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19564월 일본 미나마타시의 한 소녀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소녀는 걷거나 말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경련증상을 보였다. 이틀이 지나고 그 소녀의 여동생도 같은 증상을 보였다. 이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늘면서 일본 구마모토대는 연구팀을 구성, 유사한 증상의 환자를 대학병원에 수용하면서 질병의 증상이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신경마비와 난청, 언어장애 등이 그 대표적인 증상이었다.

이 질병은 수은중독 증상인 미나마타병이다. 미나마타병이 처음 발견됐을 당시 일본에서는 폐수에 섞인 수은은 바닷물에 희석돼 안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수은이 생물농축을 거치면서 어류를 섭취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오늘, 일본은 다시 바닷물에 희석돼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중금속과 방사성 물질이 동일하지 않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로는 오염수는 과학적으로 안전한 범위 내에 있다. 하지만 원전 오염수를 대량으로 방류하는 것이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에서 언제든 수산업계를 존폐위기에 처하게 만들 수 있는 리스크임은 분명하다.

인류사에서 미증유인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문제에 있어 우리 바다환경을 지켜야 할 해양수산부의 입장은 일본의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었다. 일본은 5가지의 선택지가 있었고 그 중 비용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해양방류를 택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돈을 아끼려고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잠재적 위험을 골고루 나눠주는 행위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해하다니 참으로 너그럽고 이해심이 많은 해수부가 아닐 수 없다.

사실 해수부가 해양환경을 훼손하는 행위를 방관하는 것은 낯설지 않다. 전형적인 외부불경제라는 지적을 받았던 바닷모래채취문제에서도 해수부는 바닷모래 채취로 파괴될 해양환경을 걱정하는 대신 부산경남지역의 골재수급상황을 걱정한 바 있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해수부에 해양환경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겨도 되는 걸까?

원전 오염수 방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아무런 피해가 없을 수도 있고 바다를 망친 인류 최악의 결정이 될 수도 있다. 다만 해수부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을 통해 불가치한 선택이라는 점만 강조했다. 앞으로도 해양환경에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태도로 일관할 것이라면 해수부는 지금 당장이라도 해양환경정책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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