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연구센터 창립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우리나라 농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기저에 농업·농촌의 가치와 존재 이유, 지향점에 대한 기초적 담론 부재 문제가 자리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르과이라운드(UR) 타결,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지난 30년간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충분한 논의 없이 한국 농정이 전개되면서 피상적 접근에 그치고 국가적 차원의 비전 제시도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창조룸에서는 농정연구센터 주최·주관으로 ‘UR·WTO 삼십 년, 한국 농업·농촌의 궤적과 미래’를 주제로 농정연구센터 창립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개최<사진>됐다.

‘새로운 시대 한국 농업·농촌의 과제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고문은 “10년 전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도 농업의 가치·존재 이유에 대한 기초적 담론 없이 우리나라 농정이 전개돼 오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했는데 이러한 지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농업 성장 과정에서 농업의 위상, 존재 이유가 변화하고 농정도 국민 경제적 관점에서 글로벌 경제 관점으로 전환 됐음에도 이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농업정책 범위만 수평적으로 확대돼 농업 정책과 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 정책을 단순한 물가 관리대책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농촌 공간을 경제성이 낮은 투자 회피 공간으로 이해해 지역 소멸을 부추기는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도 농업·농촌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고문은 농업·농촌의 가치와 비전이 국민 개개인의 다양성을 반영하면서 국가적 의제로 자리잡지 못한 것 또한 농업계 스스로의 노력 불충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2조에서 농업에 대한 기본 이념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선언적 수준으로 이해하고 실천 방향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등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며 정책 담당자뿐만 아니라 학계를 중심으로 농업·농촌의 가치, 지향점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쌀 정책에 대한 시각 변화의 필요성도 지적됐다.

정영일 농정연구센터 명예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지금까지 우리 쌀 산업은 보호라는 미명 아래 생산 억제와 발전 잠재력의 봉쇄라는 족쇄에 묶여 있었다”며 “과도한 규제와 간섭을 줄이고 시장원리의 활용을 통해 쌀 산업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고문도 “쌀에 대한 재원 배분 편중이 경지이용 왜곡을 초래하고 경지이용 왜곡이 쌀 자급률은 높은 반면 밀·옥수수·콩 자급률은 낮은 식량자급률의 이중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한국 농업에 대한 중장기적 발전 방향, 글로벌 가치 사슬 속에서 종합적 먹거리 체계, 푸드시스템 구축 방향, 농지 자원의 합리적 이용·관리 방향 등에 대한 종합적 고민과 사회적 대화 없이 쌀 문제를 다룬다면 쌀 과잉과 가격 하락의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태호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농산물 시장개방 이후 한국의 농업정책’을 주제로 발제자로 나서 농업인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해 최선의 농업 정책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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