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에는 우유의 DNA가 흐른다
원유 가격 지속적 상승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위해
정부·낙농업계·소비자가 한마음으로
국산 우유 소비확대 방안 활성화 해야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인류의 우유 섭취와 관련한 새로운 역사적 근거를 소개한 유명 학술논문(Nature communication, 2021)에 따르면 유아기를 벗어난 인류가 우유를 섭취해 영양소를 얻기 위해서는 우유의 유당을 분해해 소화를 돕는 ‘유당분해효소(lactase)’를 성인이 돼서도 보유할 수 있는 유전자의 변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유전적 변이를 보유한 인류는 생존과 종족 번식에 많은 혜택을 누렸다. 연구의 논점은 ‘유전자 변이’와 ‘우유 섭취’ 중 무엇이 먼저 이뤄졌을까 하는 내용이다. 결론적으로 인류(아프리카, 유럽, 몽골 등)의 우유 섭취가 유전적 변이보다 먼저(최소 6000년 전)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인의 유전자는 북방계가 다소 우세하지만 남방계와 북방계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북방민족은 유목을 주로 하고 가축의 젖과 유제품을 상시 섭취했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우유와 유제품을 섭취하는 유전적 성향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를 살펴보면 우유의 섭취는 영양적 결핍을 벗어나려는 근대화의 성격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국민이 우유를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것은 1960년대 이후로 ‘국민영양개선’을 목표로 낙농산업이 장려됐으며 생산 시설의 발달, 고속도로와 같은 유통망이 형성됨으로써 비로소 국민이 접할 수 있는 일상식품으로 자리 잡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젖소 1마리당 생산량과 우유의 위생적 품질 수준은 낙농 선진국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 다시 말해 젖소의 건강상태와 사육환경에서 세계적 수준임을 자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환경에 맞춘 젖소의 유전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현장에서 낙농가들이 사육환경과 우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흘린 땀, 생산공장에서 첨단 기술을 도입해 우유의 품질과 위생을 유지하도록 하는 투자와 노력의 덕분이다. 이와 같은 성과는 결국 우리 몸속에 내재된 우유 DNA의 힘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우유 가격은 올해 기준 세계 5위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비와 높은 인건비 등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유제품의 수입개방에서 보여줬던 자세는 쌀 시장 개방과 비교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FTA 체결로 관세가 인하되면서 수입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국산 원유의 70%를 차지하는 시유시장마저 수입산 멸균유의 수입 급증으로 근본을 위협당하고 있다.

낙농산업은 한국의 농업에서 일자리 창출과 농촌 경제의 안정화에 기여하고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제공하는 우유를 생산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우유가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장단기적 밑그림은 누가 그려야 할까?

정부의 주장처럼 우유 가격 산정 방식이 시장 원리에 근거한 방식으로 개선돼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의 이익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방안을 모색했는지는 두고 지켜볼 일이다. 우리나라의 낙농산업에 자생과 지속적 발전이 철저한 시장 논리로 성립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궁극적으로 원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소비자들의 국산 우유 소비는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국산 우유의 소비확대는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을 위해 시급한 당면 과제다. 정부, 낙농업계, 소비자 모두 한마음으로 K-밀크(MILK) 인증제 등과 같은 소비확대 방안을 활성화해야 한다. 더불어 주요 우유 소비계층을 타깃으로 눈높이를 맞춘 대체불가 우유의 중요성에 대한 전략적 홍보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몸에는 우유 DNA가 흐른다. <본란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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