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인구감소 위기 해결 마지막 기회

지방소멸대응기금 창설 취지·목적 퇴색되지 않도록

지자체 담당자 역량 참여 높이기 위한 고민 필요한 시점

 

 

필자가 태어났던 1970년대의 인구정책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대표된다. 이후 1980년대에는 두 자녀에서 한 명으로 변화했다. 일반적으로 합계출생률 2.1명이 되어야 인구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인구통계의 과학적인 추정방법은 당시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기준 합계출생율 0.78명으로 OECD 평균 1.59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이들 국가 중에서 꼴찌로 나타났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한 문제 인식과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1월 1일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과 같은법 제14조에 따른 지방교부세 지원에 관한 사항이다. 이 법에 근거해 행정안전부는 연평균증감율, 주간인구, 조출생률 등 인구감소지수 8개 지표를 시·군단위로 적용, 인구감소지역 총 122개 지자체(광역 15개, 인구감소지역 89개, 관심지역 18개)를 지정하고 지난해부터 10년 간 매년 1조 원씩, 총 10조 원의 기금으로 지방소멸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가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사업으로 수십 조 원의 재정을 투자한 것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농어촌의 지방소멸 위기 상황에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이 반가울 따름이다. 특히 열악한 접근성과 삶의 질로 지역소멸 위험성도 가장 높은 섬·어촌과 같은 국토외곽지역에서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재정사업과 비교해 볼 때, 지역주도의 자율성과 성과지향의 목적성을 갖는 측면에서도 차별성이 있다. 특히 전남 신안군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청년어선 임대사업’을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활용해 청년어업인을 지역으로 정착시키는데 성과를 내고 있다. 도시 청년들이 귀어·귀촌을 희망하더라도 어선 확보를 위한 정보의 비대칭 문제와 초기자본 등 어업분야의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신규유입이 어려웠던 현장문제를 지자체가 직접 구상한 창의적인 사업이다. 또한 일부 농어촌지역은 지방소멸기금으로 농번기 또는 성어기에 부족한 일손을 충당하고 계절근로자 또는 단기체류 종사자가 생활할 수 있는 복합주거단지를 조성해 지역 내 취약했던 주거복지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지자체들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민원성의 숙원사업 해결과 인과성이 없는 인프라를 조성하는데 쓰여 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인근 지자체 간에 서로 인구를 빼앗기 위한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닌 초과밀화된 수도권 인구를 적극적으로 유입시키는 전략과 지역여건을 기반으로 청년 창업·창직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정착에 고심해야 한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지자체가 인구감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지역소멸’이라는 시간은 멀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정책 설계에도 불구하고 시급성이 있는 인구감소지역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소멸위기가 심각하지만 ‘인구감소지역’으로 포함되지 않은 연안 지자체는 51개로 전체의 68.9%에 해당된다. 이들 지역 중 섬·어촌과 같은 국토외곽지역도 지역소멸대응기금 지원대상에 포함시켜 인구감소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 행정안전부장관이 현행 시·군 단위가 아니더라도 국토외곽지역(섬·어촌 읍면동 행정경계)을 별도로 지정·고시해 기초지원계정(기초지자체)으로 지원하거나 광역지원계정에 포함시켜 광역지자체(시도)가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금 투자계획은 단기와 중장기적인 로드맵과 지역여건을 고려해 마련돼야 한다. 외부의 용역기관에만 의존할 경우 붕어빵 찍어내 듯 획일적인 인프라 사업으로 흘러갈 수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창설 취지와 목적이 퇴색되지 않도록 지자체 담당자들의 역량과 참여를 높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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