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우리나라가 처한 쌀산업의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에 따른 공급과잉, 또 다른 하나는 불안한 산지 쌀값이다. 쌀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으면 쌀값은 하락하는 게 당연하지만 생산농가와 쌀산업을 생각하면 최소한의 삶과 영농활동을 영위하며 다음 영농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쌀값은 보장돼야 하는게 맞다. 결국 소비자는 최대한 저렴하게 쌀을 사고 싶어하고 농업인은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기 때문에 농사가 너무 안 돼도, 또 너무 잘 돼도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수확철이 다가올수록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추정평균 20kg 정곡기준 47961원으로 전순(10일 전) 대비 1.6%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나 올랐다. 지난해까지 이뤄졌던 통계 개편 전 추정방식인 단순평균으로 계산하면 48505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수확기였던 1145662원을 훌쩍 넘어섰다. 80kg으로 환산시 194020원으로 매월 1.6~2.3%의 오름세를 생각하면 20만 원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계절진폭도 커지면서 지난해산 수확기(10~12) 평균가격 20kg 정곡기준 45455원과 비교하면 계절진폭이 5.5% 높은 수준을 보였다. 2020년 이후 최고치다.

과거 산지 쌀값이 20만 원을 넘었던 적은 2020년과 2021년 두 번 뿐이었다. 이에 올해는 역대 세 번째로 20만 원 이상의 쌀값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업인은 물론이고 연초 수확기 산지쌀값 20만 원을 공언했던 정부로서도 다행스런 일이다.

올해 쌀 재배면적 역시 정부의 쌀 적정생산 정책 추진으로 지난해보다 2.8%(21000ha) 감소한 706000ha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5개년 평균 면적감소율이 0.4%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연간 쌀 예상수요량을 고려하면 66~67ha가 적정재배면적이라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같은 감소세는 충분히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렇듯 올해는 우리나라 쌀산업이 당면한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이지만 해결하기는 요원했던 재배면적과 산지쌀값 두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제공하는 한해임이 분명하다.

이에 앞으로의 정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지 올해 목표가 달성됐다고 해서 쌀산업이 직면한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이 같은 상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당장 올해 수확기부터 연중 고른 쌀값이 유지될 수 있도록 보다 정확히 생산·수요량을 파악해 쌀 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시장격리가 필요하다.

더불어 쌀 수확 이후 정확한 수급 통계 시스템을 구축해 쌀 시장에서의 가수요를 없애는 일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정확한 쌀시장 정보를 산지나 소비지시장에 알려 과도한 불안이나 경쟁을 방지할 수 있도록해야 할 것이다.

재배면적과 관련해서도 올해 첫발을 뗀 전략작물직불제를 과감히 확대해 쌀과의 소득 차이를 보전해 줌으로써 지속적으로 쌀 재배면적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쌀값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입장에 따라 양면성을 갖고 있다. 정부는 당장의 목표 달성에 만족하지 말고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쌀시장이 형성되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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