어가는 WTO 다자간 통상협상이다. 하지만 수산업만큼은 여전히 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보조금의 금지 여부를 다루고 있어 항상 협상 진전 상황과 다른 나라의 입장 등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협상도 중요하지만 우리 수산업의 아킬레스 건과 같은 면세유와 원양보조금을 다루는 WTO 수산보조금 협상에도 수산업계는 물론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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