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는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무분별하게 배추와 무 비축물량을 방출해 출하자 소득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사진은 aT에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방출한 배추 물량.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는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무분별하게 배추와 무 비축물량을 방출해 출하자 소득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사진은 aT에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방출한 배추 물량.

정부에서 산지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배추·무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있어 출하자들의 소득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반입 물량의 품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이하 한유련)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달부터 배추·무 비축물량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방출하기 시작, 이달 초·중순에는 하루평균 배추 300톤 내외, 150톤 내외가 반입되고 있는데 이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 수급조절매뉴얼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규탄했다.

실제 지난 1~10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 도매가격은 상품 10kg망 기준 16000원 내외, 무 도매가격은 상품 20kg상자 기준 22000원 내외로 평년 대비 40~50% 높은 수준이었지만 이후 배추는 1만 원 언저리, 무는 1만 원대 중반으로 시세가 급락했다.

수급조절매뉴얼에 따르면 이달 배추의 상승 경계는 13099, 무는 24448원으로 가락시장에서 상품 기준 평균 가격이 해당 금액을 넘을 때 상시 비축물량을 시장에 공급하도록 명시돼 있다.

한유련은 이달 10일 이후 배추와 무 도매가격이 경계 단계 이하로 급락했음에도 여전히 aT가 비축물량을 풀면서 중·하품 가격까지 하락해 출하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산지출하자들은 최근 주요 일간지와 방송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자연스레 농산물 가격이 등락하는 것을 흡사 물가 불안의 원흉으로 지적하고 정부 역시 이에 부화뇌동해 무리하게 비축물량을 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선동 강릉고랭지채소공동출하협의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원유, 원자재 등의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만큼 농산물 생산비도 오르고 이에 따라 가격도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데 마치 농산물 가격이 물가 불안의 원인인 것처럼 매도되고 있다정부는 인위적인 개입을 멈추고 시장에서 농산물 가격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산비가 증가한 만큼 수급조절매뉴얼의 기준 가격도 현장의 실정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광형 한유련 사무총장은 정부에서도 밝힌 것처럼 고랭지 배추·무는 다른 작기에 비해 생산비가 많이 들어 상품 기준 배추는 10kg15000, 무는 20kg2만 원에서 25000원 이상 가격이 나와야 출하자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거둘 수 있다수급조절매뉴얼의 기준 가격을 현재 상황에 맞게 하루빨리 개정하고 향후 정부의 조치도 매뉴얼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강원 지역의 고랭지 배추·무 작황이 양호해 향후 가격이 계속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시세 폭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비축물량의 방출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규호 강릉농협 차장은 태풍 카눈의 피해가 그리 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후 폭염·가뭄 등이 해결돼 현재 고랭지 배추·무 산지의 기온은 저녁과 아침에는 18도까지 떨어지고 낮 최고 기온도 27도 정도 수준으로 작황이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이달 하순부터 다음달에 나오는 물량이 전체 고랭지 배추의 65~70% 가량인 만큼 향후 수급 물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aT에서 지난 17일 가락시장에 방출한 배추. 겉잎이 죄다 상하는 등 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aT에서 지난 17일 가락시장에 방출한 배추. 겉잎이 죄다 상하는 등 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aT에서 방출하는 물량의 품위가 크게 떨어져 판매 이후 반품 요청이 속출하고 있음을 하소연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낙찰받은 aT의 반입 물량 품질이 좋지 않아 재선별하고 겉잎을 떼어내는 등 작업 후 가공업체 등으로 물건을 보냈지만 내부가 썩은 배추들도 많아 반품 요청이 잇따른다가격이 낮은 것을 감안해도 하자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 취급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17일 가락시장을 방문해 aT에서 방출한 배추를 확인한 결과 산지에서 출하된 것과는 다르게 다가가자마자 악취가 진동했으며, 대부분의 겉잎이 썩어있는 등 한눈에 봐도 품질이 많이 떨어졌다.

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조악한 품질의 배추들이 계속해서 가공업체에 공급되는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이러한 배추로 김치를 제조해 판매한다면 결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썩은 배추로 만든 김치를 먹이는 꼴이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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