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선임연구원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있자니, 불현 듯 나의 작은 손바닥 안에 수많은 기업들의 네온사인이 매우 공정한 규격으로 놓아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선택 기준은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해당 서비스의 질과 편리성일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기업은 전통적인 대기업보다 5년 안팎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벤처기업들이 주류를 이룬다.
 

장맛비를 피해 집에서 원하는 음식을 1시간 내에 받아볼 수 있다. 차를 쓰지 않는 주말에 예약하면 차를 직접 가져가 세차하고 주차해 놓는다. 전세방을 찾는데 공인중개사무소를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 이른바 일상생활 밀착형 플랫폼 벤처기업들의 성장세는 과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고용보험 청년 가입자 증가 인원 중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5%로 대기업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2000년 조사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청년 실업률(6.4%)은 벤처기업이 사회의 주축으로 성장했음을 설명한다.
 

정부나 공공영역에서도 벤처육성을 위한 광범위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 농업분야 벤처육성 정책을 살펴보면, 2016년 여수에 농식품벤처창업센터의 개소부터 시작됐다. 이후 7개의 센터를 추가로 개소, 매년 400여 개의 농업분야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7년 차에 접어 든 이 지원정책은 농업벤처라는 씨를 뿌렸고 뿌리가 잘 내릴 수 있도록 돌보는 과정에 있다.
 

농업벤처는 사회적 기여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사업적으로 꽤 매력 있는 창업분야이다. 
 

첫째, 농업벤처는 생각보다 범위가 넓으며 유망한 분야라는 점이다. 식품제조업, 외식업, 유통산업, 그린바이오산업, 생명소재산업 등 농업 전·후방 산업이 포함된다. 
 

둘째, 블루오션을 찾는 창업가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농업벤처의 경쟁도는 다른 분야에 비해 강하지 않다는 것은 큰 이점이 될 수 있다. 
 

셋째, 고령화와 지방소멸 등 농업현장은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제공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다면,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벤처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면모는 지난 달 개최된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AFRO 2023)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애그테크, 푸드테크, 그린바이오 등 250여 개의 국내 내로라하는 농업분야 대표 벤처기업들이 총출동했다. 
 

참여기업 중 아이오크롭스(ioCrops)라는 농업벤처가 있다. 본래 농업 생육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수분공급 시기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고령의 농업인들을 설득해 새로운 농사법을 받아들이게 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이 축적한 정보로 직접 농사를 짓기로 했다. 서울 사무실에서 대리 농사 계약을 맺은 스마트팜 농가를 원격으로 관리하는, 이른바 현대판 소작농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다. 국내 농업의 위기요소인 휴경지의 증가가 이 벤처기업에겐 기회요소인 것이다.
 

때로는 우리나라 농산업의 시장규모가 작아 큰 폭의 성장은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미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디바이스는 국경을 초월한지 오래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내 최초 농식품분야 유니콘이라는 트릿지(Tridge)가 대표적 사례라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미래 농업사회를 앞당길 농업벤처의 육성도 필요하다. 성장중인 차세대 농업벤처의 진격이 국내 농업위기를 해소해 줄 구세주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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