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1967,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24마리의 개를 세 집단으로 나눠 전기충격을 주는 실험을 실시했다. 첫 번째 무리는 코로 조작기를 누르면 전기충격을 스스로 멈출 수 있도록 했고 두 번째 무리는 코로 조작기를 눌러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으며 몸을 묶어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세 번째 무리는 전기충격이 없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정 시간 머물도록 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세 무리의 개는 개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넘을 수 있는 정도의 담이 있는 방에 놓여졌고 방안에서 개들이 있는 공간에 전기충격이 가해졌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첫 번째와 세 번째 무리의 개는 전기충격을 피해 담을 넘어갔지만 두 번째 무리의 개들은 전기충격을 피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이는 널리 알려진 심리학 용어인 학습된 무기력이다.

해양수산부의 어촌정책을 보면 해수부가 어촌정책의 영역에서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어가인구의 감소를 피할 수는 없다는 인식 때문에 현재 어촌이 처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 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어촌은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어가인구는 199315.67%에서 지난해 62.14%까지 늘었다. 어업이 노동강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10년이면 어업인 10명 중 6명이 은퇴를 고려하거나 사실상 어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연안어촌과 도서지역의 대부분은 소멸위험지역인 실정이지만 연간 귀어 가구원은 1000명대에 머무르고 있어 앞으로 어촌의 소멸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촌이 처한 문제는 결국 해수부 존립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 고객이 사라지다시피 한 부처는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농촌정책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최상단에 놓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실시된 조직개편에서는 청년농육성팀이라는 조직을 별도로 신설해 미래 농업인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해수부는 여전히 어촌이 아닌 산업정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진단과 부정적인 인식에 맞서는 것, 그리고 반복되는 작은 성공이 필요하다. 즉 해수부의 어촌정책이 왜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를 진단하고 어가인구는 결국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인식에 맞서며 달성할 수 있는 작은 목표들을 시작으로 어촌 정책을 변화시켜 나가야한다는 것이다.

어촌정책이 달라져야 어촌이 변화할 수 있다. 해수부의 새로운 어촌정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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