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WTO/DDA협상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우리는 가끔 어떤 일에 장래를 예측하기를 좋아 하나 결과가 틀릴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꺼려한다. 더구나 다양한 변수와 복잡한 구도를 갖고 있는 WTO와 같은 다자협상에서는 더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장래의 일에 궁금해 하고 예측해 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계속한다.

지난 9월 14일 제5차 WTO(세계무역기구)각료회의 폐막식에서 각료들은 금년 12월 15일까지 제네바의 고위급회의인 일반이사회에 결론도출을 위임하였다. 그러나 협상 당사국들의 상당수준의 양보를 통한 극적전환이 없는 한 긍정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각료들이 합의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 실무급들이 합의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이번 회의결렬은 미국, EU뿐 아니라 개도국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당분간은 일정기간의 냉각기간을 갖게 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시도가 있을지 모른다. 각국의 회의재개의 의지여하에 따라서 협상추진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의 협상추이로 세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먼저 미국, EU와 수출개도국들이 협상타결에 적극적일때 기한내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다. 그러기 위하여는 협상 반대국들에 대한 이해와 설득이 활발해 질 것이다. 이미 브레임 게임(Blame game; 원인을 상대방에 돌리기)은 시작되었다. 강자들은 약자에게 당근과 몽둥이를 적절히 구사하게 될 것이다. 시카고 갱의 보스인 알카포네는 “상냥한 말만 사용하는것보다 상냥한 말과 함께 권총을 들이댈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될 경우 협상은 낮지만 예정대로 내년 말까지 완료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로, 1~2년 정도 협상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이다. 현상황에서 도저히 기한내 합의가 무리인 점을 인식하여 새로운 협상기한을 정하는 것이다. 특히 주요협상국인 미국과 EU의 국내 정치적 어려움이 이유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내년초부터 예비선거에 돌입하여 11월에 대통령선거가 있고, EU도 내년중 10개국이 새로운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EU집행위원의 전원교체가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두 나라의 새로운 협상팀이 구성되는 내후년(2005년) 봄에나 협상재개가 가능하기 때문에 차제에 기한을 1~2년 연장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주요국들이 골치 아픈 다자협상보다 우선은 쉬운 지역 FTA(자유무역협정)등 양자협상에 주력하고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안으로 미국행정부가 의회로부터 받아 놓은 신속협상권한(Trade Promotion Authority 과거 Fast Track Authority)이 끝나는 2007년 6월 31일까지 보는 장기 전망이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가 1993년 12월 15일에 맞추어 합의된 것이 미국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기한이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제 각국은 각각 자기 입장에서 지금까지의 대응방법을 검토하고 앞으로의 대응전략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중단된 협상을 조기에 합의하는 것이 유리할지 아닐지, 양보할 분야와 계속 주장해야 할 분야를 재검토하고 다음 협상을 위한 새로운 동조국가와 유대(짝짓기) 등도 이루어 질것이다. 이번 회의결과로 과거 미국, 케언즈를 중심으로 하는 수출국그룹과 한·일·EU의 NTC(비교역적요소)그룹의 대립에서 미국·EU와 개도국(G21), 수입국(G10)의 대립으로 협상구도가 바뀌었다.

그러면 이와 같은 협상환경의 변화속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첫째로, 현 의장수정안에 대한 우리입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번 칸쿤에서의 의장수정안은 그 자체로 구속력은 없을 것이나 향후 협상에 기초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우리에게 최대의 관심사인 관세상한선과 TRQ(저율관세물량)관련 선택조항(2조 2항)은 그대로 둘 경우 그 어느 방법도 우리농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다행히 의장수정안에 관세상한선의 예외조항(극히 한정된 수)이 반영되기는 했으나 괄호처리를 하여 결론이 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협상할 과제로 남은 점을 비추어 볼때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 외 분야도 쟁점별로 논리를 개발하고 우리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국가(G10)들과 강한 결속은 물론 동조국의 확대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다음은 앞서 예상한 각 시나리오별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기에 착수될때와 중장기로 늘어질때를 구분하여 우선 순위를 정하여 대응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로, 가장 당면한 쌀 재협상에 대한 철저한 준비이다. 이번 협상이 기한내 타결되든 중장기적으로 지연되든 우리는 내년 1년중에 반드시 협상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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