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기아로 고통받은 전 세계 인구는 약 828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기아 인구가 15000만 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다수의 경제·인구 학자들이 세계경제가 회복하더라도 기아 인구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고 영양실조와 식량 불안정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농업 분야 개발 협력을 통해 2030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하는 동시에 식량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국가로서 농업발전 성과를 전 세계에 확산시킬 필요성이 있다. 여기에 세계식량계획(WFP), FAO 등 국제기구들도 이제는 높아진 위상만큼이나 한국이 적극적으로 무상 공적개발원조(ODA)에 나서 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지난 110일 제5차 무상개발협력전략회의를 통해 농업 분야 ODA(무상부분)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전 부처의 농업 ODA 규모를 2027년까지 2배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개발도상국 수요와 우리의 외교정책을 고려해 국가별·지역별로 지능형농장(스마트팜), 디지털농업 확산, 쌀 생산 역량강화 등 차별화된 협력 분야를 설정해 추진 중이다.

그 중 대표적인 사업이 기아 비중이 매우 높은 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한국형 쌀 생산벨트, 일명 케이(K)-라이스벨트구축이다. K-라이스벨트 사업은 아프리카에 한국이 개발한 벼 품종을 보급하고 농업기술 전수, 기반 시설 구축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쌀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대규모의 한국형 농업 ODA 사업이다. 단순 자금이나 물적 지원에서 벗어나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가나, 감비아, 기니, 세네갈, 우간다, 카메룬, 케냐 등 아프리카 7개국에서 K-라이스벨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난달 25~30일 서아프리카의 기니와 기니비사우를 방문, K-라이스벨트 등 한국의 농업기술 전파를 통한 아프리카 식량안보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오는 10일에는 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협력을 희망하는 아프리카 8개국 장관을 서울로 초청해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지금도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28000여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2030년에는 기아 인구가 310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이 국제 식량시장의 변화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K-라이스벨트 사업이 근본적으로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자급자족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제공하는 동시에 식량 공여국으로서 세계 식량위기 극복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국격을 높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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