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중년 여성들의 아이디어로 수출까지

지역 식문화 통해 상품 개발과 브랜드화

어촌마을 블루푸드 한축 이끄는 핵심주체

여성어업인 역할전환 해법찾길

2020년 어업총조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어가인구 9만7062명 중 여성어업인은 4만7326명으로 거의 절반에 해당된다. 하지만 어업현장에서 여성들의 지위와 위상은 어업활동의 보조적인 노동력 제공에 그치고 있다. 어업은 전통적으로 특성상 남성들의 높은 노동강도가 필요한 산업이었고, 여성들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촌사회가 전통적인 생산중심의 기능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수요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면서 빠르게 관광․서비스 기능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들이 어촌을 소비하는 양적, 질적인 패턴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 통신사의 빅데이터 결과를 보면 어촌마을에 연평균 약 50만~60만 명이 찾고 있으며, 수산물의 구매·소비, 여가, 휴양·레저 등 다변화되고 있다. 이제 어촌마을에서 제대로 갖춰진 카페, 레스토랑 등을 찾는 것은 어느덧 도시민들의 일상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가진 섬세함의 DNA와 역량에 대해서 필자가 애써서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어촌기능이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여성어업인 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고 있는지 자문(自問)해 본다. 
 

필자는 최근 몇 해 유럽의 ‘C.L.L.D’(공동체주도형 지역개발) 사례를 살펴보는 기회가 있었다. 스페인 갈리시아에 여성어업인 비즈니스 성공사례인 꾸리마(Currimar)는 여성어업인 역할과 정책지원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곳은 어업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었던 중장년의 여성 3명이 ‘집에서 먹던 문어, 참치, 굴 등 제철 로컬 수산물 요리를 유럽인들에게 판매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됐다.

전문기관의 사업계획수립 지원, 초기지원, 창업지원 등 단계적인 맞춤형 지원체계와 경영 컨설팅으로 유럽 23개국에 판로를 구축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꾸리마는 여성으로만 이루어낸 여성기업이며 100% 소규모 수가공으로 맛, 품질, 위생, 가격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어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던 중년 여성들의 아이디어로 수출기업으로까지 발전했고 전통적인 지역 식문화를 통해 상품개발과 브랜드 가치를 창출했다.

꾸리마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적으로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더라도 새로운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과 어머니의 손맛 향수를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지역활동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현장 맞춤형 컨설팅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꾸리마의 창업 아이디어 제안과 실질적인 경영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여성어업인 그들 자신이 아닐까 ?
 

우리나라는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을 제정하고 여성어업인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여성어업인의 날’ 지정과 단체 법인화 등 정책적인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어업인의 보조적인 역할은 지난 세 차례의 법정계획 이후에도 큰 변화는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어업인 활성화의 제약요인은 전담조직 취약성, 지원정책 과소화와 역량 부족, 낮은 결속력과 참여 의지 등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여성어업인이 갖고 있는 미래 잠재적 가치와 맞춤형 지원체계, 성공모델에 대해서 목소리를 모으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책개발 필요성을 지적하고 싶다.

동·서·남해, 제주, 내수면 등 전국 방방곡곡 어촌마을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즐겨 먹는 음식문화는 빛을 보지 못하고 소실되고 있다. 여성어업인을 대상으로 로컬 푸드 발굴하고 여성어업인 비즈니스에 관한 신규정책을 고민해 볼 수 있겠다. 
 

최근 하동 제첩이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식문화는 지역성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과 생활습관, 문화가 접목돼 형성된다. 음식문화 한 영역에 국한한 필요는 없겠지만 여성어업인이 전통과 미래 혁신으로 어촌마을 블루푸드의 한 축을 이끄는 핵심적인 주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는 9월 부산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세계어촌대회(ICFC 2023)에서 전 세계의 여성어업인들과 함께 여성어업인의 역할 전환과 미래 발전전략 등 다양한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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