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희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사업단장(전남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종자기업 연구개발 위축에 선진국과 격차
유전자교정 등 신육종 방법 상용화 위한
제도 정비 시급히 이뤄지지 않으면
많은 기회 놓치게 될 것

 

세계 인구는 빠르게 증가해 2050년에는 100억 명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 기상 이변, 해충·질병 확대 등 농업 생산성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현재의 경작지 규모를 확대할 여력이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식량 위기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 관리, 비료·농약 등을 사용한 재배 방법의 개선, 교배·돌연변이 육종, 세포 융합 등의 방법을 이용한 관행 육종으로 개발한 신품종으로 증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방법도 한계가 있었고 이에 1980년대 후반에 개발된 것이 외부로부터 유용한 유전자를 식물에 도입해 새로운 형질을 장착한 유전자변형(GM)작물이다. 유전공학 기술의 발달, 토양에 존재하며 식물에 자신의 유전자를 집어 넣는 능력을 갖춘 아그로박테리아의 식물과의 반응 기작 규명, 하나의 식물 체세포가 분화해 완전한 식물체로 만들어지는 재분화 조직배양 기술 등이 총망라돼 GM작물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당시 많은 식물학자, 생명공학자, 종자회사들이 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열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작물 재분화·생명공학 기술이 개발·발전했다. 

첫 번째 GM작물이 시장에 나온 것은 1993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유전자변형생물체(GMO)에 대한 위험성을 염려해 안전성을 확인 받고자 하는 요구들이 생기고 이에 대한 법이 제정됐다. 개발된 GM작물을 승인 받기 위해서는 환경 유해성 평가, 인체 유해성 평가, 기존 품종과의 동등성, 재배 특성 등 여러가지 실험 결과를 제출해야 된다. 작물 육종 파이프라인이 잘 갖춰진 글로벌 기업에서도 GM작물을 개발에 평균 4000만 달러(USD, 약 500억 원), 8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소 종자기업에서는 쉽사리 연구개발이 어려운 실정이고 이런 이유로 현재 GM 종자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만이 진입 가능한 구조가 됐다.

더 큰 장벽은 GM작물 재배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국내 기업들은 더 이상 GM작물 개발은 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작물 재분화 기술도, GM 개발에 관련된 기술도 기반이 없어졌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재배를 허가한 GM작물은 하나도 없다. GM작물이 시장에 나오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사료를 포함한 식량 작물은 대부분 GM이다. 곡물자급율이 20% 내외인 우리는 GM작물을 수입할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GM작물 개발의 어려움, 새로운 품종의 개발이 단순한 증산뿐만 아니라 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농업과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외부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고, 관행 육종 결과물과 차이가 없는, 정확하고 신속한 신육종방법이 제시됐다.

그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이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교정이다. 이 기술이 소개된 이후 많은 나라와 기업들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소자본으로도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외국의 경우 관련 스타트업 회사가 많이 생겨났다. 향후 종자 시장은 유전자교정 작물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 가능하다. 기술의 적용이 그리 어렵지 않아 중소규모의 국내 종자기업들도 보유 품종에 적용한 유전자교정 기반 신품종 개발과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작물이 상용화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이에 상응하는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미국, 일본, 호주, 남미의 여러 국가, 필리핀 등은 유전자교정 작물을 관행 육종 산물과 같다고 판단하고 GMO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규제도 제외하거나 면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법이나 규정이 정비되지 않아 현재 LMO법에 적용을 받아 GMO로 취급되고 있다. 즉 실험실 수준으로만 연구가 가능하다. 그 사이 우리의 연구 개발은 위축됐고, 종자기업들도 이 분야 연구를 꺼리면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종자 시장의 특성상 이미 시장이 형성된 뒤에는 새로 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 유전자교정 작물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많은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