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중꺾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로 지난해 말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카타르 월드컵 등을 거치며 대한민국을 강타한 유행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마음이 꺾이지 않으면 대반전의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대한민국은 지난달 내린 집중호우로 물바다가 됐으며 이제는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으로 시름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도 침수, 낙과, 가축폐사, 시설물 파손 등 큰 피해가 발생해 현장에서는 불볕더위 속에서 복구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28일까지 농경지 36252ha에서 침수·낙과 피해가 발생했으며 가축 969000마리가 폐사했다. 유실·매몰된 농경지도 613.6ha에 달하며 61.2ha의 시설물 파손 피해가 집계됐다. 이에 지난달 2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전국의 수해상황을 점검하고 북구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피해 농업인에 대한 총력 지원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은 집중호우를 비롯한 자연재해에 대응해 농어업분야 재해대책 개선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해 농어업대책과 농작물 재해보험을 점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행 재해 지원이 생계유지 위주로 마련돼 농업의 재생산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 영농 현장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황망함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을 느끼는 농업인이 많다. ‘농사가 망했다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없듯이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분야 피해 역시도 침수, 낙과, 폐사, 시설물 파손 등 정부에서 집계하는 몇 가지 기준만으로는 피해 농업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하물며 이를 토대로 한 지원이 농업인의 눈물을 얼마만큼 닦아줄 수 있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얼마 전 집중호우 피해지역 시설 등 정화작업을 도왔다는 농협의 한 직원은 현장에서 만난 여성농업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책임자를 찾던 이 여성농업인은 지난해 남편과 사별하고 힘들게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과 살고 있었는데 이번 집중호우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기분이라고 토로해 한참을 서로 말을 잇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자연재해가 농업인에게 희망을 잃고, 마음이 꺾이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종자를 다시 심고 비료를 다시 주고 농약을 다시 뿌린다고 농업인의 상실감이, 그동안 쏟아 부은 애정이 보상받는다거나 채워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농업인이 이번 피해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충분한 지원과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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