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재정분권으로 균특회계 3조6000억 지방 이양
지자체 정책 우선 순위·주민선호도 따라 해양수산 예산 축소 우려

2009년 수산사무소 이관이후 어촌지도기능 약화
중앙정부가 진단·평가해 지방이양사업 지원해야

 

지방소멸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대안으로 지방분권이 추진되고 있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고 30여 년이 흐르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19년에는 지방재정법, 지방세법 등 재정분권관련 법률이 개정됐고 지방이양일괄법으로 관련 법률이 일괄개정,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있다.

지방분권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수산업·어촌 관련 예산은 오히려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정치적 관심도는 낮으나 공익적 기능이 큰 사업에 대해 균형발전특별회계를 통해 집중적으로 지원해왔으나 균특회계가 개편되면서 사업의 축소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재정분권 이후 지자체의 해양수산관련 예산의 동향을 짚어본다.

# 어촌뉴딜300 사업 영향에 해양수산예산 ‘껑충’

2016년 이후 11개 연안 시·도의 해양수산예산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지방재정365)의 분야별 세출예산에 따르면 2016년 2조3671억 원이었던 연안 시·도의 해양수산예산은 지난해 4조9955억 원으로 6년만에 111% 증가했다. 지자체 별로는 전북도가 2016년 1020억 원에서 지난해 3054억 원으로 199%가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같은 기간 전남도는 5732억 원에서 지난해 1조6060억 원으로 180%, 인천시가 842억 원에서 1940억 원으로 130%, 경남도가 4155억 원에서 9247억 원으로 123% 늘었다. 반면 경기도는 2016년 1310억 원에서 2020년 1962억 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1396억 원 수준에 그치면서 7% 증가하는데 그쳤고 같은 기간 ‘해양수산도시’인 부산시는 1600억 원에서 지난해 2353억 원으로 47%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처럼 광역자치단체의 해양수산예산이 늘어난 배경에는 정부의 어촌뉴딜300사업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연도별 예산을 살펴보면 어촌뉴딜300사업이 본격화되는 2019년 이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11개 연안 시·도의 해양수산예산은 2018년 2조6019억 원에서 2019년 3조3657억 원으로 29.35% 늘었고 2020년에는 4조1136억 원, 2021년에는 4조5887억 원 등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로 연안 광역자치단체의 어촌뉴딜300사업 관련 예산은 2019년 3929억 원, 2020년 1조964억 원, 2021년 1조3542억 원, 지난해 1조3725억 원 등으로 증가했다.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300사업이 지자체의 해양수산예산 증가를 견인한 것이다.

# 지자체장 치적사업만 늘라

지방분권으로 지자체의 해양수산예산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산예산이 지자체장의 치적을 위한 사업에만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에 따르면 2019년 12월 지방재정분권 관련 법률의 개정과 지방이양일괄법에 따른 46개 법률개정으로 400개의 국가사무가 지방사무로 이관, 기존 중앙주도형 균형발전에서 지방분권형 전환을 위한 단계적 재정분권계획이 수립됐다. 이 일환으로 2019년 기준 3조6000억 원 수준의 균특회계가 자율편성사업 등 보조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하게 됐으나 지방정부의 재정운용 자율성과 책임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균특회계로 수행돼 왔던 주요 지역균형발전사업을 지속하는데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수산업·어촌 분야는 균특회계 개편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로 3년간의 균특회계 이양보전금 지급기간이 종료될 경우 지방정부의 정책우선순위와 주민선호도에 따라 해양수산예산의 축소 또는 폐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자체의 어업기반 정비사업 세부내역을 보면 2020년 이전 어항기반시설지원사업이 65~70% 가량이었고 수산자원회복사업은 30~35% 수준이었으나 재정분권이후 어항기반시설 지원사업이 75~80%까지 차지하고 수산자원회복사업은 20~25% 수준까지 줄었다. 즉 재정분권 이후 3년만에 지자체장의 치적이 될 수 있는 토목사업의 예산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식어장관리사업이나 수산종묘방류사업, 적조피해예방사업 등 ‘티가 나지 않지만 중요한’ 사업들의 예산은 줄어든 반면 지역주민의 민원성 사업에 예산이 증가하고 있다.

이호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생활·경제공간연구실장은 “지방분권은 역행할 수 없는 큰 흐름인 것은 분명하지만 재정분권 이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편성하는 사업이 특정 영역에 집중되는 것은 문제”라며 “지금의 방식대로라면 공익성이 강한 사업들이 후순위로 밀리고 토목사업 등 지역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수산업·어촌 예산 감소도 ‘우려’

지방분권으로 수산업·어촌에 투입되는 예산이 줄어들고 읍·면 소재지에 예산이 집중, 지역 내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마다 어가인구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으로 2020년에는 어가인구 10만 명이 붕괴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9만800명을 기록, 9만 명대 붕괴도 눈앞에 두고 있다.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지방정부의 예산편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지방정부의 자율편성사업에서 수산업·어촌관련 사업이 축소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2009년 수산사무소가 지자체로 이관되면서 사무소의 지도기능이 꾸준히 약화돼 왔다. 물론 수산업이 강세를 보이는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지역에서는 사실상 어촌지도기능이 형해화되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는 지자체가 어촌지도기능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표가 되는’ 업무에 집중한 데 따른 것이다.

지역 내에서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하면서 읍·면소재지 등 지역내에서 비교적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 작은 마을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호림 실장은 “지방정부의 예산 편성과정에서 예산이 줄어들고 있는 수산업·어촌관련 사업마저도 지역내 인구밀집지역에 예산이 집중, 작은 마을들은 오히려 정부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방으로 이양된 사업에 대해 중앙정부가 사업의 효율성과 효과성, 형평성 등을 진단하고 이를 평가해 사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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