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최근 우유 원유가격 협상이 뜨거운 감자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협상으로 원유가격이 인상되면 우유를 원료로 하는 유제품, 빵 등의 제품 가격이 잇따라 오를 거라며 밀크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생산비 상승으로 농가들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줄어만 가는데 우유 가격 상승 원인을 농가들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에 낙농가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를 제외한 최근 5년간 흰 우유 가격 인상률을 보면 낙농가 수취가격은 오르지 않았지만 우유 출고가와 소비자가격은 각각 4.8%, 6.7% 인상됐다. 우유 유통마진을 살펴봐도 2019년 기준 미국은 8%, 일본은 10%대이지만 한국은 38%에 달할 정도로 우유 가격 상승에는 원유가격보다 다른 요인들이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2년 사이 생산비 폭등 여파로 경영 압박을 견디지 못해 폐업한 낙농가는 300호로 늘어날 정도로 낙농가들의 경영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 호당 평균 부채액은 51260만 원으로 2020년 대비 8822만 원(20.8%) 증가했으며 이 중 낙농가 절반 가까이가 4억 원 이상의 고액 부채를 안고 있다.

미래 낙농업을 이끌 후계농들의 부채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 목장을 승계받는 과정에서 규모 확대, 시설 현대화 등을 거치면서 채무가 10억 원이 넘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다.

이처럼 젖을 짜도 빚만 늘어나는 상황에 농가들의 한숨은 깊어져 가고 있다. 한 낙농가는 평생을 목장 운영을 위해 헌신했지만 지금은 우유 판 돈으로는 두 부부의 생활비도 안 나와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올해 협상은 생산비가 너무 올라 원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인상 폭이 관건이다. 하지만 낙농가와 유업체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 기한이 연기됐다. 지난해처럼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어 농가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왕 협상 기한이 연기된 만큼 정부를 비롯한 협상 관계자들은 이번 협상에서 농가들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 반영해 지속가능한 낙농업의 기틀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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