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이두현 기자]

탄저병이 발생한 고추
탄저병이 발생한 고추

지난달 집중호우에 이어 이달 들어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병해충 피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주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병해충 피해는 물론 농경지 훼손 등의 추가 피해가 발생하진 않을까 농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한 달 평년 대비 평균 1.7도 이상 높은 기온을 기록했던 강원 지역에선 고온다습한 날씨에 감자가 땅 속에서 그대로 썩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강원 인제군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김양수 농업인은 “감자가 수확도 하기 전에 땅 속에서 물러 썩어가는 통에 그대로 그 위에 무, 배추를 정식했다”며 “7~8년 전 역대급 가뭄이 몰아친 이후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해 올해 강원도 감자 생산량은 반토막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원 홍천군 등지에서도 지난달 말 일부 농가들이 비슷한 피해로 감자 생육이 한창이던 때에 감자 이파리를 모두 제거하고 배추를 심었다.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는 사과 탄저병 피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전북 장수군에서 홍로 등 조생종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김기만 농업인은 “탄저병 확산으로 피해가 심한 농가에선 나무 한 그루당 10개 내외의 과실만 열려 수확을 제대로 할 수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며 “병해 확산을 막기 위해 탄저병 감염 과수를 솎아내고 지속적으로 약제를 살포하고 있지만 인건비, 자재비 등 추가 지출이 늘어나는 셈이어서 출하기 시세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여름이면 농가의 골칫거리로 떠오르는 고추 탄저병은 이달 들어 강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지난 1일 전국 기준으로 평년 수준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지역별 기상, 탄저병 저항성 품종 정식 여부 등에 따라 농가별 피해 편차가 큰 것으로 알려진다. 피해가 다발한 농가에선 “열매를 딸 게 없다”는 넋두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강원 영서지역의 한 농업인은 “최근 낮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랐다가 밤에 20도 중반으로 떨어지는 등 일교차가 심해 고추 탄저병 확산이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태풍이 지난 간 이후다. 태풍 발생에 따른 연속 강우 이후 곧바로 한여름 폭염이 몰려오면서 자칫 병해충 피해가 손 쓰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확산될 수 있어서다.

정원권 경북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태풍이 지나며 비가 2~3일 정도만 더 와도 병해충이 크게 확산하기 충분한 시간”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예찰과 방제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창호 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 지도관은 특히 고랭지 지역의 피해 예방 관리를 강조했다.

고 지도관은 “강우와 폭염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무·배추 무름병이 발생하기 쉬운 여건이 조성될 수 있어 기상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강우 이전과 이후 방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흙이 유실돼 작물이 쓸려내려가거나 경사지 포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각별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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