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농업연구관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축산업은 과거 우리나라 성장기부터 지금까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데 많은 역할을 해왔다. 국민 소득 증가와 함께 육류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기준 1인당 육류소비량은 58kg으로 쌀 56.7kg을 추월했다. 하지만 축산업 종사자는 참 고달프다. 질병, 기후변화, 동물복지 등을 고려하면 과거에 비해 제약도 많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계속 축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축산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구 기후변화는 인류 차원의 문제이다.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차근차근 해결이 필요한 문제도 있지만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 중이고 가속화돼 이제는 모두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할 문제다. 인간의 활동이 대규모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산업 혁명 초기인 18세기 중엽부터라고 한다. 1970년부터 2004년 사이에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은 70%나 증가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급격하게 상승, 1970년부터 2011년까지 40여 년간 배출한 누적 온실가스가 1970년 이전 220년 동안의 누적배출량과 비슷하다고 한다.
 

물론 축산업이 주된 요인은 아니지만 모든 산업에서 전 방위적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결국 축산분야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적은 사육마릿수 또는 적은 에너지 사용으로 고기 생산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일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사료효율은 단순한 생산성 개선을 넘어 국가 단위 탄소중립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다.
 

과거 사료효율은 투입 대비 생산의 개념으로 가축의 체중증가량에서 사료섭취량을 나눠 계산했다. 최근 사료효율은 잉여사료섭취량(RFI; residual feed intake)이라는 개념으로 고도화됐다. 한 가축에 대해 체중증가량을 사료섭취량으로 직관적으로 나누기 보다는 성장, 지방 등의 생체특성으로부터 순수 사료섭취량을 분리하려는 개념이다. 통계적인 방법을 통해 생체특성별 필요한 사료량과 실제 섭취한 사료량의 차이로 계산한다. 잉여사료섭취량은 가축의 성장에 활용이 되지 않는 사료를 의미하고 이 양이 많다는 것은 분뇨 유래 환경부하물질이 지구에 많이 배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개량에서 잉여사료섭취량은 과거의 사료효율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지표며 세계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잉여사료섭취량을 지속적으로 개량하면 사료량을 7% 절감할 수 있고 기후변화 산성화 등을 유발하는 환경부하물질 역시 동일하게 7%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됐다. 참고로 개량은 씨를 뿌리는 종축을 육성하는 것인데 종축 개량의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예를 들어 1마리의 수퇘지 능력이 1년간 약 6000마리의 돼지에게 영향을 준다.
 

따라서 사료효율 또는 잉여사료섭취량 개량은 농가생산성과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돼야한다. 하지만 개량에 적용하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 집단으로 사육되는 가축에서 한 마리 단위로 사료섭취량을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장비를 활용해서 종돈장에서 사료섭취량을 측정하고 있지만 섭취정보 자료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국가적으로 이러한 ICT 장비 개발에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농장에서도 적극적으로 개량에 활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농장 사용자가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지속적인 장비 개선과 사육되는 가축이 장비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도 필요하다.
 

탄소 축산에 대해 너무 난해하고 먼 미래의 일처럼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고민해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해도 산업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사료효율 개선은 이제 필수며, 축산의 생존과 직결된다. 농가뿐만 아니라 축산 소비자까지 사료효율 개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확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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