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신혼부부나 새로운 일을 시작한 이들에게 우리는 흔히 꽃길만 걸으라고 축사를 보내곤 한다. 꽃의 아름답고 밝은 이미지를 담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처럼 꽃은 보편적으로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국내 화훼산업의 현황은 전혀 긍정적이지 못하다. 한때는 국내 생산액이 1조 원을 넘기고 고소득 작물로 주목받았던 적도 있지만 내수와 수출 부진이 겹치며 2021년 생산액이 5382억 원으로 2005년 대비 반토막 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입 화훼와 조화까지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국내 화훼 농가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내 화훼산업이 이처럼 어려움에 직면한 이유로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손꼽는 원인은 꽃을 향유하는 문화의 부재이다.

일반적으로 꽃을 구매하는 경우는 기념일이나 행사가 있을 때 정도다. 평소에 스스로 즐기고 집안을 꾸미기 위해 꽃을 사는 것은 생소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꽃을 자연스럽게 즐기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꽃과 가까운 환경을 조성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유아기, 청소년기에 학교 등지에서 지속적인 꽃을 활용한 교육과 체험을 통해 성인이 된 후에도 자연스레 꽃을 찾는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화훼류의 소비자 가격이 다소 높은 점도 일상적으로 꽃을 사고 즐기는 것을 저하하는 요인이다.

김완순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한속(10송이)8200원에 경매된 장미 실바써니 품종은 같은 날 온라인 쇼핑몰에서 5송이가 22900원에 판매돼 경매가의 5.5배에 달했다. 소요일수 대비 가격 비중을 살펴보면 45일간 재배해 출하한 농업인에게 돌아간 금액은 18%에 불과하며 5일 남짓한 유통 과정에서 82%의 비용과 중간이윤이 발생한 것이다. 화훼 유통 과정의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적인 사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서울시는 관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2022 치유(반려)식물 보급사업을 진행했다. 반려식물을 키운 후 조사를 해보니 반려식물이 생활의 활력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응답자는 77.6%에 달했으며 93.9%가 해당 사업에 공감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식물의 긍정적인 영향력과 소비문화 정착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화훼산업이 꽃길을 걷기 위해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정부와 산업 관계자들의 절실한 노력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