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산학협력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스위스가 지난달 국민투표를 통해 ‘기후법’을 최초로 통과시켰다. 화석 연료 사용 감축과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정된 기후법은 탄소제거기술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고 이를 실천하는 주체에 보조금을 지원하여 실행력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20년 말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정책과 2018년 대비 40% 감축을 선언한 국가온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는 과학적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돼 재검토 중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선언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NDC는 수치를 다시 낮출 수 없는 국가적 약속이다.
 

이는 농업도 예외가 아니다. 당시 정부는 경지면적 감소와 벼농사 물 간단관리와 같은 기존 방안을 반영해 2030년까지 감축목표를 설정했지만 발표 당시에도 많은 전문가가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 감축 방법인 논물 간단관리(벼 재배기간 중 논물을 빼 주 발생 온실가스인 메탄의 생성을 억제하는 방법)는 감축 행위의 주체인 농업인이 실제로 실천하기 어렵고 2030~ 2050년의 기간 동안 뚜렷한 감축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탄소 감축 목표를 탄소중립 실현으로 두고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시기보다 1.5도 이내로 상승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산업별로 진행 중이다. 물론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 불일치로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EU 그린딜의 목적대로 진행되고 있다.
 

농업의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방안은 화학비료와 합성농약 사용량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일부 화학농약의 사용금지는 사탕무 같은 작물에 치명적인 바이러스 피해를 줬기에 영국은 바이러스 피해가 예측되는 비상시에 한시적으로 사용을 허용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바이러스 저항성 종자 육종 등으로 문제를 해결 중이다. 농약 사용량 감축을 선언한 EU는 미생물 농약, 미생물 비료 그리고 작물 활성을 증진하는 ‘바이오스티뮬런트’(biostimulant; 작물활성촉진제) 등에서 대안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농업에서 온실가스의 4%를 배출하는 일본은 최근 미도리(초록을 뜻하는 일본어) 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의 방향과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디지털 농업 기술의 혁신을 바탕으로 농업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는데 2050년까지 위해성가중치를 반영해 농약은 50%, 화학비료 사용량은 30% 감축을 목표로 삼았다. 탄소격리에 중요한 역할인 바이오차(바이오매스와 숯의 합성어로 유기물과 숯의 중간 성질을 갖는 물질)도 농가가 사용한 양만큼 기여도를 인정해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구축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가 아니라 일본농약공업협회 등 감축의 주체가 되는 이해당사자들이 목표를 공유하고 실행력을 높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50년까지의 전략을 준비하려면 지금 당장 가능한 수단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현재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기술을 발굴하고 이에 투자해야 한다. 유럽도 현재 기술을 확장하고 미래 혁신 기술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전략을 수행 중이다. 지금까지 혁신 기술이 기여한 정도대로 미래 기술에서도 유사한 비율의 감축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미래 온실가스 감축 기술에 투자하며 정량적인 감축목표를 반영하지 않는 건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측정할 수 있으면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을 전 분야에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정책의 실행력을 제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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