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청년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일하기 너무 힘들어요. 각자의 의견이 너무 명확해 뜻을 하나로 모으기도 어렵고 방향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르는 친구들도 아니어서요.”

청년농업인 취재를 갔다가 듣게 된 지역 농업기술센터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과감히 도전하고 소신껏 길을 찾아 나서는 진취적인 모습이 청년농업인들의 두드러진 특징이건만, 이게 일관된 행정을 추진해야 하는 공무원 입장에선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가 보다.

그렇다면 조금 생각을 틀어보면 어떨까.

영광 지역의 청년농업인 품목모임체 팜브로는 올해 청년농부 아카이브 구축·운영, 청년농부학교 운영 등을 제안해 군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채택됐다. 여건 미비 등의 사유로 올해는 아쉽게 사업비를 반환했다. 하지만 기반을 더 닦은 후 내년에 재도전해 지역과 청년농업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주민참여예산 사업 참여를 가장 먼저 제안한 신원빈 팜브로 회장은 젊은 청년농업인들의 모임체인 만큼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고 우리 같은 청년농업인들을 새로이 키워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데 회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 끌어내 농업·농촌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들을 만들어 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의 대상과 성격, 범위 등을 모두 정해 내리는 하향식 사업에 만족하기보다 뜻을 같이하는 그룹별로 각자의 특징과 지향점 등을 가장 잘 녹여낼 수 있는 일들을 제안·추진하는 상향식 사업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정보 취득과 활용에 능숙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들이 보다 자유롭고 자주적으로 자신들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판만 깔아주고 행정은 이를 뒷받침 해주는 형태인데, 청년농업인 사업에 있어서 이같은 방식을 확대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기성세대 말로 요즘 것들이 농업에 뛰어들고 있는 지금, 기존의 길을 따라오지 않는다고 훈계하기보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칼자루를 쥐어주며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행정의 사고를 조금씩 전환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농촌에서도 청년들만의 역할을 찾고 싶다던 한 젊은 농업인의 말을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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