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축산물유통단체협의회의 올해 첫 회의 모습.
축산물유통단체협의회의 올해 첫 회의 모습.

국내 축산물유통과 관련한 단체들이 지난 18일 올해 첫 축산물유통단체협의회를 개최하고 축산물유통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김용철 축산물유통단체협의회장(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장)은 “코로나19 시대 가정소비가 많았지만 최근 구매력 부족 등으로 소비 위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는 축산물 중 닭고기만 팔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급과 관련해 축산 생산 부문을 갑자기 줄일 수도 없는 가운데 농가, 가공,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단체들의 입장과 요구사항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 돼지 ‘도매시장 기능’ 상실 적극 해결해야

최진웅 한국식육운송협회장은 “돼지의 경우 도매시장 기능 상실이 관련 업종에서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며 “정책당국에서 선결문제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식육운송협회는 돼지 도매시장 상장비율이 제주와 등외를 제외하고 2000년 27%에서 2010년 9.4%, 2020년 3.5%까지 하락했고 지난해 2.8% 수준을 보여 도매시장 가격 대표성이 결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간으로 볼 때 지난해 5월 kg당 6385원, 지난해 2월 4135원으로 최고와 최저 차이가 2250원까지 나는 등 가격 진폭이 커 외식 소비시장 등에서 국내산 이탈을 가속화한다는 것이 협회측의 설명이다.

협회는 대책으로 이용 도축물량 중 일정량을 상장물량으로 대체 전환, 지육상장 물량의 가격을 도매시장 가격에 반영, 농협 등의 도매시장 출하 증대 등 활성화 대책 마련, 상장물량 증대 등의 도매시장에 인센티브 부여 등 도매시장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 수립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한우 도매시장의 도축물량이 특정 요일에 편중 심화, 요일간 가격편차가 커 가격 왜곡 현상 발생, 유통업체의 인력·장비 등 비효율적인 사업 운영 등의 문제점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육가공 ‘주 3일’ 근로 현실 타개해야

심판식 마장축산물시장한우협동조합장은 “현재 3일만 일하고 있어서 수입과 한우가 경쟁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뼈를 처리하는 게 골칫거리가 되면서 한우, 젖소 40개월령 이상은 기계고장의 원인이 되고 소비가 전혀 안 돼 우족을 폐기처분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장축산물시장한우협동조합은 수입축산물은 연간 가격변동이 거의 없는 반면 국내 축산물은 1년에도 여러번 가격변동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주 3일 작업은 육가공업체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며 축산물공급에 대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조합은 외국인 고용과 관련한 인력시스템 구축·양성, 고임금이 아닌 저임금 단순노무직의 노동자 유입 방법 고려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 유통부문에서 ‘갑질’ 사라져야

강종성 한국계란산업협회장은 “대형 마트의 갑질이 현장에서 여전한 상황에서 계란이력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표준계약서를 조속히 도입하고 유통을 좀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계란산업협회는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 기준을 현행 3000㎡이상에서 1000㎡이상으로 하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축산물처리협회는 이날 회의에 앞서 지난 6월 21일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유통팀에 축산물이력제와 관련해 △이력번호 자동표시기 노후화에 따른 문제 △도축장 운영비용 추가 발생 △이력번호 간소화 등 조치 필요를, 축산물 등급판정과 관련해 △도축장 인력난 심화 △소 등급판정 위한 절개작업시 인력 부족 △축산물품질평가원 평가사의 업무수행 요구 등 현장 어려움과 대책 등을 건의했다.

김명규 한국축산물처리협회장은 “국내 도축장 인력을 지난 5월 필리핀에 파견해 현지 인력을 훈련하고 있고 이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 공유해 인력문제가 해결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성현 농식품부 축산유통팀 사무관은 “돼지등급판정기준 개선 합의안은 도출이 안 돼 개선책은 각 단체 입장을 조율해 추진하고 삼겹살 품질 등급제는 생산자, 유통, 소비자의 공감대를 통해 외국사례처럼 가이드라인 제시로 권장 내지는 권고안 수준으로 갈 것”이라며 “가공부문에서 공통적으로 인력난이 있는데 ‘E-7’비자의 경우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해 현재는 할랄만 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와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 사무관은 이어 “가축질병 발생 등을 대비한 수단으로 정부는 화상 경매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현장에서 우려하는 온라인 경매와는 구분을 해야 한다”면서 “의무가격보고제는 가격정보로 제공하는 차원에서 돼지에 포커스를 두고 공정한 가격 발견기능에 초점을 맞춰 여러 가격을 발견, 취사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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