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희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사업단 단장/전남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위험성을 판단해 규제하는 것은 만들어진 산물 위험도 바탕으로

과학적 사실에 기반 두고 판단해야

기술·과정 규제는 합리적이지 않아

유전자교정기술을 이용한 작물육종의 장점은 교정의 결과는 남아있지만 그 과정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다음 세대에서 유전자교정에 사용된 도구(유전자가위)를 유전적으로 분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유전자변형(GM) 기술이 이식한 유전자가 세대를 거듭하더라도 남아서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것과 달리 유전자교정이 이뤄진 후에는 더 이상 외래유전자는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교정 기술은 유전체의 특정부위를 돌연변이 시켜 형질을 개량하는 기술이다. 유전체의 표적부위 DNA가 잘리면 생명체에 내재된 DNA 수선 기작이 발동, 이를 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에러가 생겨서 유전자교정이 이뤄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자연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고 심지어 방사선이나 화학물질을 처리해 이런 돌연변이를 더 많이 유발시켜 품종개량을 하기도 한다. 이를 돌연변이 육종이라고 한다. 유전자교정은 정확하게 특정부위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고 돌연변이 육종은 무작위적으로 돌연변이가 일어난 무수히 많은 식물체중에서 특정부위 혹은 특정 형질을 찾아낸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유전자교정 기술중 같은 종내의 우수 유전자를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교배 육종으로 품종 육성을 하는 경우 원하는 품종을 얻기까지 수년간 많은 노력과 재원을 투자한다. 하지만 유전자교정 기술을 활용할 경우 정밀하게 원하는 유전자만을 쉽고 빠르게 교정하거나 같은 종의 유전자를 도입시킬 수 있다. 유전자교정 기술을 정밀육종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유전자교정 기술로 만든 돌연변이는 자연계에서 관찰되는 돌연변이와 구별하기 여의치 않을 것이고 자연 유전자 풀 혹은 관행 육종에 의해 구축하고 있는 유전자 풀 (breeder’s pool)과의 구별도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작물을 보는 시각에는 온도 차가 있는 것 같다. 결과물이 관행육종 산물과 다르지 않을 경우 관행육종 산물과 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시각과 GM작물 개발에 사용한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GM작물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견해는 각국의 법을 만드는데도 잘 드러나 있는데 일본, 미국과 캐나다, 호주, 필리핀, 우루과이를 포함한 남미 여러 국가, 영국, 유럽연합(EU)은 전자에 해당하고 뉴질랜드는 후자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생물체법(LMO법)을 일부 개정해 유전자교정생물체에 대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다. 주된 내용은 ‘신규유전자변형생물체’ 중 왜래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 경우 몇가지 규제를 면제한다는 것으로, 사전검토를 통해 이를 판단하겠다는 내용이다. 관련 부처가 의견을 모아 법안을 제출한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나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유전자교정 작물을 개발하는 연구자와 기업은 유전자변형생물체(GMO)로 규정 지은 후 몇 가지 심사면제를 하더라도 GMO 꼬리표가 붙어 도움이 안된다고 하고, 몇몇 시민단체는 GMO인데 왜 심사를 면제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쩌다 보니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법안이 돼 버렸다. 유전자교정작물에 대해 규제 제외를 선언한 미국은 GMO에서 제외했고 따로 정하는 용어가 없으며, 일본은 GMO가 아니라고 명시하고 유전자편집체라는 용어를 사용, 유럽은 NGT, 영국은 정밀육종체라는 별도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규제 제외 혹은 면제 법을 도입한 국가들 중 미국과 유럽은 식물에 한해서만 이 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유전자교정 작물의 규제 면제를 시행하는 국가들도 모든 유전자교정에 대해 규제 제외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연 돌연변이 수준의 변이, 자연에서도 발견되는 변이에 한해 규제 제외 혹은 면제를 하고 있다. 
 

위험성을 판단해 규제하는 것은 만들어진 산물의 위험도와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 산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나 과정을 가지고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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