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당신은 오늘 점심에도 돌연변이 품종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었을지 몰라요’.

방사선 육종은 작물에 방사선을 쏘아 유전자본체(DNA)가 손상된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그 중 필요한 형질을 가진 개체만을 골라내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사선 육종이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 교잡육종 등 전통육종만을 생각하던 이들에게는 방사선’, ‘돌연변이라는 단어가 주는 일종의 거부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사선 육종을 통한 전세계 돌연변이 품종은 이미 3000종이 넘는다. 돌연변이 품종은 이제 일상 속에서 솎아내기가 더 어려운 정도가 됐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유전체 교정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또한 유전자가위’, ‘교정등이 주는 단어 때문인지 내용을 이해하기도 전에 인체에 해로울 것이란 막연한 두려움을 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또한 많은 부분 오해다.

인위적으로 외부 유전자를 주입하지 않고 특정 유전자만을 잘라내 만들어지는 유전체 교정 작물은 방사선 육종보다 유전자 변이가 덜하고 일상적으로 발생 가능한 자연적 돌연변이와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당연히 우리가 아는 유전자변형생물(GMO)과는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일본, 호주 등 여러 선진국들은 유전체 교정 작물이 관습 육종이나 자연 상태의 돌연변이 산물과 유사한 경우 규제 등을 완화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가장 엄격하고 깐깐하게 이 문제를 들여다보던 유럽연합(EU)도 최근에는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한 초안을 발표하며 서서히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해 7월 정부가 내놓은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유전체 교정 관련 규제 완화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시민 단체들은 아직도 유전체 교정 작물을 GM 작물로 묶고 무조건적 반대만 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규제를 완화하니 우리도 완화하자는 무비판적 사고는 위험하다. 그러나 사안에 대한 객관적 판단 근거들을 면밀히 따져보는 자리를 계속해서 만들고 진정으로 우리 국민 건강에 대한 위협 요소는 없는지, 혹여나 우리 정부의 판단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어 산업 발전에 해가 되진 않을지 여러 측면에서 봐야 할 때다. 더 늦으면 세계 종자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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