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지난해 4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종합시장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명소로도 이름이 높은 동대문시장이 개장 60년만에 처음으로 주 5일제를 시행했다. 주요 고객인 소매상가들이 오프라인시장에서 온라인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유도 있겠지만 내부적으로는 도매시장의 특성상 1365일 밤과 낮이 바뀐 힘든 업무환경을 견디지 못한 직원들의 이탈이 늘고 있음에도 마땅히 직원을 충원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돼 왔다는 이유도 크다. 낮에 쉬고 밤에 일해야 하는 도매시장의 특성상 일과 삶의 균형’, 일명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의 충원에 고충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사정은 농수산물도매시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열악한 근무환경과 높은 업무 강도를 생각하면 사실상 워라밸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시장 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하역노조 등이 겪는 인력난과 구인난은 갈수록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자료에 따르면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거래 시간은 경매와 배송까지 고려하면 18시부터 다음날 10시까지로 16시간에 달한다. 법정근로시간을 훌쩍 넘는다. 이렇다 보니 인력 이탈로 인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구인 건수는 2019년까지만해도 연간 4000건 후반대였던 게 2021년에는 6162, 지난해는 6717건으로 3년만에 크게 증가했다. 심각한 인력 이탈과 구인난이 심해졌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청과 중도매인점포 10개 중 8개 이상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추정돼 추가 인력확충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다보니 중도매인들을 중심으로 주 5일 근무를 위한 시장개장일 감축에 대한 여론이 형성됐고 최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공영도매시장으로는 처음으로 올해부터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주 5일제를 시범 도입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오는 11~12월과 내년 3~44개월간 월 1회 토요일을 휴업일로 지정하는 주 5일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 5일제 도입시 인력난에 시달리던 중도매인들의 고민은 일정부문 감소될 것으로 기대되나 출하자들 입장에서는 그간 시장 상인들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쌈채류처럼 당일 생산·출하해야만 하는 품목이나 특정시기에 출하가 집중되는 계절 작물 출하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출하자 의견 조사에서도 전반적으로 시장개장일 감축 필요성엔 공감하나 출하일수 감소로 인한 피해를 크게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시장 운용의 어려움, 상인들의 고령화 심화, 젊은 인력의 유입 등을 고려하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주 5일제 도입은 시대적 흐름에 따를 공산이 크다.

결국 도매시장 활성화와 운영·관리의 책임이 있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공사는 운영의 묘를 살려 출하자와 도매시장 유통주체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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