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사업, 산사태 방지 효과 국내외적으로 인정

산사태 피해 막기 위한 소형댐인 '사방댐' 포함 사방시설 중요성 주목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기후변화로 ‘극한호우’가 잦아지면서 산사태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산사태 피해를 막아주는 사방사업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우면산 사방댐 중 하나를 살펴보는 김진형 산림조합중앙회 산림사업본부 산림사업과장과 박세준 본지 기자.

지난달 집중호우를 넘어선 극한호우가 야기한 산사태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산사태 피해를 막기 위한 소형댐인 사방댐을 포함한 사방시설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산사태 위험이 해마다 높아지는 가운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방사업과 시설의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사태 피해 방지의 숨은 주역인 사방사업에 대해 살펴봤다.

# 기후변화로 산사태 피해 가능성 높아져

지난달 시간당 50mm 이상의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는 각종 수해 피해는 물론 무수한 산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되며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산사태 건수는 1476건이었으며 피해면적은 축구장 344개 면적에 맞먹는 220ha에 달한다. 특히 지난달 일련의 산사태로 11명이 죽고 2명이 실종돼 2011년 이후 12년 만에 두 자릿수 산사태 사망자를 기록했다.

이번 산사태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 극한호우는 기후변화로 인해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장마철 강우 패턴으로 자리 잡아가며 산사태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충식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장마가 기간도 길어지고 장마전선이 매우 좁고 길게 형성되고 정체돼 특정 지역에 굉장히 강한 비가 내리는 패턴으로 바뀌었다고기압대와 저기압대가 만나면서 생기는 좁은 틈에 장마전선이 형성되는데 고기압과 저기압이 너무 강해져 서로 밀려는 힘도 강해짐에 따라 장마전선 폭이 좁아지며 강우 강도도 굉장히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산사태 피해도 기존에는 태풍에 의한 것이 더 많았지만 최근에는 장마로 인한 산사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 산사태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방사업

산사태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방사업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방사업이란 산지의 붕괴, ··나무 등의 유출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인공구조물을 설치하거나 식물을 파종·식재하는 사업을 일컫는다. 산사태 등 각종 원인으로 황폐해진 산지나 토지를 복구·복원하는 것도 사방사업의 역할이다.

산사태와 관련한 사방사업은 크게 산지 비탈면에 대해 시행하는 산지사방과 계곡이나 간헐천 등 산지의 물이 흐르는 곳에 시행하는 야계사방 두 가지가 있다.

산지사방은 침식이나 산사태가 우려되는 산지 비탈면의 안정화를 위해 시행하는 공사로 사업대상지에 따라 비탈면 경사를 조절하거나 축대벽(옹벽), 수로 등 각종 구조물로 비탈면을 안정시키고 녹화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야계사방은 흐르는 물에 의해 침식·퇴적·운반되는 토사를 억제·조절하기 위해 시행되며 계류보전사업과 사방댐 설치 등을 통해 이뤄진다. 계류보전사업은 물이 흐르는 지형의 침식을 방지하거나 유속을 늦추는 공사이며 사방댐은 산사태 시 밀려 내려온 토사, 토석, 나무 등을 막아주는 소형댐이다.

사방사업의 산사태 방지 효과는 국내외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특히 사방댐은 마지막 산사태 방어막으로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줘 왔다. 202054일이라는 역대 최장 장마 기간 동안 누적강우량 851.7mm의 폭우 등으로 산사태 피해면적은 1343ha에 달했으나 산사태 발생지 중 사방댐 설치지역 49개소에선 밀려 내려온 토사, 토석, 나무 등을 사방댐이 저지해 하류 지역 주민들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장마 때도 충북 청주시 내수읍 비상리에선 530mm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700톤의 토사가 쏟아졌지만 지난 6월 완공된 사방댐이 막아낸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다만 사방댐은 인공구조물이라 인근 주민이나 환경단체가 설치를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 연구관은 사방댐은 계류를 막는 횡구조물로 생태통로를 단절하고 외형상 콘크리트라 경관적으로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이후부턴 사방댐도 투과형으로 설계해 평상시에는 물이나 생물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며 재질도 자연친화적으로 목재나 주위의 돌을 활용한 사방댐도 등장하고 있다. 다만 서울 우면산처럼 산 밑에 바로 아파트 단지나 마을이 있을 경우 산사태 방어 기능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된다.

현재 전국에 사방댐은 13867개소가 있으며 계류보전은 9877km 완료됐다. 올해도 산림청은 국비 2210억 원을 투입해 산지사방사업 200ha, 사방댐 설치 636개소, 계류보전사업 322.5km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탐방] 서울 서초구민의 산사태 방어선, 우면산 사방시설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서울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났음에도 사방댐이 저지해줘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

2011727일 집중호우가 원인이 돼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16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부상당한 대형참사였다.

우면산 산사태 복구와 앞으로의 재해 예방을 위한 사방사업은 과거와는 다르게 진행됐다. 조속한 복구를 위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추진하는 패스트트랙방식의 사업추진방식을 적용했고 그 가운데서도 과하더라도 안전한 것이 우선이라는 관점에서 소방방재청의 심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원인조사 등을 거쳤다. 또 무선 CCTV 설치·운영을 통한 추가피해 예방, 흙 속에 보강재를 삽입해 지반을 보강하는 소일네일링 공법’, 레이더의 일종인 라이다(LiDAR)를 활용한 토사유출 시뮬레이션 등 첨단 기술이 동원됐으며 우면산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도 개최됐다.

세계적인 대도시 한 가운데서 발생한 산사태와 후속 사방사업은 국제적인 주목도 받았다. 2013년 한국, 일본, 이탈리아, 홍콩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산사태자문단은 우면산 사방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일본과 비교해 매우 잘됐다고 하는 등 우면산 사방사업을 전반적으로 호평했다.

우면산 사방시설의 최후방 사방댐 중 하나. 오른쪽에 쌓인 토사는 지난해 산사태로 밀려 내려온 것으로 수도권 매립지로 반출될 예정이다.
우면산 사방시설의 최후방 사방댐 중 하나. 오른쪽에 쌓인 토사는 지난해 산사태로 밀려 내려온 것으로 수도권 매립지로 반출될 예정이다.
지난해 발생한 산사태로 밀려내려온 토사 더미. 김진형 산림조합중앙회 산림사업본부 산림사업과장은 “사방댐이 없었다면 토석류와 나무가 모두 남부순환로를 덮쳤을 것”이라며 말했다.

우면산의 사방댐은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때 발생한 산사태 피해를 방어해 제 역할을 잘 해냈다. 김진형 산림조합중앙회 산림사업본부 산림사업과장은 사방댐이 없었다면 토석류와 나무가 모두 남부순환로를 덮쳤을 것이라며 하지만 사방댐이 토석류나 나무는 거의 잡아주고 물만 밑으로 흘려 보냈다고 말했다.

현재 우면산 사방사업은 사방댐 39, 계류보전 62.2km, 산지사방 85ha 완료됐으며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사방댐은 산 바로 밑에 아파트단지와 남부순환로라는 큰 도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콘크리트로 두텁고 튼튼하게 지어졌으며 계류보전도 암석을 적극 활용해 침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성됐다.

우면산 사방시설 중 계류보전시설. 사방을 돌로 시공해 침식을 최소화했다.
우면산 사방시설 중 계류보전시설. 사방을 돌로 시공해 침식을 최소화했다.

 


[인터뷰] 민도홍 산림조합중앙회 임업인종합연수원장

-사방댐, 환경·경관 고려 필요하지만 서울시와 검토한 끝에 안전에 초점

민도홍 산림조합중앙회 임업인종합연수원장

민도홍 산림조합중앙회 임업인종합연수원장은 우면산 사방사업 당시 우면산 산사태복구공사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우면산 산사태복구 공사의 산 증인이다. 그로부터 사방댐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 사방댐을 지을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사방댐을 계획할 땐 설치 위치의 형상, 상하류의 특성, 상류에서 유출될 수 있는 토석이나 유목량 등을 추정해 설치할 사방댐의 종류, 규모, 수량 등을 정하게 된다. 물론 사용 부지에 대한 문제가 선행돼야 하고 무엇보다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 사방댐은 산사태를 막을만큼 튼튼한가.

사방시설물, 특히 사방댐은 대부분 중량구조물로 계획돼 완전히 무너지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일부분이 남기 때문에 일정 부분 산지와 계류 안정에 기여하게 된다. 보통 사방댐이 토사 저지 기능을 다하면 그 위치보다 상류에 추가로 사방댐을 설치, 안정화를 꾀해 기능을 유지하도록 한다. 신설이 어렵거나 응급조치가 필요할 땐 토사를 반출하는 준설작업을 한다.”

# 우면산 사방댐은 환경과 경관을 어떻게 고려했는가.

우면산 사방사업 때도 사방댐에 대한 환경과 경관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서울시와 검토한 끝에 안전이 우선이다는 결론을 냈다. 대신 바닥에 통수 통로를 만들어 수생 생물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했고 콘크리트에는 문양거푸집을 적용해 미관을 개선했다. 또 친환경 도료로 주위와 어울리도록 하고 사방댐 상하류 계곡에는 접근을 위한 돌계단 같은 친수 시설 등도 시공했다. 친환경 사방댐은 유지·관리가 어렵고 목재 등 내구성이 확보되지 못한 자재로 시공하는 게 문제 될 수도 있다. 앞으로도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산림조합중앙회·농수축산신문 공동기획>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